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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농가를 응원하기 위해 유튜브에 '만능양파볶음' 만드는 법을 올린 백종원씨.
 양파 농가를 응원하기 위해 유튜브에 "만능양파볶음" 만드는 법을 올린 백종원씨.
ⓒ 백종원의 요리비책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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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양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유튜브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7월 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양파 소비를 촉진하자는 차원에서 백종원씨 채널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백씨가 흔쾌히 응해줬다"며 "여전히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상태지만, 예전보다 시장에서 소화하는 물량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습니다.

20년간 8000평 이상의 밭을 경작하고, 그중 두 해는 양파 농사를 짓기도 한 농사꾼으로서 양파 재배 농가를 응원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백종원씨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농산물 수급 조절과 농민 생활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농식품부에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1년 양파 재배면적은 2만2976ha, 수확량은 152만 톤이었습니다. 올해는 2만1785ha, 126~132만 톤입니다. 수확량조차 확정 짓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최대로 계산해 봐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2011년에 비해 약 10%가량 줄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올해 양파 생산 과잉의 주요 원인은 전년보다 재배 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상호조 등에 의한 생산량 증가에 의한 것"(정책브리핑 7월5일자)이라고만 밝힐 뿐입니다.

농민들은 왜 투기성 작물 재배에 내몰리나  
 
충북 단양의 배추밭 (2018년 12월)
 충북 단양의 배추밭 (2018년 12월)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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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양파 농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동네 주변 농가를 봐도, 올해도 겨울이면 또 다시 얼어버린 배추를 보게 될 겁니다. 그때는 또 누구에게 소비 촉진 캠페인을 부탁할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농민의 입장에서, 농식품부의 설명이 무책임하고 소극정인 행정으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관리했어야 할 농산물 가격 폭락의 책임을 농민들의 이기적이고 투기적인 작물 선택의 결과로 돌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농민이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떠넘긴다는 프레임 안에서는, 농민과 도시민 간의 갈등만 조장될 것입니다.  

해마다, 철마다 되풀이 되는 농산물의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농업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농가 당 농업 소득이 20년 넘게 1000만 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농업 소득을 넘어서는 공익적 가치를 생산하면서도 아무런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생계에 쫓겨 투기성 작물 재배에 내몰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말하면 국가나 소비자 등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합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가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직불제 확대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야
  
농업의 다원적 가치 평가
 농업의 다원적 가치 평가
ⓒ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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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2기 민주 정부(2000, 2006)에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6년의 경우 약 67조 원의 가치가 논밭에서 생산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농업 생산액의 2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축산 제외,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얼마일까?).

2016년 11월 1일, 농협 등 범농업계가 함께 추진한 농업가치 헌법 반영 서명운동이 30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하고, 12월 1일 기준 1114만여 명을 기록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농민신문 2016.12.6.).  

스위스는 이미 20년 전부터 농업 예산의 50%가 넘는 돈을 직불제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는 70%를 넘겼고, 2016년에는 농업 예산의 약 77%가 직불금으로 쓰였습니다(문재인 정부의 농어촌특별위원회에 바란다).

우리의 경우 2017년 농업 예산의 19.7%가 직불금으로 쓰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스위스처럼 직불금을 확대시킨다면, 농가의 사정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또,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진흥원은 "스위스의 직불제가 지속가능한 농업의 육성과 다원적 기능의 확산에 기여하는 인센티브로 기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직불제 또한 이런 성격을 갖는 직불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 연구 - 스위스 농정시스템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의 농업 소득을 높여 투기성 작물 재배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수급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입니다.

태그:#백종원, #황교익,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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