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천 유나이티드 FC, 대구 FC가 연이어 축구 전용구장 건립으로 관중 수 증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U-20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인기와 '병수볼'로 6경기 무패행진과 함께 4위로 도약한 강원 FC의 활약에 힘입어 강원도에도 축구 전용구장 건립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축구 전용구장, 일반 구장과 무엇이 다른가
 
국내 구장의 대부분은 종합운동장의 형태로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겸하여 사용한다. 축구경기뿐 아니라 육상선수권 대회, 투포환 대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관중석과 축구장 사이에 육상트랙 등이 섞여 있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를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축구 전용구장은 말 그대로 '축구만'을 위한 구장이다. 육상트랙 등이 없이 관중석과 경기장이 밀착돼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축구를 보러오는 관중들은 영화를 보듯 선수들의 목소리, 표정, 플레이까지 느낄 수 있다. 선수들도 관중들의 응원을 가까이서 들으며 힘을 얻기도 한다. 또한 구단 입장에서는 구장 규모와 관리 소요가 종합운동장에 비해 적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강원 FC 서포터즈들의 모습

강원 FC 서포터즈들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해외의 PL, 라리가 등의 명문구단들은 대부분 축구 전용구장을 사용한다.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는 포항스틸러스의 포항스틸야드, 전남 드래곤즈의 광양 축구전용구장이 대표적이며, 최근 들어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길었던 인천월드컵경기장 생활을 청산하고 축구전용구장인 '숭의 아레나'로 자리를 옮겼다. 대구 FC도 홈 구장을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DGB 대구은행파크로 옮기며 관중 증가 효과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U-20 월드컵 인기에 성적도 호황, 축구 전용구장 건립 논의 시작
 
올 시즌 강원 FC는 20경기 9승 4무 7패 승점 31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서울과는 단 3점 차이다.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4에서 5-4 대역전승 이후 3승 1패를 내달리며 첫 ACL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조국, 이근호(현 울산), 윤석영, 신광훈 등을 영입하며 통 큰 투자를 했던 강원 FC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이뤄가고 있다.
 
성적 상승뿐 아니라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이광연·이재익 선수로 구단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이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성적과 인기를 바탕으로 <강원도민일보>가 캠페인을 펼치며 강원도 축구 전용구장 건립에 힘을 실었다. <강원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원 FC 구단주인 최문수 도지사도 "유명 축구단의 전용구장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며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던 축구 전용구장 건립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축구 전용구장의 효과, 강원도에 왜 필요할까
 
축구 전용구장의 경제효과는 대구 FC가 보여주고 있다.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티켓 수익을 올리며 평균관중도 지난해 3518명에서 1만 583명으로 3배 정도 늘었다. 축구 경기에 관중이 몰리니 경기장 주변의 가게들도 고객들이 몰리며 지역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구단에 대한 재정적 기여도 상당하다. 2017년 119억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1억 원으로 올해는 1분기에는 1억 원 적자로 적자 폭이 감소했다.
 
대구 FC의 DGB 대구은행파크 건립은 대구의 이미지와 함께 수익, 지역사회 활성화, 구단 재정 개선 등의 효과를 낳았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유명 구단 경기장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대구 FC의 홈구장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ACL 진출과 조현우라는 월드컵 스타의 인기에 더해 올해도 '대구에로' 세징야, 김대원 등이 활약하며 5위에 올라 하위 스플릿에만 머물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PL의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으로 만든 대구 FC의 유니폼과 트레이닝 의류 등도 온라인상에서도 매번 재고가 부족할 정도라고 아렬졌다.
  
 2019년 5월 3일 DGB 대구은행파크(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상주 상무의 경기. 이날 912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2019년 5월 3일 DGB 대구은행파크(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상주 상무의 경기. 이날 912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 FC를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강원 FC의 지난해 관중 평균 수는 1350명이고, 올해도 2480명에 그치고 있다. 입장 수입도 지난해에 2억 1134만으로, K리그1 총 입장 수입 평균인 9억 6988만 원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 강원 FC의 홈구장인 송암 레포츠 타운은 경기를 보러오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소다.

춘천 시내에서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구단 버스를 운영 중이긴 하지만 모든 관중을 태울 수는 없다. 시내버스조차도 20~30분 간격이고 버스를 타고 오는 데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 또 홀로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주변 상권에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미진하다. 그렇다고 경기를 보기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가변석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다 보니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의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재정적 효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관중 수 모두 떨어지며 현재 1분기만 해도 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강원 FC는 지자체의 '계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강원 FC의 축구 전용구장 건립은 강원 FC를 살리고, 각 군에서 여러 초중고, 대학생들의 축구대회를 개최하며 '축구의 중심'을 꿈꾸는 강원도로 만들기 위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원 삼성의 노동건 골키퍼의 모습. 사진 배경으로 강원 FC의 홈 구장인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주경기장이 보인다.

수원 삼성의 노동건 골키퍼의 모습. 사진 배경으로 강원 FC의 홈 구장인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주경기장이 보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도 축구 전용구장, 결국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강원도가 축구 전용구장 건립을 위해서는 강원도 의회를 통과해야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은 위치다. 강원 FC의 트레이닝 센터는 현재 강릉에 있다. 반대로 강원 FC 홈구장인 송암 레포츠타운은 춘천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 FC와 달리 도민구단이다.

도 외에 관중들과 함께 강원도 내 관중 유치를 위해서는 강원도민들이 오기 편해야 하며, 이 경우 원주, '올림픽 개최지' 평창 등도 후보군이 된다. 지역뿐 아니라 특정 시나 군이 선정되어도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내와의 인접성도 필수 요소다. 경기장을 찾아온 관객들이 경기를 기다리며 주변상권의 물품들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위치뿐 아니라 단순히 축구 전용구장 건립이 대구 FC와 같은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대구 FC의 흥행은 강원 FC가 하나의 문화와 메카로 자리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다른 팀과의 차별성도 필요하다. '강원도는 축구'라는 이미지를 위해 축구장뿐 아니라 유니폼, MD 상품 등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이 갖춰지고, 아름다운 경기장과 축구를 보기 위해 관중들이 찾아오고 싶은 곳이 돼야 대구 FC와 같은 성공사례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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