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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막히는 데서 이래?"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오후 서울역 앞.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어둠이 짙게 깔려가는 가운데, 캐리어를 든 귀성객들이 광장과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 여느 때와 같은 연휴 귀성길 풍경이었지만, 이날은 좀 특별했다.
 
두 명의 정치인이 서울역에 왔기 때문이다. 오후 5시 50분께, 서울역 대합실에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가 모습을 보였다. 단정한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멘 허경영 대표는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이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하자, 허 대표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사진을 찍으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허 대표가 지지자들과 한창 인사를 나눌 무렵, 더 주목받는 정치인이 나타났다.

서울역 등장한 황교안, 굳은 얼굴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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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55분께 서울역 역사로 들어가는 2번 출구 앞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등장했다. 파란색 스트라이프 셔츠와 정장 바지를 말끔히 차려 입었다. 추석 인사를 나선 것일까. 그런데 황 대표의 얼굴은 너무나 굳어 있었다.
 
황 대표가 두 손으로 받쳐 든 피켓에는 "조국 임명 철회하라!, 대한민국 국민 황교안"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추석 연휴 첫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사진 기자들이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황 대표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
 
황 대표 주변으로 지지자들이 몰렸다. 이들은 큰 목소리로 "황교안 파이팅" "문재인은 하야하라" "조국 물러가라"를 외쳤다. 황 대표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지지자들의 성원에 답했다.
 
감정에 북받친 어떤 지지자는 황 대표 앞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 발언을 계속하려다가,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아웃렛 입구 근처에 서있던 황 대표는 말 없이 자리를 이리 저리 옮겨 다녔다.
 
황 대표가 자리를 잡은 곳은 서울역 환승 에스컬레이터 앞이었다. 귀성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상의 장소였다. 하지만 역효과도 나왔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황 대표와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불편해진 것.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 왜 막히는데서 이래"라고 했다. 40대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은 황 대표를 둘러싸고 사진 취재가 이어지자 "저걸 뭐 대단한 거라고 찍고 있어"라고 손가락질 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황 대표를 바라보는 귀성객들의 반응은 갈렸다. 황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황교안 잘한다, 이긴다"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반면 "군대는 갔다 와서 하세요, 너나 사퇴하세요"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길을 막고 XX이야"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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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35)씨는 "저 당 입장에서는 저렇게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 많이 몰릴 때, 하는 게 효과가 더 높을 수 있지만, 통행하는데 조금 불편한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신아무개(33)씨도 "그냥 본인 일을 하고 계시는 거 아니냐"라면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진 않지만, 자유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냥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 대표의 1인 시위는 이날 오후 7시께 끝이 났다. 시위를 끝낸 황 대표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굳었던 얼굴에도 웃음기가 돌았다.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황교안 대표님, 공산주의자 조국을 막아주세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동하는 황 대표 주변에는 계속 사람이 몰렸다. 황 대표가 백화점 매장문 입구 주변으로 다가가자 정장 차림의 백화점 관계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가 두 손을 높이 들면서 외쳤다.
 
"여기 입구 막으시면 안 됩니다."

태그:#황교안, #조국, #1인시위, #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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