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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들이 사회 밖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부디 광장에 나오지는 말라."
"난민들이 불쌍하기는 하다. 다만 난민을 받아주면 범죄율이 오를 수 있으니 한국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성들의 인권을 챙겨주려는 건 좋다. 하지만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남성들의 권리를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흑인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흑인이 앉지 않기를 원한다."


2019년이 되었지만, 위 문장들처럼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발언의 예를 찾아보는 건 여전히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문장의 내용은, 성소수자·난민·페미니즘을 다룬 뉴스 기사의 포털 댓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말들이다. 마지막 네 번째 문장은,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가나 국적의 샘 오취리가 과거 한국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털어놓는 샘 오취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털어놓는 샘 오취리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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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런 표현들이 문제일까? 성소수자라고 해서 광장에서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지 못하도록 하는 건, 정체성만으로 차별하는 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지 난민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마냥 여기는 시선도 문제다. 실제 해당 사안으로 팩트체크를 실시한 기사를 살펴보면, 통계상으로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외국인의 범죄율은 오히려 내국인보다 훨씬 낮았다. 

그렇다면 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남성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종차별은 어째서 벌어지는 걸까. 이런 차별과 혐오표현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 있다. 바로 지난 7월 발간된 <선량한 차별주의자>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의 세상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표지 사진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표지 사진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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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예시로 언급한 표현 등을 입에 담은 사람들 중에서도,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악담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경우도 물론 있다. 그저 나름 웃기려고 농담을 하려다가 분위기가 싸해졌거나, 별다른 고민 없이 말을 했을 뿐이라는 해명도 흔하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가 쓴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는 '선량한' 사람이라도 차별과 혐오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지적된다.

성소수자, 여성(혹은 남성), 외국인, 난민, 장애인 등의 존재들을 '그들'로 타자화하는 과정에는 '우리'라는 테두리를 정하는 일이 뒤따른다. 내가 속한 곳을 찾아 경계를 구분한 뒤, 그 테두리 바깥의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밀어내는 셈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편향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경계'가 실은 유동적이라고 설명한다. 제주의 예멘 난민 사태가 불거지기 불과 몇 달 전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갓 귀화한 외국인 출신 선수들을 한국인들이 목청껏 응원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감각의 차이는 두 집단을 가르는 경계에서 생긴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 즉 '그들'을 쉽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속한 내부 집단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반면 외부 집단은 훨씬 단조롭고 균질하며 덜 인간적으로 보인다. (중략)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집단을 가르는 마음의 경계를 따라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만들어진다." - 본문 50~51쪽 중에서

결국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다. 개인의 성별과 피부색, 국적과 성적 지향 등을 따져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누구든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이미 온라인에서 '급식충'(아동·청소년), '똥꼬충'(게이), '맘충'(엄마), '틀딱충'(노인), '병신'(장애인)과 같은 비하적 표현을 흔히 마주치게 되지 않는가. 

오늘날 태어난 곳이 다른 국가였다면 우리도 전쟁의 피해자가 돼 난민 신세였을지도 모른다. 불과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백인-흑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분리하는 법이 시행됐으므로, 당시 거기서 태어났다면 어느 인종이냐에 따라 학교마저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 내가 선 자리에서 누군가 받는 차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이 차별을 눈앞에서 지우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미처 모를 사이에 내가 무언가를 더 누리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씨가 지난 2019년 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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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꿔 묻자, 누가 '정상'-'비정상' 나누고 손가락질하는지
 
"2018년 한국행정연구원은 전국 만 19~69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포용도를 조사했다. 소수자 집단별로 물었을 때 아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동성애자 49.0퍼센트, 북한이탈주민 12.6퍼센트, 외국인이민자·노동자 5.7퍼센트 등이었다." - 본문 93쪽 중에서

시간이 흘러 다양성을 말하는 시대가 됐건만, 오늘날 한국에 특정 정체성에 대한 편견은 아직 남아 있다. 위 조사 결과처럼, '우리'라는 범주 안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제하려는 대상도 천차만별이고, 대상별 반응 또한 모두 다르다. 그런데 저 조사 항목의 뒤에 만약 이런 질문이 뒤따랐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저들에게 사회에서 나가라고, 혹은 존재를 드러내지 말라고 할 권리가 과연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특정인을 비하하는 유머에는 '왜 웃긴가?'라는 질문을 '누가 웃는가?'라는 질문으로 치환해서,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쪽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고. 또한 성소수자들에게 광장에 나올 권리를 묻는 질문은 '공공 공간의 주인은 누구이며 누가 정하고 통제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컨대 이는 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마음대로 정하고, 특정 집단의 권리를 박탈할 자격을 함부로 언급하는지 물어야 한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온 사례처럼,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물음은 '비장애인'을 '정상'이자 '사회의 중심'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니까.

책의 후반부에서는 차별과 혐오표현의 해결책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결론으로 언급한다. 헌법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돼 있지만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혐오표현이 쏟아지는 현실이니, 법으로 악의적인 말과 행동을 규제하고 차별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골격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의 인식보다 법이 먼저 자리를 잡아 현실의 발전을 꾀한 사례가 있기도 하니, 일리 있는 방향이라는 생각도 든다.

선량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인데도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인해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차별과 혐오표현이 범람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서로 연대하며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한 차원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나온 물음으로 글을 끝맺으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수준, 혹은 누군가의 존엄성을 보호할 개인이 될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은이), 창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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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