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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꺾일 때면 술 한 잔 기울이며~"

친구와 술만 마시면 부르는 노래다. 서로 죽으면 관 들어주기로 약속한 우리는 서로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정의'는 같다. '나쁜 놈은 처벌받는 세상'. 친구는 그 세상에 일조하기 위해 경찰 공무원 시험을 3년째 보다가 최근 합격했고, 나는 언론인이 되기 위해 27년 살아온 고향 대구를 떠났다. 가끔 만나 술 한 잔 기울일 뿐.

하루가 다르게 '나쁜 놈' 뉴스가 뜨는 세상이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나쁜 놈'을 잡는 '착한 놈'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이라면? '나쁜 놈'끼리 손잡아 버린다면? 최근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 주관하는 '청룡 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사실이 밝혀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5월 31일, "어떤 형태로든 민간 기관이 주관하는 상을 받은 공무원에 관한 특별승진, 승진 시 가점 부여 등 인사상 우대조치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상 자체에 관한 전면적인 폐지는 검토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고 조선일보는 따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사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시상 목록. 지난 5월 31일 정부는 이와 같은 상으로 받는 인사상 우대조치는 모두 폐기함을 공시했다.
 언론사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시상 목록. 지난 5월 31일 정부는 이와 같은 상으로 받는 인사상 우대조치는 모두 폐기함을 공시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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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31일, <미디어오늘>에는 부산시가 '조선일보 2019 최고경영대상'에 선정되면 시 광고 홍보비로 1650만 원을 조선일보에 납부하겠다는 계획이 밝혀져 민주언론시민 연합 등 많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1월에는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가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에스피시(SPC) 그룹과 <조선일보> 간부 사이에 '기사 거래' 정황을 폭로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는 아예 대통령과 기자 사이에 접대가 무분별하게 이뤄졌음이 출금전표와 접대 내역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해 드러난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조 아무개 씨 접대비’란 이름으로 작성된 기자 접대 명단
 지난해 드러난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조 아무개 씨 접대비’란 이름으로 작성된 기자 접대 명단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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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이 아니고서야 세상에 모든 사안을 검증하기는 어렵다. 3년이 아니라 30년 경찰 일을 해도 어렵고,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을 떠나 언론인을 하더라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사회심리학자 조지 짐바르도는 <루시퍼 이펙트>에서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나쁜 놈'을 우리는 어떻게 구별해야 하나? 오늘도 친구와 나는 자신을 비추는 투명한 소주잔 앞에서 해답을 찾는다.

소주 한 병을 비울 즈음, 어렵게 답을 찾았다.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이 악당을 물리칠 영웅이 이 세상에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상대적으로 힘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모두가 희망을 가지는 건 아니다. 희망은 때때로 절망보다 더 큰 불신을 낳는다. 옆자리 어른들이 술에 취해 목소리를 높인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며 "전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어른들이 말하는 '전부'에는 이 시대를 지탱하는 정부, 국회, 사법부, 검•경찰, 언론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공익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언론은 '전부'를 감시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언론은 공적 기관이 아니다. <KBS>와 같은 공영방송을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은 엄밀히 따지면 일반 사기업과 마찬가지다. 수익이 없으면 돌아갈 수 없고, 기자는 사명감을 가지기 전에 생계유지가 우선인 회사원이다. 일부 '나쁜' 언론사는 광고 수익에 자존심을 팔고, 나아가서 국민의 신뢰를 판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나쁜 놈보다 착한 놈으로 보일 뿐인 '더 나쁜 놈'을 만들어 낸다. 언론인이라면 가져야 할 태도인 '자본과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는 것'을 해결해 줄 영웅은 이 세상에 없다.

언론인은 스스로 영웅이 되어야 한다. 회사가 내 사명감을 박탈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자기 신념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명품 스카프에 기사를 팔아서도 안 되고, '청룡봉사상', '최고경영대상'이란 당근을 빌미로 공무원을 상대로 갑질해서도 안 된다.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대가로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신뢰 값을 받아야 한다. 투명한 소주잔이 자기 얼굴을 비추듯,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영웅과 악당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그들이 마음먹지 않으면 영웅이 되고 싶어도 취업조차 힘든 두 청년에게 희망은 없다.

태그:#정언유착, #기사 거래, #청룡봉사상, #기자 접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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