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지난달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 MBC

  
 지난달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지난달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 MBC

 
"제가 해직기자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길바닥 생활을 한 5년 했습니다. 집회 많이 나갔었죠. 지난 21일 집회에 3만 명 모였을 때 제가 그때 '이거 방송해라' 중계차를 내보내라고 그때…, 이상하더라고요, 분위기가. 이게 매일매일 조금씩 하다가 갑자기 확확 늘더라고요. 그러다가 지난주 한 수요일, 목요일 정도 되니까 인터넷에서 심상치 않더라고요(중략).

사실 언론한테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게 세월호 때잖아요. 세월호 때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대규모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유족들한테 가서 쓸 데 없는 말 물어보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 알게 된 거잖아요, 그게 생중계 되면서. 이런 현상이 제2의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드는데."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MBC 박성제 보도국장이 밝힌 서초동 촛불집회 드론 영상의 보도 배경은 이랬다. 해당 영상은 촛불집회 당일인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즉각 화제를 모았고, MBC는 29일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다>란 톱뉴스를 통해 해당 영상을 재차 길게 공개했다.

<뉴스데스크>도 이날 해당 리포트 말미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며 국정농단 이후 최대 인파가 촛불 집회에 참가했습니다"라며 "주최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어제 집회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0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하루 2016년 12월 광화문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운집한 서초동 촛불집회 참가자의 인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벌어졌다. 서초역 사거리를 모두 훑은 이날 MBC의 드론 영상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날 집회 인원을 수치보다는 시각적으로 '팩트 체크'한 보도로 남게 됐다.

MBC는 왜?

"아직 멀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촛불 집회에서는 저희한테 침 뱉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상처들이 있고, 제가 보도국장 된 다음에 '우리 후배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 진짜 안 되겠다.' 그 정도 생각은 있었어요."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 당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MBC는 비난을 받고 MBC 중계차는 쫓겨나다시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과거를 당사자들도 잊지 않고 있을 터. 세월호와 촛불 광장을 기억한다는 박 보도국장은 최근 국면에서 MBC가 '다른 각'을 내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사건 초기에 청문회 정국에서는 저희도 검증팀이라는 걸 만들어서 장관 후보자 검증에 들어가는데, 그 당시 여러 가지 의혹이 나왔 때는 '이거 뭐 좀 있는 거 아닌가?' 저희가 열심히 했어요. 했는데, 이게 검찰로 넘어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좀 과하다, 검찰이. 너무 인원이라든가 압수수색 한 장소의 수라든가 이런 걸 봤을 때 의지가 너무 세다, 규모 이런 것들이.'

그런 의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기사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구나, 검찰이.'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마침 우리 법조기자들이 그런 것을 조금 거부하고, '우리만의 시각이 담긴 기사, 그리고 좀 더 정확한 기사를 써보자'라는 움직임이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있었고요."


박 보도국장은 그러한 공감을 바탕으로 시간차 단독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여타 방송사가 '검찰발' 단독을 쏟아낸 상황과는 구분되는 '스탠스'라 할 만하다. 박 보도국장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단독특종 안 해도 된다' 이런 게 좀 중요할 것 같아요. 데스크나 윗사람들이 단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왜냐하면 요새 인터넷에 다 뜨잖아요. 옛날처럼 아침에 동시에 신문이 쫙 깔리는 세상이 아니고, 수시로 뜨니까 나중에 가면 누가 단독을, 무슨 단독을 했는지 모릅니다. 저희는 시간차 단독이라고 그래요.

진짜 중요한 단독기사가 아니고, 특종이 아니고 시간차로 몇 시간 먼저 쓴다고 해서, 그래서 컴퓨터에서 뭐가 나왔다 이런 거 그냥 듣고 바로 써버리는 거죠. 인터넷에 빨리 올려야 되니까. 그러니까 이런 단독은 필요 없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우리 마침 기자들도 한번 해 보겠다라는 생각들이 있어서 저희가 종래에 어떤 검찰발 기사에서 변화를 줘보자라고 했고요. 작은 차이인데, 그런 것들을 시청자들이 금방 알아봐주시는 거죠."


그렇다면 이러한 검찰발 '단독'에 매달리는 언론과 방송사의 '관행'은 왜 바뀌지 않는 걸까. 박 보도국장은 "언론사 간부라면 다 공감하는 내용"이라면서 "공감하면서 잘 안 고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보도국장의 답은 그러니까 왜 이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걸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게 오랜 관행이에요. 보통 '검찰이 주장 한다' 이렇게 안 쓰죠. '검찰이 이 혐의를 이렇게 보고 있다. 이런 혐의를 잡았다' 이런 표현을 쓰잖아요. 이게 뭐냐 하면 검찰의 어떤 말에 신뢰성을 부여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검찰도 재판정 가면 양쪽 하나의 어떤 입장일 뿐이고 모든 거는 재판에서 결정된단 말이죠.

