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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명되자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표명하고, 인사청문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 검증보다 조 후보자를 흠집 내고, 의혹 파헤치기에 혈안이 된 듯 보였고, 국회가 해야 할 책임을 회피했다.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 정국을 인사청문회로 맥을 끊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립했던 정치권은 극적으로 지난 2~3일 이틀 동안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증인·참고인 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법적 절차를 통한 검증 기회인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못했다. 대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명하길 원했던 조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증인 출석, 자료 요구 등 법적 장치의 부재라는 한계 속에서 마련된 자리였지만, 야당과 언론의 일방적인 공세로 인해 반대 의견을 접하지 못했던 국민에게는 사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기자간담회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신하지 못한다. 우리에겐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 법이 부여한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다. 더구나 법치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아닌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장관'이란 오명은 상황에 따라 장관 임기 내내 야당에게는 공격의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사법개혁이 절실한 우리 사회 전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개혁'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개혁의 특성과 검찰개혁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포함하여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위해 조 후보자를 임명했다. 여기서 개혁은 근본적으로 과거의 잘못에 집중하여 처벌과 책임 추궁이 이뤄지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권력 구조와 자원배분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오랫동안 굳어 버린 관습, 행동 양식과 싸우는 일이다. 이 때문에 어떤 개혁이건 약속은 쉽지만, 실제로 개혁을 완수하고,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정부가 바라는 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 무려 '검찰'이다. 지금껏 수많은 민주·개혁진영의 정권이 시도했으나 실패한 검찰개혁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개혁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을 것이다. 검찰조직을 장악한 핵심 세력의 저항과 반발에 직면하는 건 불가피하다. 

이런 개혁의 높은 벽이 예상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 통과는 기본 자격을 갖추는 것으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기회다. 각종 의혹에 대해 소명하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 잘못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 또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장관'이란 불필요한 꼬리표를 달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인사청문회와 신뢰 회복

인사청문회를 통해 지금까지 야당과 언론의 선을 넘은 의혹 제기와 비난 속에서 희미해진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신뢰 회복은 검찰개혁을 실제로 수행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개혁의 전략으로 선택될 유화책과 강경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좁게는 법무부와 검찰 구성원을 설득하여 조직의 변화를 유도하는 유화책과 강력한 개혁 추진으로 조직의 틀과 운영 방식을 바꾸는 강경책 모두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신뢰에서 추진력을 얻는다.

인사청문회는 여당과 야당이 만든 정치게임판의 유불리를 떠나 사법개혁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법적 절차인 인사청문회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포함하여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이유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마지막 기한인 6일로 예정된 '조국 청문회'가 꼭 열리길 바란다. 지난 기자 간담회 후 언론개혁이 화두가 되었듯, 인사청문회 후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는 않을까 우려되지만 가열된 정국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인사청문회 무산과 대통령의 임명 강행'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식물국회' 재현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할 일이 많다.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선거제 개혁과 함께 한·일 관계 악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불안 등 해결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태그:#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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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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