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앙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오른손에 케이크 들고 집으로 퇴근> 보도.

26일 <중앙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오른손에 케이크 들고 집으로 퇴근> 보도. ⓒ 포털 갈무리

 
어제가 딸 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먹었다. 새벽에 아들과 귀가하여 뻗었다 일어나니 딸애가 이미 집을 떠났다. 연속적으로 뒷모습 고개 숙인 모습 사진이 언론에 뜨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나 보다(중략).

매일매일 카메라의 눈에,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되어간다.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 8월말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

25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페이스북에 연이어 게시한 글 중 일부다. 지난 23일 11시간 넘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정 교수는 이날 또 조 장관의 아들이 "어제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 넘어 까지 근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3시쯤 귀가"했다면서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도 적었다. 그리고 26일, <중앙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오른손에 케이크 들고 집으로 퇴근>이란 기사에서 한 장의 사진을 게재하며 이렇게 기사를 시작했다.

"25일 퇴근하는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오른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이어 <중앙일보>는 정 교수의 위 글을 소개하며 정 교수가 "자녀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자 '모욕감, 서글픔, 나쁜 놈, 덫에 걸린 쥐새끼' 등의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조 장관 퇴근 길 풍경을 묘사했다. 케이크를 들고 아파트 현관 문 앞에 서 있는 조 장관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과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선 '기자가 스토커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럴 만했다.
 
이날 조 장관은 평소보다 퇴근이 1~2시간 늦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오후 9시까지 서울정부청사에서 다음날 있을 국회 대정문질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이날 9시 30분쯤 법무부 관용차량를 타고 서울 서초구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조 장관은 경찰에 둘러싸여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남아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퇴근한 조 장관을 향해 "장관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이에 조장관은 지지자들을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며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택 현관에 들어섰다.
 
 
'중앙'의 '케이크 사진', 강용석의 식당 영수증
 
검찰이 조국 장관의 직무수행 적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하여 더 강하게, 더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면 이것이 바로 검찰의 직권남용입니다. 검찰이 행정부의 어느 한 구성원의 직무수행 적격을 심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고려대 로스쿨 김기창 교수가 24일 페이스북에 적은 글 중 일부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과도했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인권침해란 지적이 쏟아졌다. 지극히 이례적인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 압수수색과 조 장관 아들의 소환조사가 전형적인 검찰의 망신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 와중에 <중앙일보>는 조 장관이 딸의 케이크를 들고 집 앞에 선 '파파라치성' 사진을 게재했다. '단독'이 붙지 않은 것이 의아(?)할 만한 참담한 사진과 기사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조 장관의 케이크를 든 사진과 필적할 만한 문제적 사진은 또 등장했다.

같은 날 오후,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조 장관 딸의 생일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조 장관 딸이 한 고급 중식당에서 호화 생일파티를 벌였다는 증거까지 제시했다. 그 증거는 20여 개의 요리와 주류 메뉴가 명시된 수 십 만원 짜리 영수증이었다.

강 변호사 등 유튜브 방송 진행자들은 이 영수증과 조 장관 딸의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과 사진을 제시하며 조국 장관 가족을 조롱하기 바빴다. 조 장관 딸의 "멘탈이 강하다"며 낄낄 거리기도 했다. 정 교수가 "어제가 딸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 끼를 못 먹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은 글 역시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가로세로연구소'가 증거라고 제시한 영수증은 가짜로 드러났다. 방송 직후 한 온라인커뮤니티 사용자는 해당 영수증이 지난달 한 블로그에 올라온 영수증과 같다고 주장했고, 이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상에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커뮤니티 사용자는 "출처 찾는데 딱 5분이 걸렸다"며 "팩트체크 없이 조작질 하는 걸 내가 왜 찾아줘야하나 자괴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가짜뉴스 인정한 가로세로연구소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가 19일 오후 서울 연세대 학생회관앞에서 열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촛불집회 부근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연세대 학생회관앞에서 열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촛불집회 부근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공개한 영수증은 실제 조씨의 생일파티 영수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강 변호사는 26일 오전 가로세로연구소에 다시 영상을 올려 이 점을 시인했다. 그는 "영수증은 저희가 제보를 받은 건데, 확인해 보니까 8월 25일자"라며 "역정보에 당한 것 같다. 앞으로는 저희가 세세하고 더 철저하게 검증해서 여러분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영수증은 6명이 가서 먹은 식사로 보인다. 저희도 방송하면서 두 사람이 먹은 것 치고는 많다고 느꼈다"며 "바로 공개할 게 아니라 좀 더 검토했어야 하는데, 너무 시간 없이 바로 올리다 보니 좀 섣불렀다"고 설명했다."

26일 자 <한국일보>의 <조국 딸 생일파티 의혹 키우다 가짜 영수증까지 등장> 기사의 말미다. 26일 오후 4시까지 '가로세로연구소'의 해당 영상은 무료 38만이 조회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사과는커녕 또 다른 영상을 게시하며 조 장관 딸의 소셜 미디어 상 가방이나 의상 등의 사진을 근거로 조롱을 이어나갔다.

앞서 8월 20일 조 장관의 딸은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포르쉐 유언비어'를 유포한 강 변호사를 허위사실유포로 경찰에 신고했다. 강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 관계자들도 같은날 서울중앙지검에 조 후보자 딸 조아무개씨와 단국대 의대 교수 장아무개씨 등을 업무상배임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스토커 뉴스, 가짜뉴스의 폐해
 
할 말이 없다. 대학원 가는 자소서에 기재한 내용 한 줄. 그 과장을 밝히려 압수수색을 하고 아이를 불러다 16시간을 조사하며 나쁜 아이로 만드는구나. 이걸 보고도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이라면 잘못인 것은 분명하니까.

다만 그분들도, 그들의 자녀도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실수든, 과장이든 그 무엇을 했든 꼭 인과응보에 따라 망신과 모욕과 처벌을 받으며 앞으로 살아가시길. 꼭 그럴 수 있길.

25일 '행복한아이연구소' 서천석 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중앙일보>의 조 장관의 '케이크 사진'도, '가로세로연구소'의 가짜뉴스도 결국 제 이익을 위해 한 가족을 망신주고, 모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의 과도한 압수수색 역시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는 동안, 국민들의 피로감은 쌓여만 가고 있다. 특히, 조 장관 가족을 향한 검찰과 일부 언론, 보수 유튜브 채널의 '스토커'식 보도와 집요한 가짜뉴스, 그리고 허위사실을 포함한 조롱은 장관 임명 후에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조 장관의 '케이크 사진'이 국민의 알권리를 담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요, 강 변호사가 유포하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사회를 좀 먹고 있다는 사실이리라. 또 그러는 동안, '검찰개혁'을 향한 목소리는 높아지는 중이다. 조국 장관의 '케이크 사진'이 28일로 예정된 검찰개혁 집회의 웹포스터 중 하나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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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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