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16일 밤에 방영된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이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6월 9일, 16일 밤에 방영된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이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SBS

 
지난 6월 9일과 16일 방영된 < SBS스페셜 >은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을 다뤘다. 이날 방송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은 인터넷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방송 후 권아무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서 한참을 울었다"라고 썼다. 정아무개씨 역시 "그냥 말문이 턱 막히고, 망치로 머리를 크게 맞은 듯한 '충격',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손가락 하나 꼼짝 못했다"라고 시청 소감을 남겼다.

< SBS스페셜 >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의 경우 50여 건의 감사 소감이 남겨졌다. 심지어 한 시청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용현 씨돌 요한 아저씨를 민주화 운동 독립유공자로 국민청원합니다"라고 올렸다고 소식을 남겼다.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은 세 이름의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원조 자연인'이라고 해야 할까? 7년 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했던 강원도 정선 봉화치 산골마을에 사는 씨돌 아저씨는 겨울에는 언덕길에서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개구쟁이 소년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이웃 할머니의 농사를 자기 일처럼 돕는 따뜻한 이웃이었다. 1999년 정선군의 '토종벌 폐사 사건'으로 농가들이 시름에 빠졌을 때 씨돌은 관계 기관과 언론을 쫓아다니며 그 문제 해결에 앞장선 해결사이기도 했다. 그는 자연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으면 지렁이에 절을 하고, 동식물 하나하나에 말을 건네는 순박한 사람이었다.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원조 자연인으로 불린 씨돌. 용현씨의 건강한 시절의 모습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원조 자연인으로 불린 씨돌. 용현씨의 건강한 시절의 모습 ⓒ SBS

 
이처럼 1부는 유쾌하고, 훈훈한 자연 다큐, 혹은 휴먼 다큐처럼 흘러간다. 그런데 씨돌 아저씨가 언제부턴가 봉화치 마을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의 행방 추적에 나서며 씨돌 아저씨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씨돌로 살기 전, '요한'이었던 때를 추적하기 시작하자 방송은 마치 역사 다큐를 보는 것처럼 엄청난 몰입감을 안겨줬다. 
 
세 이름의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 그를 찾았더니...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쟁취되고 그 해 12월 국민들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역사적인 순간. 같은 시기 대통령 부재자 투표에서 여당 대표를 뽑지 않았다고 구타당해 고(故) 정연관 상병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 정연관 상병 사건은 가족조차 그 진실을 모른 채 묻힐 뻔했다.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앞장선 이가 요한이다. 요한은 민주열사 유가족 공동체 '한울삶'과 함께하며, 시위 현장 맨 앞자리를 지키며 경찰들의 폭력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4년 마침내 수년 간의 노력 끝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연관 상병의 의문사가 인정된 후 그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요한의 모습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요한의 모습 ⓒ SBS

 
그는 박수를 받아야 할 영광의 자리에는 늘 없었다. 핍박받고, 고통스러운 현장에는 늘 그가 앞장섰다. 그의 모습은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민간 구조대로 자원하여 맨 손으로 흙더미를 헤치며 구조에 앞장 선 그였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때는 모습을 감추었다.
 
요한, 씨돌의 이름으로 살았던 그의 삶이 진실했기에 시청자들은 더 그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일부 사람들이 투쟁, 봉사를 훈장처럼 삼아 정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기에 씨돌, 요한의 삶은 때로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양심'과 '순수'를 확인하는 희열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다큐는 과거 '요한'을 추적하며 그의 의로운 삶을 조명한다. 그렇다면 그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방송에서는 '용현'으로서 살아온 삶이 다뤄지며 많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제작진은 종적을 감춘 그를 강원도의 한 요양원에서 찾아내었다. 산에서 홀로 일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씨돌을 등산객이 발견해서 병원으로 급히 옮겼고, 그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측 반신마비에 언어장애로 소통이 안 되고, 더 이상 뇌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료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게서 더 이상 해맑은 웃음도, 총명한 눈빛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잊혀져간 분들 중 한 사람, 미소 되찾을 수 있길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용현씨가 고(故) 정연관 상병의 어머니와 형과 오랜만에 만나 오열하는 모습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용현씨가 고(故) 정연관 상병의 어머니와 형과 오랜만에 만나 오열하는 모습 ⓒ SBS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큰별 PD는 방송에서 권력과 명성에는 욕심이 없었던 인물 요한, 씨돌, 용현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정작 본인에게 도움 되거나 관계되는 일이 없었다. 왜 그런 삶을 살았나?"
 
이에 요한, 씨돌, 용현은 힘겹게 왼손으로 삐뚤빼뚤 글씨를 종이 위에 써 내려갔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왜 이런 일을 하고 살았는가?'라는 PD의 물음에 씨돌, 요한, 용현씨가 써 보인 글.

< SBS스페셜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 중 한 장면. '왜 이런 일을 하고 살았는가?'라는 PD의 물음에 씨돌, 요한, 용현씨가 써 보인 글. ⓒ SBS

 
그리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먹먹함에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요한, 씨돌, 용현에게 진 빚을 까맣게 잊고 산 것은 아닐까.
 
이큰별 PD는 SBS 기사 '[스브수다]"세상엔 또 다른 '용현'이 많아요"..'요한 씨돌 용현' 이큰별 PD의 바람'을 통해 "'요한, 씨돌, 용현'을 통해 단순히 이 아저씨의 대단한 인생만을 담으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해당 기사에서 "이름도 명예도 없이 잊혀져간 분들 중에 하나가 '용현'인 거고, 세상에는 또 다른 용현들이 많아요"라며 "그분의 희생적인 인생의 가치도 가치지만, 나아가 또 다른 용현을 찾아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어요"라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민주주의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인데, 우리는 그 꽃을 피운 사람에게만 주목했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된 수많은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이 말은 이큰별 PD가 취재 과정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큰별 PD 같은 이가 지금이라도 꽃이 아닌 뿌리와 줄기에 주목을 해주니 참 다행스럽다.
 
씨돌, 요한, 용현씨는 기초생활 수급자이고 자신의 터전마저 모두 기부하려 했던 터라 돈이 없다고 한다. 현재 그는 오른쪽 팔이 마비되고, 다리가 안쪽으로 말리고 있어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현재 원활한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게 빚을 진 우리 사회가 다시 그를 도울 수는 없을까. 부디 우리 안의 양심을 일깨워준 씨돌, 요한, 용현씨가 제대로 치료 받고, 그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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