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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월의 '울고넘는 박달재'를 부르고 있는 홍성군수
 반야월의 "울고넘는 박달재"를 부르고 있는 홍성군수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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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석환 충남 홍성군수는 친일 작사가 반야월의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작가의 친일 문제는 알지 못했고, 주최 측이 권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해명했다.

홍성군청 홍보팀 관계자도 "반야월의 노래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흘러나올 정도로 일반적인 대중가요이다. 작사가가 친일논란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라며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도 친일논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애국가도 부르지 말아야 하는 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얼필 들으면 이 같은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작곡가를 일일이 검색하고, 그의 친일 이력까지 살피며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작사가의 친일 이력을 꼼꼼히 살피고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사를 제보한 A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백번 양보해서 친일파가 작사한 곡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라서' 노래를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전과는 다른 태도와 입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홍성 군수나 홍성군 차원에서 "작사가의 친일 전력을 알았으니 앞으로 해당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제 하겠다"는 정도의 반응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홍성군청 관계자의 '애국가를 빗대어 한 발언'은 유감스럽기까지 하다. 애국가는 최근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문제로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애국가 폐지' 논란까지 논점을 확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애국가와 무궁화는 법령에 의해 정해진 국가와 국화가 아니다. 비록 법령은 없지만 관행에 의해 국가로 불려지고, 관행에 따라 나라꽃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태극기의 경우 국기제작법(1949)과 국기게양법(1950)에 국기로서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애국가와 무궁화는 굳이 법령에 근거하지 않아도 언제든 '국가'와 '국화'의 자리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제 강점 시절, 일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하며 민족을 핍박하는 데 앞장선 부역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윤봉길, 안중근, 유관순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아낌없이 바치며 독립 운동을 했다. 친일 작사가의 노래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도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김석환 홍성군수와 군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친일 인식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하게 곱씹어 보길 바란다.

태그:#반야월 , #김석환 홍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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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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