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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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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02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방침의 일환으로 ㈜한국냉장 민영화 방침을 천명하면서 ㈜한국냉장이 소유하고 있던 노량진수산시장의 건물과 부지를 분리하여 서울시(당시 시장 고건)가 인수할 수 있는지 타진한다.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에 먼저 인수를 타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정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한다.

결국 노량진수산시장 부지와 건물은 수협이 인수한다. 이때 수협은 단 50억 원으로 1450억 원의 정책금융을 받아 인수한다. 재정 여력이 없어 인수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는 가지고만 있어도 저절로 가치가 오르는 괜찮은 부동산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과거에도 이런 이상한 일은 있었다. 1983년 서울시(당시 시장 김성배)는 재일동포 자본을 대주주로 하는 ㈜서울수산청과시장이 운영하던 수산시장과 청과시장을 분리하여 수산시장을 전두환의 형 전기환이 실질적인 대주주로 있는 ㈜노량진수산에 강제로 넘기는 조치를 취한다. 전두환의 형 전기환이 청와대 비서관 이학봉을 통해 서울시에 압력을 가한 끝에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을 강제로 빼앗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인 1988년의 일이었다.
 
전기환의 <노량진수산시장 강탈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1988. 11. 9)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의 형 전기환은 1983년 청와대의 힘을 배경으로 이학봉 당시 청와대비서관을 동원하여 당시 서울시장 김성배에 압력을 가해 노량진수산시장의 운영권을 강탈했다. (<동아일보>, 1988. 11. 9)
▲ 전기환의 <노량진수산시장 강탈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1988. 11. 9)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의 형 전기환은 1983년 청와대의 힘을 배경으로 이학봉 당시 청와대비서관을 동원하여 당시 서울시장 김성배에 압력을 가해 노량진수산시장의 운영권을 강탈했다. (<동아일보>, 1988. 11. 9)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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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은 이후에도 발생한다. 시장개설자인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건물과 부지를 인수하지 않는 대신 수협이 내세운 자회사 ㈜수협노량진수산으로부터 그 건물과 부지를 임대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그것도 무상임대로.

수협에 너무 감복한 탓일까. 서울시는 그렇게 무상으로 임대한 건물과 부지를 곧바로 ㈜수협노량진수산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데 멈추지 않고, ㈜수협노량진수산을 "도매시장법인으로 지정하고" "도매시장을 관리·운영"하도록 한다. 그것도 완전 무상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운영권은 예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황금방석'으로 불리기까지 한 알짜 중의 알짜였다. 그런 도매시장 운영권을 서울시는 단돈 1원 한 푼 받지 않고 2003년 이래 지금까지 수협에 무료로 넘긴 것이다. 서울시를 (갑)으로 ㈜수협노량진수산을 (을)로 하여 체결한 시설사용대차계약서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었다.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주도, 서울시의 직무유기에서 비롯

서울시의 이상한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울시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아래 농안법) 상 시장개설자로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도매시장 시설의 정비·개선과 합리적인 관리"(제20조 1호) 업무조차도 ㈜수협노량진수산에 넘겨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한다.

농안법 제21조에는 "① 도매시장 개설자는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된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이하 "관리사무소"라 한다)를 두거나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이하 "관리공사"라 한다), 제24조의 공공출자법인 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중에서 시장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② 도매시장 개설자는 관리사무소 또는 시장관리자로 하여금.... 도매시장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도매시장법인에 불과한 ㈜수협노량진수산은 관리업무를 수행할 있는 시장관리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이는 서울시가 개설한 또 다른 중앙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서울시의 자회사인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시장관리자로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점과 명확히 대비된다. 서울시가 ㈜수협노량진수산에 "도매시장을 관리·운영"할 권한을 부여한 시설사용대차계약서는 농안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불법 계약서였던 셈이다.

이로써 ㈜수협노량진수산을 내세운 수협은 서울시로부터 '초법'적인 지위인 '실질적 개설자' 대우까지 받으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와 운영 업무 전반을 장악하게 된다.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것도 이 불법 시설사용대차계약서 때문이었다.
 
 2016년 서울시는 자신을 (갑)으로 하고 ㈜수협노량진수산을 (을)로 하여 시설사용대차계약서를 체결하였다.
 2016년 서울시는 자신을 (갑)으로 하고 ㈜수협노량진수산을 (을)로 하여 시설사용대차계약서를 체결하였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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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이 없게 된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도 시장개설자인 서울시를 제치고 자신이 주도하기로 마음먹는다. 서울시도 '기꺼이' 노량신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기본 계획을 수협이 세우도록 '배려'하고, 실제 일의 추진도 수협이 담당하도록 '배려'한다. 심지어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1540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장개설자의 지위에 있었는데도 이를 수협이 받아가는데 이의제기 한 번 없이 눈감아주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씨가 '나는 형식적 대통령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격

수협이 만든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홈페이지에도 "서울시가 개설한 중앙도매시장"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은 수협이 개설한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국의 농수산물 시장가를 결정하는 중앙도매시장의 개설권을 만약 수협과 같은 생산자협동조합에 주게 되면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농수산물의 가격안정은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점만 생각해도, 농안법이 수협이나 농협이 아닌 서울시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에 중앙도매시장의 시장개설권을 부여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간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자 서울시 담당부서(도시농업과)는 "서울시는 형식적 개설자일 뿐이고, 실질적 개설자는 수협이다. 따라서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주도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논리를 수용한다면 우리는 커다란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씨는 형식적 대통령이고, 실질적 대통령은 최순실이다. 따라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국정농단이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도 함께 수용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12월 서울시의회 토론회에서 서울시도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관리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민, 우리가 왜 내 호주머니 털어 수협 먹여 살려야 하나   
 
 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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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이 그동안 서울시의 직무유기로 얻은 특혜성 이익을 정리해보면 2002년 노량진수산시장 인수 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얻은 막대한 이익(2002년 1500억에 인수한 부지와 건물의 가치는 2013년 기준 이미 5천억을 넘어섰다고 서울시가 시인한 바 있음), 2003년부터 적정 부동산임대수익을 뛰어넘어 얻는 매년 70-80억 원 규모의 초과 수익,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시장개설자 서울시의 자산이 되었어야 할 국고보조금 1540억 원 가량이다. 대단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개발 수익으로 얻게 될 예상 수익까지 감안하면 조 단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수협이 누리고 있는 이러한 특혜와 부당이익이 결국 서울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민들이 수협을 살리기 위해 매일 필요 이상으로 비싼 비용을 들여 수산물을 섭취하고 있고, 필요 이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부동산 구입이나 임대를 감당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 서울시는 언제까지 직무유기를 계속할 것인가. 농안법에서 시장개설자 서울시에 부여한 권한과 의무는 언제부터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 현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의 당사자인 서울시는 이제라도 그동안의 잘못을 사과하고 시장개설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 길만이 현 노량진수산시장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심각한 노량진수산시장 갈등]
해장국 뿌리고, 차량 부수고...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서 벌어지는 일들
http://omn.kr/1jtfx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학규는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겸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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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