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순간 코트에 무릎을 꿇고 감격에 잠긴 시모나 할렙

우승 순간 코트에 무릎을 꿇고 감격에 잠긴 시모나 할렙 ⓒ 윔블던테니스대회

 
결승전이 1시간도 안 돼 끝날 줄은 몰랐다. 완벽에 가까운 승리가 믿어지지 않은 듯 시모나 할렙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쟁반 모양의 우승 트로피를 받아들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을 실감한 시모나 할렙은 엄마의 꿈을 이루게 되어 더 기쁘다는 말을 남겼다. 시모나 할렙은 2018년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우승에 이어 두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세계 랭킹 7위)이 한국 시각으로 13일 밤 영국 런던의 올 잉글랜드 테니스 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 세계 랭킹 10위)를 56분만에 2-0(6-2, 6-2)으로 물리치고 개인 통산 메이저 대회 두 번째 우승 감격을 누렸다.

베테랑 서리나의 결정적 실수

역시 테니스는 코트 건너편에서 뛰는 상대 선수의 실수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가에서 갈림길이 만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시모나 할렙의 윔블던 첫 결승전은 너무나 완벽했다. 

상대가 10살 많은 서리나 윌리엄스였기에 이 결과가 더 놀랍다. 그동안 두 선수는 10번 만나서 서리나 윌리엄스가 아홉 번이나 이겼기 때문에 시모나 할렙이 게임 초반부터 쥐고 흔든 주도권이 낯설게 보일 정도였다.

지난 해 이 대회 준우승은 물론 통산 여덟 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서리나 윌리엄스가 첫 서브를 넣으며 결승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 첫 게임부터 서리나 윌리엄스의 실수가 눈에 띄었다. 

시모나 할렙은 첫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에서 침착하게 서리나의 서브를 받아넘겼고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로 흔들리는 서리나 윌리엄스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서리나 윌리엄스는 이 첫 게임을 잃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56분간 스트로크 실수(unforced errors)를 26개나 기록했다. 단 3개에 그친 시모나 할렙의 스트로크 실수와 너무나 큰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시모나 할렙의 코트 커버 거리 '1219.8 미터'

시모나 할렙은 첫 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놀라운 수비력으로 서리나 윌리엄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모나는 엄청난 코트 커버 능력을 자랑하며 두 손 백핸드 크로스를 성공시킨 것도 모자라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깨끗하게 뿌려 3-0으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여기가 실질적인 챔피언십 포인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흐름이었다. 

시모나 할렙의 놀라운 코트 커버 능력은 첫 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도 눈부시게 빛났다. 한 손으로 처리한 백핸드 크로스가 네트를 살짝 넘어가는 바람에 서리나 윌리엄스가 도저히 그 공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첫 세트의 주인이 시모나 할렙으로 결정된 것도 서리나 윌리엄스의 서브 리턴이 너무 길어 오른쪽 옆줄 밖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그랜드 슬램 단식 우승 트로피를 23번(호주 오픈 7회, 롤랑 가로스 3회, 윔블던 7회, US 오픈 6회)이나 들어올린 서리나 윌리엄스는 두 번째 세트 출발이 나쁘지 않았지만 다섯 번째 게임에서 비교적 쉬워 보이는 네트 바로 앞 백핸드 스트로크를 너무 길게 뿌렸다. 여기서 깨진 균형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서리나 윌리엄스의 스트로크 실수는 일곱 번째 게임에서 더 눈에 띄었다.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자기 서브 게임이었지만 듀스를 허용했고, 곧바로 포핸드 스트로크가 또 네트에 걸려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에 몰렸다. 이어진 두 번째 듀스에서도 서리나 윌리엄스의 백핸드 스트로크 실수가 연거푸 두 번이나 이어졌다. 이렇게 흔들리는 서리나를 상대로 시모나의 두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은 더 날카롭게 떨어져 게임 스코어를 5-2로 만들었다.

이윽고 챔피언십 포인트 서브 순간 시모나 할렙의 서브를 받은 서리나 윌리엄스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지 못하며 결승전이 끝났다. 2006년부터 프로 선수로 뛰기 시작한 시모나 할렙은 엄마의 꿈을 드디어 이룬 자랑스러운 딸이 된 셈이다.

2019 윔블던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 결과(13일,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

시모나 할렙 2-0(6-2, 6-2) 서리나 윌리엄스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시모나 할렙 1개, 서리나 윌리엄스 2개
더블 폴트 : 시모나 할렙 0, 서리나 윌리엄스 1개
첫 서브 성공률 : 시모나 할렙 76%(35/46), 서리나 윌리엄스 68%(32/47)
첫 서브 득점률 : 시모나 할렙 83%(29/35), 서리나 윌리엄스 59%(19/32)
세컨 서브 득점률 : 시모나 할렙 45%(5/11), 서리나 윌리엄스 47%(7/15)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시모나 할렙 100%(2/2), 서리나 윌리엄스 36%(4/11)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시모나 할렙 80%(4/5), 서리나 윌리엄스 0%(0/1)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시모나 할렙 45%(21/47), 서리나 윌리엄스 26%(12/46)
위너 : 시모나 할렙 13개, 서리나 윌리엄스 17개
언포스드 에러 : 시모나 할렙 3개, 서리나 윌리엄스 26개
총 뛴 거리 : 시모나 할렙 1219.8 미터, 서리나 윌리엄스 1043.1 미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테니스 윔블던 시모나 할렙 그랜드 슬램 서리나 윌리엄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