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공식 포스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공식 포스터. ⓒ JTBC

     
보좌관? 익숙한 직명인데, 드라마의 제목이 되니 낯설다. 아마도 그건 그 직명이 'ooo의원 보좌관'처럼, 늘 누군가에게 종속된 채로 소개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부분으로, 혹은 누군가의 그림자로,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졌던 '보좌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시작됐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이다.   
 
<라이프 온 마스> 이대길 작가의 진검승부 

<보좌관>은 지난해 방송돼 원작 영국 드라마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OCN <라이프 온 마스>를 쓴 이대일 작가와 <추노>로 사극 액션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곽정환 PD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여기에 모처럼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가 야심만만한 보좌관 장태준으로 중심을 잡고, 김갑수, 김홍파, 정진영, 정웅인 등 다양한 색채의 조연진들이 포진됐다. 

그럼에도 <싸우자 귀신아> <라이프 온 마스> 등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각색해온 이대일 작가가, 생소한 영역인 '국회의원 보좌관'을 주제로 한 정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는 1회 만에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차기 총선 공천 유력주자로 물망에 오르는 유능한 보좌관 장태준을 통해 여당 대표 자리를 놓고 벌이는 두 의원 송희섭(김갑수 분)과 조갑영(김홍파 분)의 총성 없는 전쟁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냈다. 
 
 보좌관

보좌관 ⓒ jtbc

 
보좌관이 된 장태준 

정치 지망생이었던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꿈은 집안을 기울게 했을 뿐이다. 짐만 될 뿐인 가족,  그저 믿을 거라곤 자신의 머리. 그래서 들어간 경찰대.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권력'과 '불의'에 장태준은 다른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시작된 초선 의원 이성민(정진영 분)의 보좌관 생활. 정의로우나 욕심이 없는 무소속 초선 의원의 보좌관 처지는 높은 야심을 가진 장태준이 놀기엔 너무 좁은 어항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다음 정착지는 대한당 4선 의원 송희섭이었다. <보좌관> 1회는 그렇게 장태준이란 말을 타고 대표 자리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송-장 파트너쉽의 묘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말이 파트너지, 송희섭 의원을 앞세우고 그 뒤의 모든 일은 장태준의 것이다. 야당 대표 자리를 장태준으로 인해 송희섭에게 넘긴 조갑영은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번 '공격'을 준비한다. 준비가 무색하게 파행된 국감 현장.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손에 넣으려면 불가능한 것을 해야' 한다는 장태준의 기지로 송희섭을 파업 현장으로 밀어 넣는다. 그를 빌미로 파행된 국감을 재개시키고, 장태준의 유능함은 그렇게 다시 한번 증명된다.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공식 포스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공식 포스터. ⓒ JTBC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보좌관>

무엇보다 <보좌관>의 매력은 드라마에서 그동안 늘 '조연' 자리에 머물렀던 보좌관이란 직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300명 국회의원 뒤에 포진한 2700명 보좌관의 일하는 모습을 조명하며, '전문직'으로서의 보좌관의 모습을 그려낸 점은 신선하면서도 박진감 넘친다. 그동안 드라마가 조명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문 분야를 충분히 설득해냈다. 

또한 이런 전면에 내세운 보좌관이란 신선한 주역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보좌관>의 진짜 볼거리다. 몰락한 집안에서 머리 하나 믿고 경찰대에 들어간 장태준이 보좌관이 되기까지, 입지전적 인물의 정의와 부도덕을 오가는 갈등은 그간 '선'이거나, '악'이거나 정형화된 캐릭터에 싫증 난 드라마 팬들의 환호를 불러올 만하다.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스틸 사진.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스틸 사진. ⓒ JTBC

여기에 대한당 비례 초선 의원 강선영 역은 배우 신민아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대표 캐릭터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직 언론인 출신 비서관 윤혜원(이엘리야 분), 신참 인턴 강도경(김동준 분), 동료인지 적군인지 구분되지 않는 오원식(정웅인 분), 고석만(임원희 분), 김형도 (이철민 분) 등의 보좌관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언제든 말을 갈아탈 준비가 되어 있는 송희섭과 조갑영 등 노회한 정치꾼들의 모습 역시 극의 화룡점정이 되어 현실 정치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보좌관>은 10부작 시즌제 드라마로 기획됐다. 15일 2회 시청률은 전일 첫 회 시청률보다 소폭 상승했다. 시청자 반응도 호의적이다. 시작부터 시즌제를 선언한 드라마의 미래가 밝다.

현장의 정치를 현실에서 일하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JTBC <보좌관>.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활력소가 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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