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트로피에 키스하는 노박 조코비치

윔블던 트로피에 키스하는 노박 조코비치 ⓒ 윔블던테니스대회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후 10시 10분 영국 런던에 있는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3위, 스위스)를 4시간 57분 만에 3-2(7{7TB5}6, 1-6, 7{7TB4}6, 4-6, 13{7TB3}12)로 물리치고 대회 통산 5회 우승 위업을 이뤘다.

타이 브레이크 강자 '노박 조코비치'

예상했던 것처럼 근래에 보기 드문 빅 게임이었다. 이를 한국에서 감상한 사람들은 월요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진 테니스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었기에 파이널 세트를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이 결승전이 더 특별했던 것은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어 마지막 순간에 더욱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도부터 윔블던 테니스대회 조직위에서는 파이널 세트에서도 타이 브레이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그 핵심이다. 다른 세트처럼 게임 스코어 6-6이 아니라 12-12가 된 순간부터 파이널 세트 타이 브레이크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이 결승전을 위해 마련한 규정처럼 정말로 그렇게 둘은 끝까지 헤어질 줄 몰랐다.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는 파이널 세트만이 아니라 1세트와 3세트에서도 타이 브레이크의 짜릿함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공교롭게도 이 고비를 맞아 노박 조코비치가 활짝 웃었다는 점이 특별했다. 아무래도 다섯 살 어린 노박 조코비치가 상대적으로 체력면에서 조금 앞서 있었다는 점이 타이 브레이크를 맞이하여 뒷심을 더 발휘한 이유이기도 했다.

첫 세트 타이 브레이크가 진행되면서 페더러의 스트로크 실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진 것도 모자라 백핸드 스트로크 실수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노박 조코비치에게 1-3으로 끌려간 것이다.

이후 로저 페더러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 변칙 공격이 성공하며 타이 브레이크 스코어 보드가 뒤집히기도 했지만 조코비치도 멋진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로저 페더러의 실수를 이끌어내 점수판을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는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 크로스가 오른쪽 옆줄 밖에 떨어지는 바람에 첫 세트 주인은 58분 만에 노박 조코비치로 결정났다. 

2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 날린 로저 페더러

타이 브레이크 압박감에 밀려난 로저 페더러는 더 물러날 수 없다는 듯 2세트 시작부터 정신을 바짝 차렸다. 노박 조코비치의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에 성공한 페더러는 게임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첫 세트 흐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25분 만에 6-1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로저 페더러의 대회 통산 아홉 번째 우승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3세트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노박 조코비치의 포인트는 페더러를 능가했다. 여기서 페더러는 백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이어진 4세트에서 페더러는 다시 따라붙었다. 파이널 세트로 결승전을 더 빛내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이 파이널 세트에서 무려 24게임이 이어졌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결승전 매치 포인트, 즉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는 로저 페더러가 먼저 잡았다. 파이널 세트 15번째 게임 서브권은 조코비치가 쥐고 있었지만 로저 페더러의 과감한 포핸드 크로스가 정확하게 꽂혔다.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페더러가 따낸 것이다. 

게임 스코어 8-7로 앞서나가며 자기 서브로 결승전을 끝낼 수 있었던 로저 페더러였다. 여기서 페더러는 두 개의 서브 에이스를 꽂아내며 '40:15' 두 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플레이어 박스도 흥분할 정도로 우승 트로피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테니스에서 2개의 포인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지막 안간힘을 쓴 조코비치는 포핸드 크로스로 끝내 듀스를 만들었고, 페더러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파이널 세트 끝자락에 다다랐다. 새로 만든 이 대회 규정상 게임 스코어 12-12에서 멈춘 뒤 곧바로 타이 브레이크로 우승자를 가려야 하는 것이었다. 노박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파이널 타이 브레이크는 페더러의 스트로크 실수가 역시 눈에 띄었다. 페더러의 포핸드 크로스가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1-4로 벌어진 점수판은 더이상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마지막 공도 페더러의 라켓에 맞고 너무 높게 떠오르고 말았다.
 
'윔블던 2연패' 우승컵에 입 맞추는 조코비치  노바크 조코비치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물리치고 우승한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윔블던 2연패' 우승컵에 입 맞추는 조코비치 노바크 조코비치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물리치고 우승한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렇게 페더러의 대회 통산 아홉 번째 우승 꿈은 날아갔다. 반대로 다섯 번째 우승, 그랜드 슬램 16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리게 된 노박 조코비치는 코트에 쪼그려 앉아 지난 해처럼 잔디를 조금 뜯어서 초록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
(14일 오후 10시 10분,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 센터 코트)

노박 조코비치 3-2(7{7TB5}6, 1-6, 7{7TB4}6, 4-6, 13{7TB3}12) 로저 페더러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10개, 로저 페더러 25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9개, 로저 페더러 6개
첫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2%(136/219), 로저 페더러 63%(127/203)
첫 서브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74%(101/136), 로저 페더러 79%(100/127)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47%(39/83), 로저 페더러 51%(39/76)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3%(24/38), 로저 페더러 78%(51/65)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38%(3/8), 로저 페더러 54%(7/13)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32%(64/203), 로저 페더러 36%(79/219)
위너 : 노박 조코비치 54개, 로저 페더러 94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52개, 로저 페더러 62개
총 포인트 : 노박 조코비치 204점, 로저 페더러 218점
뛴 거리 : 노박 조코비치 5623.5미터, 로저 페더러 5810.3미터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총 16회) 목록
호주 오픈 7회(2008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5년, 2016년, 2019년)
롤랑 가로스 1회(2016년)
윔블던 5회(2011년, 2014년, 2015년, 2018년, 2019년)
US 오픈 3회(2011년, 2015년,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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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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