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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킨 선교사가 찍은 구한말 군산 구암리 빨래터 모습
 전킨 선교사가 찍은 구한말 군산 구암리 빨래터 모습
ⓒ 전킨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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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사진 문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 궁금증은 1894년 봄 군산을 처음 답사한 서양선교사들 자료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미국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지금의 구암동산에 호남 선교스테이션을 개설하고, 보고서에 사진필름을 첨부해 보내기 시작한 것. 구한말 구암동 거리 모습, 초창기 구암병원, 영명학교 등이 당시 선교사들이 찍은 사진으로 알려진다.

군산은 일제강점기에도 사진관이 많았다. 도쿄나 서울(경성)에서 열리는 사진 공모전에 입상하는 조선인 중학생도 등장한다. 광복 후에는 군산비행장에 미군이 계속 주둔해왔고, 그 영향으로 외국과의 사진 교류도 어렵잖게 이뤄진다. 1952년 군산사우회 결성과 아마추어 사진콘테스트 개최 등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사진작가협회와 사진동호회 결성이 타 도시보다 앞선다.

군산의 사진 문화는 한국전쟁(1950~1953)을 전후해 채원석, 홍건직 등이 기반을 다졌고, 이후 신철균, 문길수, 김학수 등이 가세한다.

신철균(1929~) 작가는 1960년대 초 사진에 입문한다. 이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모습, 재래시장과 노점상, 일터 노동자 등 서민의 일상적인 순간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사진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군산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도시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2018년 11월 군산 시민의 공동 자산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사진 및 필름 원본 1만5000여 컷을 군산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한다.

군산대학교 박물관, 신철균 작품 초대전 개최
 
증기기관차와 벼 고르는 아낙들(1964)
 증기기관차와 벼 고르는 아낙들(1964)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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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대학교 박물관은 오는 25일(수), 2019년 특별기획전 <흑백으로 꺼낸 기억, 군산>(9월 25일~12월 31일까지)을 개최한다.

전시작은 신철균 작가가 1964년 봄 월명산 정상에서 찍은 군산 전경(폭 7m)을 비롯해 선유도 전경(1965), 골목길과 아이스케이크 장수(1963), 가을 들녘 풍경과 군산선 증기기관차(1964), 군산 우풍화학 옆 철길(1968), 군산 영동상가(1988), 군산 해망굴(1989) 등 기다림과 순간의 접점에서 탄생한 60~80년대 흑백사진 50여 점이다.

그중 군산 전경 사진은 지금은 사라진 관공서 및 학교, 제조업체 건물(시청, 법원 및 검찰청, 교도소, 벽돌공장, 북중학교, 백화양조, 한국주정 등)을 비롯해 도로, 초가마을, 산동네, 논길, 들길, 밭길, 호수, 하천 등 군산의 산하를 오롯이 담아낸 대형 파노라마 사진(폭 13m)으로 55년 전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군산 영동 상가 풍경(1988)
 군산 영동 상가 풍경(1988)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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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자기만의 사진 세계를 정립한 신 작가는 고달픈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순간들을 흑백사진에 담아 그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해왔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은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몸짓과 주변 풍경을 미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볼수록 푸근하고 따사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군산대학교 박물관 조인진 학예연구사는 "이번 <흑백으로 꺼낸 기억, 군산> 전시회를 통해 작가가 사진에 담았던 그때 그 순간처럼, 지금의 군산에 행복을 위한 소망이 오롯이 전달되기를 기대해본다"라고 말한다.

조인진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예술적 구도와 순간 포착이 어우러진 과거의 군산이 현재의 군산에 희망과 위로를 건네주는 따뜻한 대화가 될 것"이라며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소망하는 신철균 선생님 희망대로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인다.

시대 배경과 정겨운 메시지 담긴 60~80년대 사진들
 
군산 해망굴 입구 생선 노점상(1989년 촬영)
 군산 해망굴 입구 생선 노점상(1989년 촬영)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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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조촌동 상가·喪家 풍경(1969년 촬영)
 군산 조촌동 상가·喪家 풍경(1969년 촬영)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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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순수성을 감지하고, 그 순간을 포착하기 좋아하는 신철균 작가. 그의 사진은 한국전쟁, 군사쿠데타, 보릿고개 등 고달프고 암울했던 시대 상황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서민들의 진솔한 삶과 천진스러운 아이들 표정이 담겨있어 향수에 흠뻑 빠지게 한다.

강아지를 앞세우고 들녘으로 나가는 농부, 지게를 지고 가는 지게꾼, 물지게 지고 끙끙대는 여학생, 낮잠을 즐기는 구루마꾼, 손자를 데리고 한가롭게 걷는 할머니, 거리의 도장포 아저씨, 철길에서 기차놀이 하는 개구쟁이들, 동생을 어깨에 무동 태우고 활짝 웃는 형제, 재래시장 아낙들 등 반세기 전 그가 멈추게 한 수많은 사람들의 손짓, 발짓, 몸짓은 이제 지난 역사가 되어 우리 곁에 있다.
 
컴퓨터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신철균 작가(2018년 12월)
 컴퓨터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신철균 작가(2018년 12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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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작가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며 서정적 리얼리티 사진을 추구해온 신철균. 그의 사진 작업은 야외촬영이 어려워진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실내에서 피사체를 찾는다는 것. 거주하는 아파트 창을 통해 바깥세상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컴퓨터를 통해 작품을 탄생시키는 작업이 그의 일과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은 볼수록 작가의 철학과 사진에 대한 열정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느낀다. 순간의 포착으로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면서 곁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학창 시절 급우에게 받은 편지처럼 정겨운 메시지가 담겨 있어 흥미를 돋운다.

액티브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서민들과 다양한 어린이 모습을 인화지를 통해 예술적으로 표현해온 신철균 작가. 그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호남사진공모전 금상(1966), 대구매일 어린이사진공모전 금상 및 특별장려상(1968), 도쿄 유네스코 아세아지역 어린이 사진콘테스트 대상(1978), 전라북도 미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신철균 작가 작품 세계
 
군산 우풍화학 앞(1969)
 군산 우풍화학 앞(1969)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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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해망동 어시장(1967)
 군산 해망동 어시장(1967)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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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외곽 농촌풍경(1964)
 군산 외곽 농촌풍경(1964)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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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아지역 유네스코 어린이 사진 콘테스트 대상작(1978)
 아세아지역 유네스코 어린이 사진 콘테스트 대상작(1978)
ⓒ 신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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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군산 예깊미술관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에잇(8)>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군산대학교 박물관, #신철균 작가, #사진전시회, #군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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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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