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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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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이 고교시절 포스터에 이름을 올렸던 논문의 교신저자가 나경원 의원의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나경원 대표는 논문 참여 청탁여부, 연구에 대한 아들의 실제 기여도, 수상실적 등이 아들의 미 예일대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마침 인터넷 포털엔 '나경원아들논문청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아들 논문 청탁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며 이렇게 밝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 아들의 미국 사립 고교 재학 당시 서울대 논문 참여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가 '나경원 의원의 부탁이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해당 교신저자 윤아무개 교수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평소 친분도 있었다고 한다.

나경원 대표는 국민께 답하라. 논문 참여 청탁 여부, 연구에 대한 아들의 실질 기여도, 이후 해당 연구 성과와 저명 학술회의 발표, 수상 실적 등이 아들의 미 예일대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모두 명명백백히 밝히라. 당사자가 청탁 사실을 인정했다."

발단은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의 <나경원 아들 '논문논란' 교신저자 "나 의원 부탁으로..">란 단독 보도였다.  노컷뉴스는 "조국 법무부 장관 딸에 이어 마찬가지로 논문 참여 특혜 의혹이 제기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에 대해, 해당 연구물의 교신저자는 '나경원 의원의 부탁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의 보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 나 원내대표 아들인 고등학생 김아무개씨가 2015년 미 학술회의에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에 제1저자로 등재 ▲ 논문 형식의 간단한 포스터 제목은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 ▲ 해당 학술회의는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 ▲ 해당 포스터에 김씨의 소속은 서울대로 기재 ▲ 김씨는 같은 학술회의에 발표된 <비(非)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에도 제4저자로 등재 ▲ 이 포스터로 과학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김씨는 이듬해인 2016년 미 예일대 화학과 진학

고등학생이 연구물 제1저자 등재... 나경원 의원 아들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10일 CBS노컷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앞서 김OO 학생이 미국 뉴햄프셔에서 개최되는 과학경진대회에 참여하고 싶은데, 이를 위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또 윤 교수는 "학생은 여름방학 기간이던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저희 실험실에 출석해 연구를 수행했다"면서 "비교적 간단한 실험연구였고, 실제 학생은 스스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는 이와 관련, "발표된 연구물들에 김씨와 함께 공동저자로 등재된 인물들은 모두 서울대 의공학과 소속으로, 고교생 연구자는 김씨가 유일했다"며 "다만 포스터 제출 당시 김씨의 소속이, 미국의 사립 고등학교가 아닌 서울대학교 대학원으로 잘못 기재된 데 대해서는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어쩔 수 없다. 많은 부분에서 조 장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이 연상되는 것은. 간단한 '학술 포스터'라는 형식 자체는 생소하지만, 고등학생이 의학 실험연구에 참여해 연구물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점 자체가 그러하다.

일각에선 김씨가 제1저자로 등재될 만큼 실제 실험연구에 기여했느냐는 점, 나 의원의 청탁이 실제 있었는지, 또 있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또 이 실험연구가 예일대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 밖에 실험연구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 등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의혹은 '조국 청문회'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먼저 제기됐고, <노컷뉴스>가 10일 윤 교수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부각됐다. 이를 반영하듯,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경원 아들 논문 청탁 - 예일대에 메시지 남겼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어떤 해명을 내놨을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들어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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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조치" 강조한 나경원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아이가 실력과 상관없이 대학을 간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하겠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제 아들은 논문을 작성한 바가 없다"라고 이날 오전 입장문을 배포한 데 이어, 오후 서울 신촌에서 열린 장외집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물타기 의혹이 너무 심하다", "우리 아이는 미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대학을 갔다", "허위 사실 보도 등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가 (실제로) 다 쓴 겁니다. 아이가 7~8월에 실험을 했고, 그 이후에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고, 그리고 나서 포스터를 작성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전부 다 저희 아이가 실험하고, 저희 아이가 작성한 것입니다.

이미 알려드린 것처럼 저희 아이는 미국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서 아이의 실력과 상관없이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보도를) 함으로써 아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로서는 실험실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할 것을 말씀드렸고요. 실험실을 사용했다는 것이, 그러니까 아는 분에게 부탁을 한 것에 대해서, 그것이 특혜냐 이렇게 말씀들 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 10일 KBS [현장영상] 나경원 "아들 실험실 부탁만, 특혜 없었다... 허위사실 보도 법적조치" 중에서


한편 이에 대해서 대한의사협회는 발 빠르게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뉴스1>에 따르면 한 의협 관계자는 "포스터 연구는 정식 논문이 아니며 연구에 대한 일종의 예비보고로 볼 수 있다, 논문 출판과는 결이 다르다는 전문가 판단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포스터 연구에 대한 명확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없고 학회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다"며 "(단국대 논문의 경우) 책임저자가 (잘못을) 인정한 데다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문제까지 있었고, 포스터 연구 제1저자인 김씨의 자격 문제는 다른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국 장관 딸 조아무개씨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 당시 "제1저자 기여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다르다.

