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방영된 MBC 특별기획 드라마 <이몽>은 방영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유지태가 연기한 김원봉이라는 실존인물 때문이다. 김원봉은 한 쪽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을 주도한 자랑스런 독립운동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대한민국을 배신하고 월북해 공산주의자가 된 '민족의 배신자'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김원봉에 대한 논란이 아니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로 야심차게 기획된 <이몽>은 방영기간 내내 한 번도 두 자리 시청률을 넘기지 못한 채 최종회 시청률 4.3%로 초라하게 종영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이었던 SBS의 <녹두꽃> 역시 기대만큼 치고 올라가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몽>의 부진은 너무 강력한 경쟁작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한, 소위 '명예로운 죽음'이었다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캐스팅이 썩 화려하지 않았고 방영기간 동안 박한별의 남편 유인석이 버닝썬 사태에 연루되는 악재를 겪었던 <슬플 때 사랑한다>가 꾸준히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작이었던 <이몽>의 부진은 이례적이었다. MBC로서는 <이몽>의 후속작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MBC는 20일 첫 방송되는 <황금정원>에서 '흥행 치트키'를 사용한다. 4년 만에 MBC 주말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한지혜를 캐스팅한 것이다.

너무 일찍 성공하고 슬럼프에 빠졌던 배우, 주말드라마 통해 길을 찾다
 
 2012년에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은 한지혜의 배우 생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2012년에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은 한지혜의 배우 생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 MBC 화면캡처

 
한지혜는 광주 경신여고에 재학 중이던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도도 메이크업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한지혜 외에도 한예슬, 소이현, 공현주, 최여진, 김빈우 등 훗날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다. 훗날 최여진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밝힌 바에 따르면 그 해는 처음부터 주최 측에서 방송에 어울릴 법한 참가자들을 대거 입상시켰다고 한다.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와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 <남자의 향기>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던 한지혜는 2003년 윤석호 PD 계절시리즈 3편이었던 <여름향기>에서 이벤트 PD 박정아 역을 맡아 주목 받았다. 하지만 <여름향기>는 SBS의 <야인시대>와 MBC의 <옥탑방 고양이> 같은 히트작들에 밀려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모았던 <가을동화>나 <겨울연가>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한지혜는 2004년 드라마 <낭랑18세>에서 발랄한 여고생 윤정숙을 연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05년에는 영화 <B형 남자친구>에 연이어 출연했다. 하지만 이후 한지혜는 <섬마을 선생님>과 <비밀남녀> <구름계단>이 연속으로 낮은 시청률에 머물며 슬럼프에 빠졌다.

한지혜는 2007년 KBS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 출연해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2008년 MBC 대작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후반 남자캐릭터들의 복수극에 집중되면서 비중이 작아졌고 2010년에 출연했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역시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했다. 2011년에 출연한 드라마 <짝패>도 걸그룹 밀크 출신의 신예 서현진에게 밀려 높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위치의 배우로 전락하는 듯했던 한지혜가 다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 계기는 2012년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출연이었다. <메이퀸>에서 지나치게 착해서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는 천해주를 연기한 한지혜는 2012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과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결혼 후 슬럼프에 빠졌던 한지혜가 주말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이다.

온갖 시련 극복하는 주말드라마 주인공에 특화된 한지혜의 캐릭터
 
 한지혜는 2015년 <전설의 마녀>로 시청률 30% 고지를 밟은 후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한지혜는 2015년 <전설의 마녀>로 시청률 30% 고지를 밟은 후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 MBC 화면캡처

 
주말 드라마와의 높은 궁합을 확인한 한지혜의 차기작 역시 주말 드라마였다. 한지혜는 2013년 MBC 주말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해 1인2역을 무난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한지혜는 <메이퀸>으로 2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금 나와라, 뚝딱!> 역시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지혜는 KBS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MBC 주말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편의 주말 드라마를 성공시킨 한지혜는 2014년 윤계상과 함께 출연한 월화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가 최고 5.2%, 최저 2.2%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시 쓴 맛을 봤다. 하지만 한지혜는 같은 해 10월 MBC 주말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 출연해 시청률 30%를 이끌며 '주말 드라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MBC로서는 번번이 주말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을 견인해주는 한지혜가 대단히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전설의 마녀> 이후 약 3년 간 공백을 가졌던 한지혜는 작년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로 컴백해 36.9%의 시청률을 이끌며 '주말 드라마 흥행퀸'으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에 MBC는 작년 한 해 동안 <데릴남편 오작두>와 <이별이 떠났다>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따라서 MBC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고 MBC 주말 드라마를 3연속 시청률 20% 이상으로 이끈 한지혜 만한 적임자는 없다.

한지혜는 20일 첫 방송되는 <황금정원>에서 인생의 쓴맛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좋은 면을 찾아가는 야생화 같은 무한긍정주의자 은동주를 연기한다. 배우 김소연의 남편이기도 한 이상우가 강력계형사 차필승 역을 맡았고 <이름 없는 여자> 이후 2년 만에 복귀한 오지은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상류사회에 뛰어드는 SNS스타 사비나 역에 캐스팅됐다. <황금정원>은 30대 중후반의 비슷한 또래 배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꾸며질 예정이다.

사실 한지혜는 20년 가까운 경력에 비하면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를 시도하는 배우와는 거리가 있다. 혹자는 언제나 착한 성격을 가진 선역을 맡는 한지혜의 연기가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권선징악, 해피엔딩이 기본이 되는 주말드라마에서는 시련을 극복하는 오뚝이형 선역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하고 한지혜는 바로 그 이미지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배우다. 한지혜가 '주말드라마의 여왕'으로 수 년 간 사랑 받는 이유다.
 
 한지혜는 미스터리 휴먼 멜로를 표방한 <황금정원>에서 새로운 연기변신이 기대된다.

한지혜는 미스터리 휴먼 멜로를 표방한 <황금정원>에서 새로운 연기변신이 기대된다. ⓒ <황금정원> 홈페이지

 
한지혜 주말 드라마 메이퀸 황금정원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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