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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에게 '흑역사'로 남아 있는 경험 하나를 공유해볼까 한다. 2010년에 있었던 일이다. 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해서 시끄러웠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사실 정치에 크게 관심 없던 터라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시 우리 학교의 도덕 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나는 만나는 친구들마다 '야, 우리 학교 도덕 선생님이 전교조래'라고 말하고 다녔다. 학교에서는 노동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고 그래서 교직원도 노동자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던 나에게 '교직원'과 '노조'의 조합은 꽤나 부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전교조를 그때 처음 알았지만 암튼 좋은 일은 아니니까 명단을 공개했겠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한국사회에 퍼져 있는 '전교조 혐오'는 결국 '노동 혐오'의 연장선인 것 같다. '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우리를 지탱하는 많은 요소들이 노동에 의해서 유지된다는 인식이 부족한 사회라면 학교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기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지탱하는 숨은 노동자들의 고달픔

그나마 교사들은 우리가 쉽게 볼 수라도 있지, 학교에는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숨겨진 노동' 덕분에 학교가 돌아가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파업에 동참했다. 3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6천여 개의 학교, 총 4만여 명의 학교에서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전국학비노조)의 사전 총파업 대회가 있었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우리 곁에 늘 있었던 노동이 사라지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 직면하게 된다. 급식소가 공사에 들어갔을 때는 집집마다 직접 도시락을 챙겨 가야 했다. 내 또래들은 급식을 먹는 게 너무 당연했던 세대니까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던 것은 당연했다.

철없던 우리는 왜 급식을 하지 않느냐며 불평했다. 파업이 아니라 공사였는데도 이렇게 불편한데, 관심 가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존재를 드러내는 일을 감당하는 것은 얼마나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겠는가. 그런데 이런 계기가 있어야 그나마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게 가능해진다. 많은 경우, 그들이 격무에 시달리다가 쓰러지더라도 우린 잘 모른다.

지난 6월 말 전국학비노조가 초중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급식실 산업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급식 노동자 1인당 평균 식수인원은 145명 정도로 타 공공기관의 두 배에 달한다. 급식노동자의 고강도 노동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병도 많이 앓고,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응답자의 93.7%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병가나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4.5%가 '아니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5%는 지난 1년간 화상과 감염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일례로, 2014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급식조리원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고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이 문제를 특정성별이 유독 심하게 겪을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학교회계직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14만 명의 학교 회계직원 중 93.7%(13만 2258명)는 여성 노동자였고, 직종별로 살펴보면 돌봄 전담사의 99.9%(1만 2045명), 영양사 99.8%(5194명), 조리원 99.5%(4만 7498명)가 여성으로 조사됐다. 또한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다. 이 정도면 학교현장을 움직이는 건 중년의 여성 노동자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번 전국학비노조의 총파업에 학생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한 학교의 교장이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총파업 격려금을 보냈다는 '훈훈한' 사연들이 보도되고 있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일 테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굉장히 어색했던 게, 내가 초중고를 다닐 동안 우리를 지탱하던 '숨은 노동'의 당사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나 모르게 누군가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고, 학교에서도 연대의 필요성을 가르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번 파업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응원과 격려의 물결이 부럽기만 하다.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2010년대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같은 일 때문에 시끄럽던 때니까 더더욱. 아마 학생들에게는 이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굉장히 중요한 경험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더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그들의 건강할 권리와 노동인권 문제 전반에 대해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중년 여성 노동자라는 지점에서는 여성주의적인 문제의식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을 넘어, 우리는 이번 일이 민주시민교육의 생생한 사례 그 자체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달라진 만큼,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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