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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의 막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실 '빤스' 발언으로 유명한 전 목사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로 규정하는가 하면 올해 안으로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잇따른 막말 퍼레이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지속해서 한국 교회에 대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세나무교회 이진오 목사를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전광훈 목사, 종교적 거룩함 가장해 세속적 탐욕 지녀"
 
이진오 목사
 이진오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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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막말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있어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같은 목사로서 창피하고 부끄럽고 면목 없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전광훈 목사는 목사가 아니라 정치꾼입니다. 비신자들이나 시민들이 볼 때 '도대체 목사라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고, 교회라는 곳은 뭐 하는 곳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기 스스로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죠. 기독교 계열 정당들은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17대 총선부터 꾸준하게 후보를 냈어요.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전면에 나선 건 2008년 18대 총선부터입니다. 이때 전 목사는 기독사랑실천당을 창당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한국기독당, 기독자유민주당으로 나뉘어 나섰지만 1% 미만 표를 획득해 각각 해산당했어요. 가장 최근인 2016년 20대 총선 비례대표에선 기독자유당이란 이름으로 나서 약 2.6%의 지지를 받았어요. 전광훈 목사는 아마 다음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3%만 넘으면 국회의원 1석을 얻을 수 있으니 기독자유당 당선을 위해 기독교계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과 같은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탄핵 이후 거의 궤멸해 있다 싶으니, 내년 총선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작정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지원을 기독자유당 자체 역량이나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만으로는 안되니 한기총이라는 조직을 이용하는 거죠." 

- 그럼 전광훈 목사가 국회의원 할 목적은 아니라고 보시나요?
"전광훈 목사 본인이 국회의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일종의 킹메이커 '정치 거간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정치인을 키워 자기 힘도 과시하고 정치인을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목적을 이루도록 군림하려는 거죠."

- 그것도 권력욕이잖아요.
"그렇죠. 변형된 권력욕이고 종교적인 거룩함을 가장한 세속적인 탐욕과 욕망이죠.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직전에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됐어요. 아마 전광훈 목사도 그런 직에 욕심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의원을 하려는 게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거죠. 전광훈 목사가 지난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에게 장관을 제안했다'고 말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욕망이 은연중 드러난 거죠."
  
"전광훈 목사 행태, 누구라도 해서는 안 되는 깡패 짓"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한기총 소속인 이세홍 목사가 "전광훈 내려와"라며 항의하다 끌려나갔다.
▲ "전광훈 내려와" 항의하는 한기총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한기총 소속인 이세홍 목사가 "전광훈 내려와"라며 항의하다 끌려나갔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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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 목사가 쏟아낸 막말 중 가장 충격적인 건 뭐였나요?
"널리 알려진 여자 신자들에게 '빤스 내리면 내 신자'라고 했던 발언도 심각했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집구석에서 추모하라고 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저는 이번에 대통령 하야를 언급한 것 자체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막말은 기독교 내 사회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목사의 근본주의적인 신앙관을 보인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한 발언은 종북좌파, 빨갱이, 간첩 등 막말도 이런 막말이 없다 싶어요.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구 중 하나인 한기총 대표 목사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한 것 자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전광훈 목사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표현의 자유가 책임까지 상쇄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 목사는 19대 대선 때 교인들에게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징역 10개월을 받았어요. 그런데 전 목사는 같은 해 6월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병보석으로 풀려났어요. 이후 2019년 1월에 한기총 대표회장이 됐어요.

정치적 발언이 표현의 자유일 수는 있어요. 그러나 목사인 동시에 한기총 대표회장인 목사가 선을 넘는 발언을 하는 건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이는 비난받아야 할 문제이고 교단 안에서 자정해야 하는 거죠. 교회법상으로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이거든요. 이런 건 사실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닌 거죠. 한기총 회장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에요. 책임져야죠."

- 전 목사 한 명으로 한국 교회 전체가 욕먹는 것 같아요. 
"그렇죠. 한기총만 욕먹는 게 아니에요. 일반 시민들은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오해하고 있잖아요.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숫자상으로 대표했던 시절도 물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현재 한기총 홈페이지에 명시된 교단 수는 79개고 행정보류나 회원권이 제한된 교단을 제외하면 69개입니다. 이는 전체 교단 수의 10% 정도에요. 숫자로도, 도덕적으로도 이미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한국교회를 망치고 있는 곳입니다. 한기총은 뭘 할 때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는데 이건 한국교회를 모욕하고 기독교 신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입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지난 11일 전광훈 목사가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 연내 하야'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어떻게 보셨나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이름으로 하면 한기총 주요 임원이 기자회견에 나와서 말해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전 목사는 국민행동운동본부라는 사회단체 명의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심지어 기자회견장에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과 송영선 전 의원,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어요. 이건 목사로서 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정치꾼의 정치적 발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반말을 하고, 항의하는 목사가 자신의 추종자에 의해 내팽개쳐지고 뺨 맞는 모습을 보면서 조롱도 서슴지 않았어요. 이는 목사 이전에 그 누구라도 해서는 안 되는 깡패 짓거리입니다." 

