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 페널티킥으로 얻어낸 이강인의 선제골이 나올 때만 해도 우승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 순간에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경기 주도권을 내준 대표팀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대표팀은 16일 새벽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강인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FIFA 주관 남자 대회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고자 했던 대표팀은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원 팀'으로 뭉친 대표팀, 박수받을 만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이 전반 패널티 킥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이 전반 패널티 킥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조별 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할 때만 해도 한국이 결승에 오르리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후 남아공과의 경기를 1-0으로 승리한 한국은 조별 리그 최종전이었던 아르헨티나전에서 2-1의 승리를 거두고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대회에서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16강전에선 전반전 일본의 공격을 잘 막아낸 한국은 후반전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고, 후반 39분 오세훈의 천금 같은 결승 골이 나오면서 일본을 1-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세네갈과의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의 백미였다. 1-2로 뒤져있던 중 후반전 종료 직전 동점 골이 터지며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극적인 3-2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그렇게 1983년 이후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도 이강인의 센스가 빛을 발하며 승리를 거뒀다. 그렇게 사상 최초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아쉽게도 결승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내용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정정용 감독 전술 운용 돋보였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경기장에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경기장에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정정용 감독이 보여준 전술 운용이 상당히 돋보였다. 적재적소 사용된 교체 카드는 경기 흐름에 변화를 줬다. 전반전에 다소 밀리는 경기를 펼치다가도 후반전에 역전극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해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5골을 기록하며 본선행을 이끌었던 전세진이 대회 내내 부진하자 과감하게 벤치로 내리는 결단을 발휘하는 등, 정정용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은 인정 받을 만 한 부분이었다.

한 팀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은 2001년생으로 대표팀 막내였던 이강인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막내인 이강인은 팀 내에서 '막내 형'이라고도 불렸다는데, 이 같은 이강인의 성숙한 모습은 대표팀이 '원 팀'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선 이광연 골키퍼의 모습이 빛났다. 이날 한국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김정민이 실축하자 이광연 골키퍼는 웃으면서 김정민을 위로해주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첫 번째 키커인 김정민이 실축한 상황은 한국에는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광연 골키퍼는 김정민을 위로하였다. 이광연 골키퍼는 세네갈의 4번째 키커였던 은디아예의 킥을 막아내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전 이후 조영욱이 보여준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경기에서 전세진은 대회가 시작되고서부터 부진한 경기력으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큰 부담을 느꼈고, 결국 아르헨티나전을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본 조영욱은 자신의 득점을 기뻐하기보단 전세진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자아냈다.
 
 16일 오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 경기에서 한국 이강인이 첫 골을 터트리자 환호하고 있다.

16일 오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 경기에서 한국 이강인이 첫 골을 터트리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의 사례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얼마나 '원 팀'으로 단단하게 뭉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정정용호' 로서의 관심보단 이강인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자칫하면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이강인은 성숙함을 바탕으로 팀에 융화되었고, 선수들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역시 '원 팀'으로 똘똘 뭉쳤다. 여기에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까지 빛을 발하면서 대표팀의 승승장구는 이어졌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하나로 뭉친 정정용호는 결과적으로 국민과 축구 팬들까지 '원 팀'에 합류시켰다. 대회를 치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극적인 승부로 국민과 팬들을 감동시킨 대표팀의 활약 속에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선 전국 각지에서 거리 응원이 진행될 정도였다.

결국 이번 대표팀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2년 전 대회에 비해 낮은 관심 속에 출발했지만, 결국 국민과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응원을 받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이번 대표팀의 큰 수확은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을 받았다는 것보다, 국민과 팬들에게 준 큰 감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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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대한민국 이강인 정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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