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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125일만인 지난 5월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양승태, 구속 125일만에 첫 재판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125일만인 지난 5월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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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오전 10시 재판 전 자리에 앉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병대 전 대법관, 변호인 등과 대화를 나눴다. 간간이 미소를 띠는 그의 모습은 다소 찌푸리거나 굳어있던 재판 때와 달랐다. 잠시 후 재판이 시작되자 양 전 대법원장은 평소처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맞은편에는 10명의 검사가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한상호 변호사(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기일을 8월 7일에 다시 정하되 한 변호사가 또 불출석할 경우 김앤장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확인하자고 재판부에 건의했다. 박주성 부부장 검사는 "8월 10일 구속기한 (만료)전에, 양승태 피고인의 공소사실 중 강제징용 관련 핵심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지휘해달라"고 덧붙였다.

8월 10일, 그가 풀려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석방은 예정된 수순이다. 재판 시작 후 추가 기소가 이뤄졌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달리 그는 새로운 혐의가 더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나면 관련자들과 접촉이 가능해지는 등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강제징용 부분은 그가 박근혜 정부와 '거래'를 했다고 의심받는, 사법농단의 주요 혐의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일본 전범기업 소송을 박근혜 정부 뜻대로 지연, 법관 해외 파견을 늘리려고 했다고 본다. 이때 김앤장은 일본 기업 법률대리인이었고, 한상호 변호사는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만나 소송 절차를 논의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즉각 반대의견을 밝혔다. 김앤장 압수물은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진술의 성격도 있으니 작성자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한상호 변호사 등 김앤장 관계자의 증인신문 후 증거조사를 진행하는 게 맞다는 이유였다.

이상원 변호사는 "이 증거들은 그 문건에 기재된 내용대로 사실인정될 위험성이 농후해 검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압수물들은 진술증거가 아니라 '이런 서류가 있다'는, 서면으로서의 증거라는 검찰 반론을 두고 "증거능력제도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난 주장이라 받아들여지면 강력히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종헌 USB' 이어 또 USB 문제...
 
2018년 7월 27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피해 소송을 둘러싼 외교부, 사법부, 김앤장의 유착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사법부-외교부-김앤장 유착을 고발한다" 2018년 7월 27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피해 소송을 둘러싼 외교부, 사법부, 김앤장의 유착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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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선 또 다시 'USB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법원행정처 주요 문건이 담긴 '임종헌 USB'를 확보했다. 임 전 차장도, 양 전 대법원장도 검찰이 법을 어긴 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이 USB를 증거로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재판부 모두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증거로 채택하면서 USB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 쪽에선 새롭게 '외교부 USB'를 문제 삼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일 외교부 동북아국 인사제도평가팀을 압수수색하며 공용외장하드 중 '직무파일' 폴더에서 법관 해외 파견 관련 파일들을 확보, 현장에서 외교부 인사제도팀이 제공한 빈 USB에 담았다. 이때 USB 봉인지(압수물 확인지)에는 사용자와 피압수자 모두 허아무개 외교부 사무관이라고 쓰였다.

이상원 변호사는 검찰이 USB를 통째로 압수한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USB 봉인을 해제, 분석하는 과정에 허 사무관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장재완 검사는 "7월 3일 검증 결과 (USB 파일과 그 출력물 사이에) 동일성 등 아무 문제 없음을 직접 확인하고도 검찰 수사에 흠집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때 '흠집내기'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검찰과 세 전직 대법관 변호인단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재판부는 USB 압수와 분석 절차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허 사무관을 증인으로 불러야 할지는 좀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다만 증인의 성격이나 신문 때 제시할 자료에 차이가 나는 외교부 다른 공무원들은 예정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정리했다.

태그:#양승태,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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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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