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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6월에 홍콩을 가려고 해?"
"홍콩은 나중에 가도 되지 않을까? 다른 나라는 생각 안 해봤어?"


내가 홍콩 여행을 가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돌아왔던 반응들이다. 주로 홍콩을 다녀와 본 사람들 위주로 이런 반응들이 나왔는데, 6월과 7월은 너무 더워서 여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나 뭐라나. 그렇지만 나는 툭하면 30도가 넘어가는 여름을 살아가는 한국사람 아닌가. 홍콩 날씨 정도면 버틸 만 하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전혀 다른 걱정을 하게 되었다. 홍콩이 갑자기 시위 정국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바처럼, 홍콩에 거주하는 범죄 용의자들을 중국, 대만 등에서 재판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범죄인 인도법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날씨가 아니라 수많은 외신보도와 현지인들이 올리는 SNS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경찰들과 격하게 대치하며 부상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투신해서 사망한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 그렇게 되자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나를 걱정했다. 

그러다가 6월 15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무기한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하자마자 한숨 돌린 것 같다. 아마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들 중에 이 정도로 내가 하루하루 상황을 체크했던 일이 있나 싶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첫 홍콩여행을 밀어붙였다.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여름에는 홍콩을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차양과 전광판이 없이 하염 없이 기다려야 하는 홍콩의 버스 정류장
 차양과 전광판이 없이 하염 없이 기다려야 하는 홍콩의 버스 정류장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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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홍콩에 있었던 4일 동안에 집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행자에게 위협이 될 만큼의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위협한 것은 홍콩의 6월 날씨였다.

홍콩은 웬만하면 26도에서 31도 사이의 평범한(?) 기온을 유지했지만, 습도가 어마어마한 상태였던 것. 더위보다 습한 게 문제였다. 한국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습도였다는 말로는 표현하기도 힘들다.

홍콩 공항에서 내가 예약해 두었던 호텔 바로 앞까지 가는 A21 버스를 15분가량 기다렸던 것 같은데, 정류장에는 차양도 없었고 한국처럼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도 없었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마치 이런 습함은 늘 겪는 일이라는 듯이 태연하게 서 있었는데 그것이 나를 더 당황하게 했다. 이런 날씨와 습도에도 적응할 수 있구나.
 
 트램의 2층에서 볼 수 있는 홍콩시내의 광경.
 트램의 2층에서 볼 수 있는 홍콩시내의 광경.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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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간의 여행에서 주로 이용했던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라고 불리는 2층 버스와 지하철(MTR)이었다.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지하철이야 한국에서도 많이 타고 다니는 거라 딱히 특별한 경험은 아니긴 했는데, 트램은 아직 홍콩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홍콩 시내의 거리를 구경하면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다른 트램도 볼 수 있다. 한국의 버스는 앞문으로 돈을 내고 타면서 뒷문으로 보통 내리지만, 홍콩의 트램은 뒤로 타서 내릴 때는 돈을 내고 앞문으로 내린다. 걸어 다니면 느낄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을 트램 2층에서는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크다. 

이방인으로서의 경험, 색다른 분위기... 다음에 또 봐요 
 
 홍콩 필름 아카이브(HongKong Film Archive)는 현재 전시중.
 홍콩 필름 아카이브(HongKong Film Archive)는 현재 전시중.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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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완호(Sai Wan Ho)역의 홍콩 필름 아카이브(Hongkong Film Archive)와 야우마테이(Yau Ma Tei)역의 큐브릭(Kubrick)은 홍콩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콩 필름 아카이브는 지난날의 홍콩 영화들을 아카이빙하는 곳으로, 영상자료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갔던 날에는 'No Screening Today', 즉 영화 상영은 하지 않았고 전시 하나가 기획 중이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지각 : 영화음악과 음향효과(Invisible Perception : Film Score and Sound Effects)'라는 제목의 올해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이다.

이름은 거창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말 그대로 영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영화음악과 음향효과를 홍콩 영화를 통해 조명하는 기획이라고 보면 된다. 홍콩영화 마니아가 아니어도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관심 있게 볼 만한 전시인 듯하다. 1950년~1960년대 홍콩의 영화산업이 음향과 음악에 대해 가졌던 태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홍콩 큐브릭에서는 <기생충>, 아니 <상류기생족>이 절찬 상영중.
 홍콩 큐브릭에서는 <기생충>, 아니 <상류기생족>이 절찬 상영중.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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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영화관, 카페, 서점이 한데 뭉쳐 있는 곳이다. 내가 가던 날에는 <기생충>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었다.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서는 <상류기생족>(上流寄生族)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있다. 서점에는 광둥어로만 쓰인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문판도 있다. 

특히 영화 관련 서적이 눈에 띄었는데 지난 3월 작고한 아녜스 바르다의 인터뷰집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을 다룬 책 등이 대표적이다. 커피와 파스타와 함께하며 독서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중의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다는 것만 감안하면 괜찮은 공간인 듯하다. 
 
 위는 하드록 카페(Hard Rock Cafe), 아래는 네드 켈리스 라스트 스탠드(Ned Kelly's Last Stand).
 위는 하드록 카페(Hard Rock Cafe), 아래는 네드 켈리스 라스트 스탠드(Ned Kelly"s Last Stand).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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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공연을 보기 위해 펍이나 바를 들렀다. 한국에는 서울과 부산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이 퍼져 있는 카페 겸 펍인 '하드 록 카페(Hard Rock Cafe)'는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운 좋게 때가 맞으면 공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침사추이(Tsim Sha Tsui)에 있는 네드 켈리스 라스트 스탠딩(Ned Kelly's Last Stand)은 강추다. 매일 밤 9시 반이 되면 밴드의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하드 록 카페에서보다 더 가까이서 들어서 그런지 너무 인상적인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실 홍콩 얘기를 하자면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다녀와서 홍콩은 어땠냐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나는 "다시는 여름에 홍콩을 가지 않겠다"는 농담과 진담이 섞인 대답을 했다. 그 정도로 더웠고 습했다. 워낙 여름을 잘 버티지 못하는 나였기에 홍콩의 날씨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실내 공간을 찾아 다녔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여름과는 다른 그 기분, 느껴봐야만 알 수 있다. 만약 홍콩을 다시 가게 된다면, 다른 계절을 택하게 되겠지.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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