그럼에도 의혹과 비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게재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가 대표적이다. 조국 장관 논란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던 우 교수의 견해는 "불공평"으로 기울고 있었다.

서울대 우종학 교수의 일침
 
"우리가 생각해 볼 더 큰 문제는 (조국 장관 딸) 조양의 경우보다 김군의 경우가 훨씬 명백하게 입시제도와 관련된 불이익, 공평, 불의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조양을 거의 마녀사냥했던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아울러 서울대에 있다 보니 서울대 총학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이중잣대 입니다."

앞서 서울대 촛불집회를 주최한 서울대 총학생회의 입장문에 'C+'라는 평점을 줬던 우 교수. 서울대 총학생회로부터 항의를 듣기도 했던 그는 이날 게시글에서 연구 기간, 연구 내용, 과학경진대회 성적, 국제학회 발표, 논문 1저자, 고등학생의 기여도, 저자 소속 표기, 전반적 비교 등으로 항목을 나눠 조씨의 논문과 김씨의 논문 포스터를 조목조목 비교했다.

우 교수는 "조씨의 경우, 학교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연결하는 인턴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학부형 사이인 조씨의 어머니와 단대 교수의 부인이 연결되어 인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면서 "김씨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추진하거나 대학에서 추진한 인턴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인적 부탁으로 시작된 인턴이다, 더군다나 과학경진대회 나가려는 목적으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나경원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 교수는 "(김씨의) 이 성적은 대학, 특히 예일대 같은 사립대 입학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의 지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씨의 경우, 당시 단국대 교수는 조씨의 아빠가 누군지 몰랐다고 했지만 대학교수라는 걸 알았을 가능성이 있고 같은 대학교수로서 선의를 더 베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우 교수는 "그 당시 조국은 민정수석이나 장관이 아니었다"며 "김씨의 경우는, 2015년 당시 나경원은 국회의원이었다, 국회의원이 부탁을 했다는 것은 대학교수인 학부모가 부탁한 것과는 커다란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구기간과 내용에 대해서도 "조씨는 2주, 김씨는 3주 동안 연구에 참여했다"며 "조씨가 한 일은 제가 보기엔 자료분석하고 간단한 통계적 비교를 한 일이다, 김씨도 상당히 간단해 보이는 실험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하루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실험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마구 조사하면 사생활 침해입니다. 표창장 하나 수사하겠다고 검사 부대가 수사하는 나라에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털털 털어서 죄를 찾는 일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1저자 논란으로 나라가 휩쓸렸던 상황에서, 임명직 장관이 아니라 선출직 국회의원, 그것도 한 당의 원내대표인 국회의원이 직접 부탁한 일이라면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닙니다.

입시 관련해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합법적 테크닉이 시전 되는 상황을 지켜본 온 국민이 특혜와 공정, 그리고 공평과 불이익라는 주제로 분노했고, 청년들과 학생들은 불의 아니면 불이익을 지적하며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인 상황입니다. 저는 이런 일이 무수히 일어났고 나고 있고 그리고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훨씬 높아졌나 봅니다. 특히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반성이 필요하겠습니다."

조국 비판했던 한국당 의원들은 지금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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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정'과 '기준'이 핵심이다. 조국 장관의 청문회 국면에서 쏟아진 의혹 보도는 물론 그러한 의혹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특수부를 총동원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과 언론의 행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로 인해 국민의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등 고위층과 그 주변을 향한 공정의 기준은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아들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10일 쏟아지는 의혹 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의원실 연루설을 부인했다. 반면 같은 당 신상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국민께 위로될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장 의원 역시 나 원내대표처럼 "법적 조치"를 강조했다. 그간 조 장관과 조 장관 가족을 향해 쏟아진 의혹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라 할 수 있다. 

한편, 나 원내대표 스스로 지난달 20일 조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의혹이 논란으로 떠오르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고등학생 때 단 2주 인턴 과정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려주는 스펙 관리, 남의 자식은 안 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결정판입니다.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정작 본인과 주변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성과 모순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집권세력의 민낯입니다."

태그:#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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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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