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으로 향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를 쫓아가자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 경찰에 항의 구호 외치는 홍콩시민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를 쫓아가자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경찰에게 '우리와 함께 싸우자, 행동하자'고 전하려는 겁니다. 지금 저희는 홍콩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경찰들은 우리와 같은 홍콩 시민입니다. 우리를 막거나, 우리를 폭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소리치는 겁니다."

17일 오후 7시 30분께, 홍콩의 번화가 조던 역 인근에서 진압봉과 방패를 든 경찰이 등장했다. 무장한 경찰 병력이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대를 위협하자 양쪽 인도에서 "행동하라(tried)"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시위대의 것이 아니었다. 수백 명의 일반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선 경찰들을 향해 함께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시위자 해산을 위해 투입된 경찰을 버스안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시위자 해산을 위해 투입된 경찰을 버스안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 진압봉 든 홍콩 진압경찰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현장에 있던 시민 Lang(32, 여)씨는 해당 구호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찰에 대한 비판도 덧댔다.

"경찰은 시민을 위해 싸워야 하는데, 도리어 우리들보고 '법을 어기고 있다'며 제재만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진짜 법을 어기고 있는 건 누군가요? 시민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던 경찰은, 법을 지키고 있나요? 우리 홍콩 시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Lang씨가 언급한 '지금'이란 이날 오후 6시, 검은 옷으로 둘러싼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몽콕 경찰서 주변을 둘러싸고 약 2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경찰서 앞으로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던 이 상황은 경찰에 신고 되지 않았던 '무허가 집회'였다. 왜 이 많은 인파는 경찰서 앞에서 집결한 걸까. 이들이 경찰서로 향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17일에 진행된 일련의 시위들을 통해 되짚어봤다.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하는 길 위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하는 길 위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다시 돌아온 홍콩의 주말... 18일 대규모 본집회 앞두고 릴레이 시위 진행

이날(17일) 시위는 오전 11시, 홍콩 도심 센트럴에 있는 차터가든 공원에서 시작됐다. 2만2천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송환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연 것. 이들은 '다음 세대를 지키자', '양심이 말하게 하자', '우리가 나서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터가든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의 관저까지 행진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호이샴공원(Hoi Sham Park)에서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집회 및 행진이 진행됐다. 주최측 추산 6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집회는 다음날(18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대규모 집회의 사전 행사 격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내일 대집회가 열리는 빅토리아 파크에서 만나자' 라는 구호를 외치며 2시간 동안 왐포아 역까지 행진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대화에서 "오늘 집회에서 시위대가 요구하는 5가지(송환법 완전 철폐, 행정장관의 사퇴,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사과, 홍콩 경찰에 대한 조사, 시위 체포자 석방)등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홍콩의 사회문화적 독립에 대해서도 주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회문화적 독립'에 대해 묻자, 그는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우리(홍콩)의 공동체가 망가지고 있다. 정치, 외교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홍콩의 사회문화적인 부분까지도 그렇다"며 "중국의 특색을 홍콩에 주입시키려는 것 때문에 홍콩의 지역적 특색이 퇴색하고, 경제적 자립도 또한 약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알리려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호이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시위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홍콩시민들이 왐포아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송환법 반대 구호가 나붙은 홍콩 거리.
 송환법 반대 구호가 나붙은 홍콩 거리.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우리 홍콩 시민들은 중국 언론을 믿지 않는다"

오후 4시. 행진 한 시간 후, 빗줄기가 굵어졌음에도 더 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워나갔다. 행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인도에 서서 참가자들에게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무리도 보였다. 왐포아 역 인근에 거주하는 Lo(65, 남)씨는 "홍콩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진은 사실 대부분 평화적이다."라며 "물론 일부는 경찰의 대응에 대해 민감할 수 있지만, 경찰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면 이는 불가피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들을 폭동으로만 묘사하는 일부 (중국) 언론들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 홍콩 사람들 대다수가 중국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o 씨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야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폭력적으로만 묘사하는 건 해당 언론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진 도중,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 3명이 개입해 행진을 제재하려고 한 것.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격렬히 항의하며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약 30분간 참가자들과 경찰 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지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며 상황은 종료됐다.

행진은 오후 5시 30분에 왐파오 역 부근에서 마쳤다. 하지만 인파는 줄어들 줄을 몰랐다. 도리어 시위대 가운데 수백 명 가량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로로 이동해, 인근 몽콕 경찰서 방향으로 향했다. 차로 약 15분 떨어진 거리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과 대치하던 중 채증을 하던 경찰의 얼굴 위로 레이저포인터의 불빛이 들어오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과 대치하던 중 채증을 하던 경찰의 얼굴 위로 레이저포인터의 불빛이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시위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레이저포인터를 비추고 있다.
 시위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레이저포인터를 비추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경찰서 앞 기습시위... 시위대도, 시민도 "경찰 못 믿어"

오후 6시께, 검은 옷차림의 시위대들은 몽콕 경찰서를 둘러쌌다. 홍콩 경찰은 몽콕 경찰서 앞과, 인근 골목 어귀에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시위대는 항의의 표시로 레이저 포인터로 경찰서를 비췄고, 일부는 경찰에 계란과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오후 7시가 되자, 경찰은 곤봉과 방패 등으로 무장한 경찰력을 거리에 투입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대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위대가 아닌 거리를 지나가던 수많은 시민들이 경찰에 대응했다. 인도를 메운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구호를 외친 것. 'Hak sei wui'. '함께 하자'는 의미로, 의역하면 '경찰도 우리의 싸움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현장에 있던 Chan(24)은 "경찰은 폭력사태를 발생시키고도 단 한 번의 사과를 한 적도 없었다"며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은 '정당방위였다', 혹은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식이였다. 이런데 우리(홍콩시민)가 어떻게 경찰을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최루탄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최루탄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앞에서 출발한 무장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야우마테이역을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오후 8시가 되자 시위대는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부상자는 없었다. 최근의 대형집회와 비교하면 평화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다. 이날 시위대의 일부였던 Dan(28)은 "내일 있을 대집회와 관련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이전처럼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일 있을 대집회에서도 이를 의식하고 이전과 다르게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낮과 밤의 상황이 너무 다른 편이라 추측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언급된 대집회는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이 주도하는 집회로, 18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진행된다. 이날 집회에서는 범죄인 인도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내용이 언급된다.

현재 홍콩 경찰은 빅토리아 공원 내 집회만 허용하고, 주최 측에서 함께 신청한 행진에 대해서는 불허한 상태다. 만일 시위대 측에서 시위를 강행할 경우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앞서 홍콩 경찰은 "법을 위반할 경우, 경찰은 법을 집행하고 증거를 수집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구호 가득했던 홍콩거리, 방패 두들기며 달려온 진압경찰이 순식간에 장악
ⓒ 권우성/이희훈/강연주

관련영상보기

 

태그:#홍콩, #홍콩시위, #중국, #민주주의, #대집회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