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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법조인 중에서 성격이 대조적인 두 가지 유형으로 그려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선변호사들이다. 어떤 영화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을 마지 못해서 응대하는 스트레스에 가득 찬 사람으로 나와서, 형편없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어떤 드라마에서는 공익을 위한다는 신념 하나 때문에 국선변호사로 열심히 일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매체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가공을 거친 것이니만큼 어떤 모습이 국선변호사와 완전히 같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국선변호사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정확히 알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원에 잘 가지 않고, 재판에 엮이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법조인, 특히 국선변호사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국선변호사는 많은 수의 국민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법조인이다. 이들은 국가의 세금으로 임금을 받고 꼭 필요한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이들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인권의 최저선이 지켜진다. 이들은 어떤 삶을 살면서 변호를 하고 있을까?
 
 왜나는그들을변호하는가
 왜나는그들을변호하는가
ⓒ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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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는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신민영 변호사가 자신의 국선변호 사건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천여 건의 사건을 수행한 변호사다. 그는 국선변호사로 살면서 의뢰인들을 지근거리에 만나면서 인권과 법치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저자는 국선변호 사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무죄가 될 확률보다 유죄가 될 확률이 훨씬 높은 사건을 맡아서, 피고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다 말하고 원망없이 재판 절차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국선변호사의 일이라고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무죄인 사건을 맡아서 멋있는 변론으로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일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드물다.

일단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선변호 사건은 유죄로 끝난다고 한다. 한국에는 많은 경우 사건의 현장에 CCTV가 존재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은 증거가 명확하고 유죄가 될 확률이 높다. 돈도 '빽'도 없지만 사연은 많은 의뢰인들은 대부분 사건의 뒤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매끄럽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국선변호사는 어차피 피고인이 유죄가 될 확률이 높으니 그냥 적당히 재판을 거쳐서 형량을 좀 깎으면 자신의 일을 다 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국선 변호사들은 피고인들이 법질서와 사회에 대한 원망없이 적절한 죗값을 받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형사소송이 단순히 하나의 소송이 아니라, 사회가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말할 것도 없이 검찰은 대한민국의 권력자이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차치하더라도 국가의 대리인으로 피고인을 기소하는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기소된 피고인은 대개 검사보다 훨씬 미약한 존재다. 국선변호 사건이라면 이 힘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때문에 형사소송에서는 필연적으로 정의를 두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법정에서 자신이 거대한 정의가 아닌, '작고 시급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하는데, 이는 국선변호사의 업무를 요약한 말이다.

시급한 정의를 보호하기 위해 저자가 맡은 사건들은 기상천외하다. 책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소개된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기 위해서 대충 재판을 받겠다는 피고인, 자신의 기억을 신뢰하지만 믿기 어려운 피고인, 정말 억울하지만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은 피고인 등이 등장한다. 저자는 피고인을 상대하는 변호사로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뇌하기도 한다.
 
 폭력 범죄의 대부분은 흥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 중 가장 제정신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바로 피고인이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상당수는 스스로를 속이거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176P
 
책에는 저자가 국선변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표현한 부분도 있다. '그냥 자신은 단순히 한 명의 선한 사람으로만 인생을 살다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은 공익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국선변호사로서의 자기 입장에 충실하기 위해서, 피고인을 변호하느라 증인을 불쾌하게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대해 쓴 내용 역시 고찰할 만하다.

책의 논조는 전체적으로 진보적인 편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이야기를 함께 책에 적어 놓았다. 저자는 형법과 처벌이 사회의 만능특효약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가 생각하는 정의 역시 폐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 국선변호 업무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을 만한 책이다. 오늘도 '빽' 없고 사연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불을 밝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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