-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전광훈 목사가 정치하려면 목사직부터 사퇴하라고 하던데요. 
"저는 당연한 말씀이라고 봐요. 이런 행동을 하는 자는 목사가 아닙니다.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목사가 소속된 교단이 정상적인 교단이라면 목사직을 면직해야 합니다. 목사에 대한 기본 소양도 지키지 않고, 극단적인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데 징계하지 않는 것은 한기총이나 교단이나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전광훈 목사의 발악에도 한기총은 해체될 거예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반대입장을 가진 시민들이 전 대표회장의 사퇴 요구하고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반대입장을 가진 시민들이 전 대표회장의 사퇴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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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전광훈 목사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본회퍼(전 목사는 '본 훼퍼'라고 썼다)의 심정으로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작정했다"고 했어요.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본회퍼 목사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건 본회퍼 목사를 모욕하는 겁니다. 소천하신 본회퍼 목사께서 들으면 무덤을 열고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황당한 말입니다. 비유하자면 악질 친일파가 윤봉길 의사를 자신에 비유하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에요. 

본회퍼는 독일 히틀러 나치 정권에서 대부분의 독일 교회가 히틀러에게 고개를 숙이고 국가사회주의 교회로 전락할 때, 이를 거부하고 히틀러 치하에 저항한 분입니다. 미국 신학교에서 신학 교수 제안을 받았지만 조국인 독일로 들어가 조국을 위해 싸우신 분입니다. 그리고 국가정보국에 위장 취업해 '화이트 로제'라는 비밀 지하조직 활동을 하며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우다 발각돼 사형당하셨어요.

그때 본회퍼 목사가 한 말을 전 목사가 인용했는데, 뭐냐면 '광장에서 버스가 사람들을 쳐서 죽이고 있으면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버스 운전석에 뛰어들어 미친 운전수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미친 운전수는 히틀러를 말하는 것이고요. 

전 목사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인권을 짓밟을 때 무엇을 했을까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농단할 때 무엇을 했을까요? 이번 발표를 보니 한기총이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12억 5천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는데 그중 8억 원을 이명박 정부에서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하야를 주장하며 본회퍼 목사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입니다. 생각과 말은 자유이지만 선을 지켜야 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한다더니 당뇨를 이유로 한 끼 걸렀습니다. 
"성경 이사야서에 보면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주고 억울하게 갇힌 사람을 해방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통과 눈물 속에서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나님만 바라보고 매달리는 것이 금식입니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는 가난하지도 않고 힘이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정말 문제가 있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청와대나 정치권 나아가 그 어디에도 정책적 제안을 할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종교적 금식을 정치적 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난번 자유한국당이 목숨 걸고 단식한다고 하면서 5시간 30분 릴레이로 한다고 해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사과했는데, 무슨 목사가 목숨 걸고 기도하는 금식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합니까? 정치인들은 정치적 지지를 위해 쇼로 이용한다지만 목사가 할 일은 아닙니다." 

- 목사 말에 무조건 '아멘'하는 신도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인도하는 집회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목사가 '청와대로 진격하자'며 '나이 많은 여성을 앞장세우겠다'고 하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아멘'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더 참담했던 건 참석한 150명 정도 신자 대부분이 목사나 목사의 부인들이었어요. 목사 말이라고 무조건 '아멘'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단 사이비 교주를 따르는 것입니다. 이단 사이비 교주도 추종자가 있으니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덮어 놓고 '아멘' 하는 종교가 아니라 성경 말씀을 열고 그러한가 생각하며 순종하는 가장 이성적인 종교입니다." 

- 한기총이 지금과 같이 된 것은 대형교단이 나가고 정치적 목사들이 장악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대형교단이 계속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막가파'로 가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해요.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시 대형교단이 속해있었음에도 한기총은 사학법 개정을 막는다며 목사들이 삭발하고, 바퀴 달린 십자가를 끌고 다녔어요. 저는 대형교단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세련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들을 한기총이 임의로 해제하고 받아준 것에 대해 반발해 대형교단들이 탈퇴한 것이, 어쩌면 한국교회를 그나마 지키려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기총은 해체될 거예요. 전광훈 목사는 내년 총선까지 그야말로 발악을 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예요. 아무런 성과도 못 올릴 것이고 그저 몇몇 추종자들과 함께 교주 노릇만 계속하겠죠. 손봉호 교수 등 양심 있는 기독인들이 한기총 해체를 위해 2011년부터 노력했지만 그 사이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못하는 정치꾼 집단으로 전락했어요. 단체야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름으로 남을 수 있겠으나 대표성은 당연히 없고 영향력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이 한기총을 대체하겠죠. 사실 한교연도 걱정되지만 한기총을 보며 조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기독교인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네교회 목사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싶어 사회관계망서비스인 SNS에 #한기총해체 #한기총OUT #전광훈면직 이라는 해시태그 달기 시작했습니다. 담벼락에라도 표시하고 외치는 것이 집에서 혼자 욕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나는 한기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기총은 해체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할 때도 한기총과 전광훈의 회개가 아니라 해체와 면직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비기독교인과 시민들께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태그:#이진오, #전광훈, #한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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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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