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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금요일 저녁, 합정역 인근 부엉이곳간에서 시민단체 더불어삶이 주최한 <부동산 기획 강좌 1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동산 공화국이다> 강연이 열렸다. 부동산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바라보는 시민들과 부동산·건설개혁을 주장하는 전문가의 만남이었다.
 
강연 포스터 강연 포스터
▲ 강연 포스터 강연 포스터
ⓒ 더불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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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는 20년이 넘게 부동산 관련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그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경제민주화가 이뤄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수백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재벌, 관료, 다주택자 등의 기득권 세력은 건재하고 다수 시민들의 생활이 넉넉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언론이 비판을 멈췄고 시민사회도 활기차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땅값 거품, 누가 만들었나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부동산 공화국'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선분양제와 분양원가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집을 미리 거래하는 선분양 제도는 다른 나라의 시장경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발독재 시대였던 1970년대에 정부가 건설업체에게 이런 특혜를 준 대신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양가격을 규제한 것이 선분양제의 기원이고, 2000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선분양제를 폐지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참여정부 초반에는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기 위한 방책으로서 분양원가 공개가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었다. 건설업체와 주택공사가 아파트 건설로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현실 속에서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본부장은 "2004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기업도 장사다'라는 발언을 신호탄으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 부활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참여정부는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등의 대책을 쏟아냈으나 5년 동안 아파트값은 폭등하고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김 본부장은 판교 신도시 개발이 부동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강연 참가자들에게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참여정부는 판교 신도시를 개발하면 강남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판교는 물론이고 그 주변과 강남 지역의 땅값까지 동반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김 본부장이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 땅값 상승이 너무 커서 막대를 중간에 잘랐는데도 유독 긴 것이 확인된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부동산값 상승분이 50년간 오른 금액의 46%를 차지한다.
  
역대 정권별 땅값 상승액 비교 역대 정권별 땅값 상승액 비교
▲ 역대 정권별 땅값 상승액 비교 역대 정권별 땅값 상승액 비교
ⓒ 김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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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특혜와 투기 조장

다음으로 김 본부장은 재벌이 비업무용 토지를 늘리며 땅 투기에 골몰하는데도 정부가 이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재벌의 땅 투기를 사회악으로 보고 정부가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중과세와 강제 매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2기 내각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기업도시 특별법과 골프장 인허가 간소화 조치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했다. 그러자 재벌은 골프장 등의 비업무용 토지를 사들이며 생산적인 경제활동이 아닌 부동산 투기에 몰두했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2%에서 0.7%로 낮춰주면서 재벌에게 명백한 특혜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일들은 벌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현대차가 한국전력으로부터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토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원래 이 토지의 용도는 3종 주거였는데, 공기업인 한전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현대차라는 특정 재벌기업에게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가능토록 허가하자 땅의 가치는 단숨에 10조 5천억원으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특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옛 한전 사옥 근처의 영동대로 아래에 대규모 지하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나랏돈으로 재벌에게 이런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수 변화 다주택자 보유 주택수의 변화
▲ 다주택자 보유 주택수 변화 다주택자 보유 주택수의 변화
ⓒ 김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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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화국'에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올리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했다. 한국의 다주택자들의 주택 사재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7년 상위 1%가 평균적으로 3.2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상위 1%의 주택 보유량이 평균 6.7채"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부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을 낮춰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애초 정부가 공언한 취지와 달리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다주택자들에게만 쏠쏠한 이익을 안겨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야기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리는 사실상 모순된 정책을 시행했다. 100채를 가진 다주택자라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재산세와 양도소득를 면제받고 종부세 합산 과세도 피해갈 수 있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90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내놓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2년, 부동산 불로소득 1천조

김 본부장은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가 인위적으로 토건 사업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총 50조를 투입하겠다는 약속으로 집값을 수직 상승시켰다는 주장이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았던 은평구 같은 지역도 문재인 정부 초기에 한 채당 가격이 5천만원에서 1억원가량 폭등했다. 도시재생 뉴딜은 국고를 동원해 집 가진 사람들의 집값을 더 올려주는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본부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서울역~용산 철도 지하화와 용산,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서울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작년 8월에 강북의 옥탑방에서 한 달간 체류하고 나온 직후에도 박원순 시장은 강북 경전철 등의 토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18개월 동안 서울시 아파트의 총 평균 가격이 2억원씩 올랐다"며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나갔다. "서울시의 아파트가 약 200만 채 있으니 서울에서만 집값이 총 400조원 뛰었고, 전국적으로 따져볼 때 문재인 정부 18개월간 1천조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동산 공화국이다 김 본부장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동산 공화국이다 김 본부장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 더불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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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참가자들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질 무렵, 김 본부장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올바른 정책을 수행하면 부동산 가격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면서 다음의 4가지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 후분양제 도입: 먼저 주택을 멀쩡하게 짓고 나서 팔도록 법으로 규제
2) 분양원가 공개: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건설회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분양가를 함부로 제정하지 못할 것이다
3) 분양가상한제 실시: 집은 삶의 터전. 국가가 집값을 정상화하는 것은 국민 주거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할
4) 반값주택: 토지를 정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서민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 분양원가 공개의 원리 설명
▲ 분양원가 공개 분양원가 공개의 원리 설명
ⓒ 김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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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의 강연이 끝나고 나서는 시민 참가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부동산가격을 못 잡는 것 아닌가요?" "언론은 왜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나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본부장과 참가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며 질의응답을 계속하다가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자리를 떴다. 소수 기득권층이 누리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우리 모두의 삶을 압박하고 있으며, 불평등 해소와 진정한 의미의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익한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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