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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1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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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역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억울했음에도 오히려 반역으로 몰리고 빨갱이로 몰려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서럽고 무섭고 배고팠고 억울했지만 우리들은 살아남았고 그래서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대구 10월항쟁 73주기와 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살 69주기를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1일 오전 유족과 대구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수변전망대에서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의 종교의례를 시작으로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의 분양제배와 유족들의 제례,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헌화 분양 등으로 진행됐다. 춤꾼 박정희(대구 북구 의원)씨는 진혼무를 추며 영령들을 위로했다.

채영희 회장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유족들과 참가자들도 "아직도 그렇게 많은 죽음의 장소에서 뼛조각 하나 찾지 못한 못난 자손들을 용서하지 마옵소서"라며 침통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1일 오전 대구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합동위령제에서 채영희 회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일 오전 대구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합동위령제에서 채영희 회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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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희 회장은 "1946년 10월 항쟁은 미군정과 친일파에 짓눌렸던 민중들이 폭발한 항쟁이었다"며 "아버지라 말만 들어도 그리움이 사무치지만 그 시대에 용기 있고 올바른 삶을 살다 가신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라는 것에서 유가족들은 위로 받는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진실규명을 통한 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유해발굴 및 추모공원 조성, 진실되고 정확한 역사교과서 제작, 미신고자 기한 없는 창구개설, 국가의 책임있는 배·보상 등의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김영애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이 대신 읽은 추도사를 통해 "우리 시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 등 추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발생했던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권증진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은 "희생자 유해 발굴뿐만 아니라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며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이 가해졌던 의문의 역사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보답하는 길은 민족 정기를 되살려 정의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10월항쟁은 민중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평가했다.
  
1일 오전 대구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위령제에서 춤꾼 박정희(대구 북구의원)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1일 오전 대구 가창댐 수변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위령제에서 춤꾼 박정희(대구 북구의원)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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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은 "당시 10월항쟁에 나도 함께 했었다. 경찰들에게 무장해제하라고 외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구 10월항쟁은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미곡 강제 매입과 쌀값 폭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대구시민들이 친일파 제거와 식량난 해결,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첫 민중항쟁이다.

가창댐이 있는 가창골은 이승만 정권이 10월항쟁 가담자 등을 국민들을 강제로 끌고 와 집단으로 학살한 곳으로 당시 4.3제주항쟁으로 대구형무소에 갇혀 있던 이들도 상당수 희생됐다. 이곳에서는 약 1만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주민들은 '골로 간다'는 말을 들으면 죽으러 간다고 두려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이곳 가창골에 묻혀 있는 유해들을 포클레인을 동원해 파헤쳤다. 이후 유족들은 모두 3차례에 걸쳐 유해발굴에 나섰지만 한 구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유족들은 오는 2020년 이곳에 위령탑을 세울 예정이다.

한편 10월항쟁의 진실규명과 추모행사도 연이어 열린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1일 오후 2.28기념중앙공원 청소년광장에서 10월항쟁 73주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추모제를 지내고 대구10월문학회 작가들은 5일 오후 대구문학관에서 10월문학제를 연다.
 
1946년 10월항쟁 희생자들이 집단학살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골. 하지만 유족들은 이곳에서 아직까지 유해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1946년 10월항쟁 희생자들이 집단학살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골. 하지만 유족들은 이곳에서 아직까지 유해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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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0월항쟁, #합동위령제, #가창댐, #집단학살,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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