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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지, 해야지"하고 마음만 먹다가 실천에 옮기면 쾌감이 온다. 마치 용돈을 아끼고 모아 물건을 샀을 때 희열을 느끼듯 말이다. 

필자는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 5살 옥토끼같은 딸이 있다. 그런데 셋째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도 지난 4월 26일 필자의 생일날, 폭탄선언을 한 것이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얘기를 꺼냈다. 아내는 의외로 놀라지 않고 말해보라고 했다. 장난끼를 발동했는데 완전 실패였다. "대학 시절부터 결혼하면 해외 결연 아동을 맺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말을 꺼냈다. 그래서 ○○단체에 의뢰해 우리 딸과 같은 나이의 최빈국 딸 아이로 맺어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독단적으로 사고(?)쳐서 미안하다고 하며 '친딸'로 생각하자고 일방적으로 말했다. 후원감사장과 그 아이의 사진을 건네자 아내는 당황하거나 망설임 없이 그것을 심히 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래"라고 짧게 말하면서 흔쾌히 동의했다.

아이들도 달려들어 사진을 보았다. 이름과 어디에 사는지 알려주며, 우리 아들에게는 여동생이 생겼고, 우리 딸에게는 친구가 생겼다고 말을 하자 아들이 "○○○, 안녕", 우리 딸도 오빠따라 ""○○○, 안녕" 한다. 이런 기특한 우리 딸 하기가 무섭게 TV보러 가 버렸지만 가슴에 작은 사랑 심어 주었다는 뿌듯함도 들었다. 

결연 아동 정보에는 부모 없이 할머니께서 그 아이와 남동생을 돌본다고 적혀 있었다. 마치 우리 딸아이처럼 폭 안고 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매달 3만원의 기부로 그 아이는 풍족하지는 않아도 굶주림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생일은 7월 23일이다. 글자 수 제한을 꽉 채워 '딸처럼 생각하니 꿈을 갖고 마음껏 놀아'라고 쓴 것 같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 흉내를 내는 것처럼 편지를 쓰고 생일 축하금으로 5만원을 기부했다. 그러면 결연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물품을 사서 전달한다고 한다.

특별히 사주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그 가족이 필요한 것을 사 주면 좋겠다고 수화기 넘어로 전달했다. 거리가 먼 만큼 두 달을 건너 최근에서야 5만원으로 산 물품 내역과 사진 3장이 왔다.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선물이 결연아동에게 이렇게 전달되었어요. ... 아동은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로 소금, 비스킷, 곡물, 바디로숀, 비누, 염소 등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의아했다. "소금이 있는데 웬 '염소', 소금과 염소가 다른가?"하며 집에 들어서는 아내에게 글과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여보, 소금과 염소가 다르냐?"라고 묻자 아내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에 염소 있네" 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을 한 셈이 되었다. 3초간 유심히 사진을 쏘아 보았다. 그리고 아하!하고 도 터지는 소리가 나왔다. 5만원으로 염소를 사리라곤, 아니 살 수 있다고 생각조차 못했으니 말이다.

엄연히 어린 아이는 염소를 손아귀에 꼭 쥐었건만, 난 그냥 그 아이가 기르는 가축으로만 보았던 것이었다. 비록 새끼 염소지만 5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 염소가 반려 염소가 되고 친구가 되길 빌었다. 그리고 그 새끼 염소가 잘 자라 맛있는 우유를 마실 아이를 생각하니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염소를 소금으로 생각한 바보 아빠. 아이 손에 염소가 있거늘...
▲ 생일축하금(5만원)으로 전달된 물품 염소를 소금으로 생각한 바보 아빠. 아이 손에 염소가 있거늘...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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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대학생이 되면 우리 가족 모두 르완다에 가자고 했다. 셋째를 보러 가자고 했다. 아니면 한국으로 초청하자고 했다. 저녁을 먹으며 아내가 아까 그 일을 어이없다며 다시 한번 크게 웃자 나는 내 머리를 치는 시늉을 했다. 우리 아들도 엄마따라 아빠를 놀리는 것이 아닌가? "아빠, '음메' 염소 몰라?"라고.

한바탕 웃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식탁 테이블엔 그 아이의 사진이 있다. 한 끼라도 같이 밥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 밥 맛있게 먹고 건강히 자라렴,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우리 딸, 언젠가 함께 식사 한끼 하자. 그런 날을 위해 기도할게"라고 마음에 담았다. 

우리 가족밴드에 소소한 그 아이 소식도 올린다. 우리 아이들도 댓글을 달았다. "생일 축하해 ○○○", 그리고 인터넷 인프라가 르완다에 구축된다면 밴드에 가입해서 더 애기도 나누겠지 생각해본다.

태그:#결연아동, #르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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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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