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 FC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 FC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시 봐도 도무지 믿기 힘든 축구장의 기적이 일어났다. 일요일 밤, 오후 9시가 다 된 시각 관중석의 2571명 축구팬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무리 축구 게임 승리 팀 결정 방식이 상대 팀이 넣은 골보다 1점이라도 많으면 된다고 하지만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70분이 흐를 때까지 어웨이 팀이 4-0으로 앞서고 있었으니 이 게임은 그야말로 볼 장 다 본 흐름이었다. 당연히 홈팬들의 마음은 물론 벤치를 지키고 있는 코칭 스태프의 마음까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역전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해트트릭을 이겨내기 위해 해트트릭 맞불을 놓은 꼴이었으니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23일 오후 7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만 3골을 몰아 넣으며 5-4로 기적의 역전 드라마 승리를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포항 완델손의 해트트릭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포항의 완델손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포항의 완델손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는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2-0으로 멀리 달아났다.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완델손의 원 맨 쇼가 시작된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8분 만에 송민규의 패스를 받은 완델손이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으로 강원 골문을 시원하게 열어버린 것이다. 

마침 강원 FC 골문은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인 이광연이 지키고 있었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파상 공세 앞에 수비수 형들이 크게 흔들렸기에 속수무책으로 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이광연 골키퍼가 두 번째 골을 실점하는 장면.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이광연 골키퍼가 두 번째 골을 실점하는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38분에는 미드필드 오른쪽 지역에서 완델손이 왼발로 감아올린 프리킥이 강원 FC 골문 앞에서 한 번 바운드 되며 빨려들어갔다. 이렇게 점수판이 2-0으로 바뀌자 후반전에는 포항 특유의 빠른 역습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포항은 역습으로 2골이나 더 달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54분, 포항 완델손의 역습 패스를 받은 김승대가 오른발로 찬 공이 강원 FC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고 곧바로 정재용이 밀어준 공을 이석현이 오른발로 차 넣었다. 김승대와 이석현의 슛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강원 FC 수비수들은 오합지졸 바로 그 형국이었다.

강원 FC는 이것도 모자라 3분 뒤에 또 역습을 내주며 0-4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에도 김승대의 빠른 역습 패스가 돋보였고 완델손이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 골로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강원 FC 조재완의 해트트릭 맞불

프로 팀과 아마추어 팀이 맞붙는 FA(축구협회)컵 대회도 아니고 K리그1 정규리그에서 4-0 점수판이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큼 강원 FC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홈팬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조재완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조재완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20분 이상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강원 FC 선수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71분에 작은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정조국의 패스를 받은 조재완이 오른발로 감각적인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포항 수비수 전민광과 김용환을 한꺼번에 따돌리는 방향 전환 드리블이 멋지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골키퍼 류원우도 몸 한 번 날리지 못하고 그대로 서서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쳐다보기만 했다.

강원 FC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로부터 7분 뒤에 수비수 발렌티노스가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여 귀중한 골을 따라붙은 것이다. 역시 교체로 들어온 김지현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위력적이었기 때문에 포항 골키퍼 류원우가 잡지 못하고 쳐냈고 발렌티노스가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은 1차 슛에 이어서 밀어넣기까지 완성시켰다. 이번에는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 수비 조직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표시되었을 때 점수판이 '강원 FC 2-4 포항 스틸러스'였으니 큰 이변이 없는 한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가 이길 것으로 보였다. 87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석현을 빼고 수비수 배슬기까지 들여보냈으니 뒷문 단속은 마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원 FC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기적의 그라운드를 만들어냈다. 90+2분에 김현욱의 왼발 크로스를 받은 조재완이 몸을 날리는 헤더 슛을 꽂아넣으며 춘천의 일요일 밤을 더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2분도 지나지 않아서 4-4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발렌티노스가 헤더로 넘겨준 공을 조재완이 기다렸다는 듯 왼발 발리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한 동점골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완델손의 해트트릭 앞에 고개를 숙였던 강원 FC 선수들이 조재완의 해트트릭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춘천의 기적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또 한 번 2분 가까이 흘렀고 이번에도 왼쪽 측면에서 조재완의 오른발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골을 위해 솟구치며 몸을 날린 주인공은 정조국이었다. 정조국의 헤더는 거의 얼굴로 들이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처절했고 완벽한 타이밍에 떨어진 공은 포항 골키퍼 류원우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 없이 골 라인 안쪽에 굴러다녔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정조국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강원의 정조국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후반전 추가 시간에만 2분 간격으로 세 골이나 터졌으니 대역전승을 거둔 강원 FC 선수들이나 연거푸 다섯 골을 내주며 역전패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나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믿기 힘든 순간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강원 FC는 이 믿기 어려운 역전승 덕분에 순위표를 5위(24점 7승 3무 7패 23득점 24실점)까지 끌어올려 상위 스플릿 자리 싸움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제 강원 FC는 오는 30일(일요일) 오후 7시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만나게 된다. 

내리 다섯 골을 내주며 역전패의 충격에 빠진 포항 스틸러스도 같은 날 선두 전북 현대를 스틸야드로 불러들이게 된다.

2019 K리그 원 17라운드 결과(23일 오후 7시,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

강원 FC 5-4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조재완(71분,도움-정조국), 발렌티노스(78분), 조재완(90+2분,도움-김현욱), 조재완(90+4분,도움-발렌티노스), 정조국(90+6분,도움-조재완) / 완델손(18분,도움-송민규), 완델손(38분), 이석현(54분,도움-정재용), 완델손(57분,도움-김승대)]

◎ 강원 선수들
FW : 조재완, 제리치(58분↔정조국)
MF : 김현욱, 한국영, 이현식(74분↔김지현), 신광훈
DF : 윤석영, 발렌티노스, 이호인(46분↔박창준), 김오규
GK : 이광연

◎ 포항 선수들
FW : 김승대
MF : 정재용, 이수빈(49분↔이승모), 완델손, 이석현(87분↔배슬기), 송민규(81분↔이진현)
DF : 이상기, 전민광, 하창래, 김용환
GK : 류원우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7점 11승 4무 2패 33득점 13실점 +20
2 FC 서울 37점 11승 4무 2패 28득점 14실점 +14
3 울산 현대 36점 11승 3무 2패 27득점 11실점 +16
4 대구 FC 28점 7승 7무 3패 23득점 12실점 +11
5 강원 FC 24점 7승 3무 7패 23득점 24실점 -1
6 상주 상무 24점 7승 3무 6패 19득점 20실점 -1
7 포항 스틸러스 20점 6승 2무 9패 17득점 26실점 -9
8 수원 블루윙즈 19점 4승 7무 6패 22득점 24실점 -2
9 성남 FC 18점 4승 6무 7패 15득점 20실점 -5
10 경남 FC 12점 2승 6무 9패 20득점 34실점 -14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11점 2승 5무 10패 9득점 24실점 -15
12 제주 유나이티드 10점 2승 4무 11패 18득점 32실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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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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