항상 유죄가 나오고, 항상 그래야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 심지어 검찰이 어떤 팩트를 왜곡하거나 조작했던 사례도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런 걸 알면서도 기자들이 못하는 이유 있어요. 현장에서의 지나친 속보 경쟁을 조금 경험 있는 간부들이 조금씩 바꿔야 됩니다."


촛불집회 상공에 뜬 드론, 문제 없었나

한편, 같은 날 <미디어오늘>은 <촛불집회에 드론 띄운 MBC 문제 없었나>란 기사를 통해 MBC의 해당 영상을 "실감나는 현장 전달 호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은 "이날 드론 활용 보도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며 "MBC 보도가 나온 이후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를 지적했다. 항공안전법 '초경량비행자치 비행승인' 조항에 따르면 드론을 사용해 비행제한공역에서 비행하려는 사람은 사전에 비행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타 방송사 기자들 역시 엇비슷한 의견이었다.

해당 기사에서 타 방송사 기자들은 "우리도 (MBC처럼)드론 촬영하고 싶었다. 보통 서울은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드론 촬영을 못 하게 돼있다", "MBC는 이런 암묵적인 룰을 깬 것 아닌가", "특히나 사람 많은 곳 상공 촬영은 굉장히 엄격하다", "앞으로 유튜버들도 (현장에서) 드론을 띄워서 영상으로 보여주게 될까 걱정이다.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박 보도국장 역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저희가 이 드론이 원래 야간 촬영이 안 돼요. 미리 사전 허가를 받아야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만 찍은 거예요. 그런데 7시 반 이때가 저는 피크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7시 전에 내려왔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가 뉴스데스크에서 보여드린 화면은 한 80%, 그 정도?"

반면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에서 "야간 촬영은 없었다"는 박 보도국장의 주장과 타사 기자들의 반응을 전한 뒤, "이들 방송사 관계자들이 MBC의 경쟁사 소속이기에 MBC의 단독 드론 활용 보도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할 수도 있으나, 드론 취재의 위험성은 드론업계 관계자들 역시 경고해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29일 <뉴스데스크>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촛불의 물결은 더 뚜렷하게 보인다"고 전한 리포트 속 '워딩'을 근거로 "일몰 이후 상황을 전한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MBC가 9월 한 달 간 주간 촬영을 승인 받은 것과 달리)28일 집회·시위 현장이나 야간 촬영 관련해서는 어떠한 승인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드론 운행의 위험성이나 야간 촬영의 적법성 여부는 MBC도, 타 방송사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또 유튜버들을 향한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좋은 사례가 될 수 없다. 드론 촬영에 있어 위법한 사항이 발생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 보도국장 역시 해당 사안에 관해 조심스런 입장인 듯 보였다.

"찍을 데가 없으니까 저희도 어쩔 수 없이 한번 드론 촬영을 해보자라고 했던 거죠. 그런데 드론 촬영이 방송사들은 낮에 촬영하는 건 다 허가를 미리 내놓거든요. 그래서 밤에는 안 되니까 해질 때까지만 딱 찍고 내려와라. (사전 허가가) 며칠 걸립니다.

(이번 주말은) 신청은 해 놨는데 아마 안 해 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찍은 다음에 또 많이 몰릴 수도 있잖아요, 다른 방송사도. 그래서 그런지 되게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좀 봐야 됩니다(중략). 국방부 허가 사항이기 때문에, 한번 해보겠습니다."


서초동 촛불집회 드론 영상이 보여준 것

"'검찰 개혁에 이어서 언론 개혁이 돼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중략). 그래서 '이야, 이게 정말 국민이 무섭구나', 저도 정치하는 사람이지만, 국민의 마음, 국민의 여론 이런 것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순 없다' 이런 걸 저는 느꼈고요."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서초동 촛불집회에 직접 참가했다며 위와 같은 후일담을 털어 놓기도 했다. 박 시장의 '언론개혁'에 대한 언급처럼, 그간 조국 장관 보도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 피로감이 쌓였던 것도 사실이다.

MBC의 '드론 보도'가 화제를 모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비단 집회 직후 벌어진 집회 참가자 인원 공방뿐 만이 아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 인원에 대한 보도 또한 언론마다 제각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참여로 인한 혼란일 수도 있다.

드론 촬영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위법하고 적법하지 않다면 찍지 않는 것이 맞다. MBC나 여타 방송사가 드론 촬영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드론 영상이 언론이, 방송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기막히게 시각화 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란 목소리를 포함해서 말이다.  
검찰개혁촛불집회 MBC 드론촬영 조국
댓글1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