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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 자유의 집 인근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 자유의 집 인근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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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이후에 남쪽을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북한의 어느 매체에서도 '평양공동선언 1주년'과 관련, 반응이나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서명한 남북정상합의문이 1주년을 맞이했음에도 북한은 '침묵'을 유지한 셈이다.

남쪽을 향한 가장 최근의 메시지는 지난 22일 관영매체인 <로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언론들이 보도한 데 의하면 남조선 군부는 서해 열점수역(서해 북방한계선 지칭)에서 무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미군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이미 미국과 합의했다"라며 "서해열점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확약한 북남선언들을 난폭하게 짓밟고 외세와 작당하여 위험천만한 전쟁도박을 벌려놓는 진몰골"이라고 비판한 부분이다.

하지만 신문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2013년 한미가 합의한 '공동국지도발 대비 계획'에 포함된 내용으로 6년 전의 이슈였다.

사실 북한의 매체들은 지난 4월 25일 처음 대남비난을 시작한 이후 지난 10일까지 남한을 향해 '경고'와 '실망'을 드러낸 바 있다. 비난의 요지는 한결같다. '한미군사훈련'이 남북 간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것.

북한은 7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에도 남한을 향해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다 8월, 한미군사훈련 시작되자(8월 11일) 비난의 강도를 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망발'이라며(8월 16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9월의 첫날에도 북한은 남한이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동신문>은 1일 국방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 등에 "북남선언들과 북남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전면부정이고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대결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4월에 시작된 대남비난의 빈도는 9월 이후 확연히 줄어들었다.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북한의 관영매체가 아닌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의 대외선전매체에서 대남비난을 한다는 특징도 있다. 북한의 관영매체는 당의 공식 입장으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외선전매체는 말 그대로 국외를 대상으로 한다.

김종원 서강대 연구교수(정치외교학)는 "8월까지 북한의 대남비난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면 9월 이후 강도가 약해지고 빈도가 줄어들었다"라며 "9월 이후에는 북한이 관영매체가 아닌 대외매체에서 대남비난을 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나 당 차원에서 하는 비난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금 북한은 오로지 '미국'뿐"

북한의 대남비난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고(8월 20일) 다시 북미 협상의 시계추가 움직인 이후 북한의 관심은 오로지 '미국'에 있다는 뜻이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은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봤자 북미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2018년에 경험했기 때문에 북미관계에 모든 걸 걸고 있다"라며 "북미 협상에서 내세울 자신(북한)의 카드를 살펴보며 숙고의 시간을 가지느라 대남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2018년을 통해 북미 협상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의 변화도 이루기 어렵다는 학습효과 후 '남북'문제를 후순위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남북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하며 남북 관계개선을 비롯한 정치·군사·경제 협력의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지만, 남한은 '북미의 진전을 지켜보겠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2019년에 들어서 남북관계를 후순위에 두려는 북한의 불만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정부가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려 했지만, 미국과 협의 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그러자 북한이 수령을 거부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밝힌 대북 쌀 지원 역시 북한이 거부하고 있다.

안제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평화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게 남북 이슈는 북미 이슈 다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안 실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합의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이 관계개선이나 교류협력 등에 속도를 내기 힘들다. 북한도 이를 알고 있기에 남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북미 관계의 진전이 남북의 해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9·10월 북미 협상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뉴욕 순방길에 오르며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또 남북의 인도주의적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방침이다. '금강산 고향방문 사업'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 앞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수리 문제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할 생각"이라며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북한, #평양공동선언, #대남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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