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내 개봉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 대한 반응이 국내외적으로 뜨겁다. 영화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이 조커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을 두고 조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논란부터, 폭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떠오르고 있다.

언론들도 이런 논란을 인지했던 모양이다. 영화 일간지인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텔레그래프>의 영화 비평가 로비 콜린은 호아킨 피닉스에게 "결국 조커와 같은 부류(처지)의 사람들에게 (테러에 대한) 영감을 주게 될 수도 있다"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게 걱정되지는 않냐"고 물었다. 이에 피닉스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인터뷰 현장에서 나가서 1시간 뒤에 다시 돌아왔다고 전한다. 

가장 뜨겁지만 불편한 질문, 악은 누구의 책임인가
 
 영화 <조커> 스틸컷.

영화 <조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의 내용은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아서는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지만 정작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데 실패한다. 가난한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고담시 정부가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바람에 상담 서비스도 못 받게 된 상황이다. 영화는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실패한 오늘날의 미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의 반대편에는 사회적 권력을 틀어쥔 상류계급이 서 있다.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로버트 드니로 분)는 아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어 대중들의 조롱거리로 만든다. 또한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 분)은 고담 시민들의 분노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적 야망을 표출하는 데만 몰두하는 영화는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구조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드러낸다. 

영화관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면서 폭소하는 상류층은 사회적 부조리에 눈을 감고 등을 돌리는 사람들을 은유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날 불평등과 차별이 격화되는 데는 소수 엘리트의 침묵만이 원인은 아니다. 불평등은 소수의 악한 사람들이 만든다기 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동조와 합의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화 <조커> 스틸컷.

영화 <조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그렇다면 <조커>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현실의 맥락을 들고 오면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서의 현실은 침묵하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아서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분명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분노를 누군가에게 표출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커>를 두고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아서 플렉처럼 배제되고 방치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영화에서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기까지,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질병을 앓고 가난하며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고담시의 어두운 현실을 접하고 '저기는 가상의 공간이니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듯이, <조커> 역시 현실의 부조리함을 재현하고 있다.

<조커>가 현실에 개입하는 순간
 
 영화 <조커> 포스터

영화 <조커>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커>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교차하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인해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해체되는 오늘날의 사회이다. 가난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백인 남성은 남성 집단에도, 백인 집단에도 어울리기 힘든 아웃사이더다. 배제된 채 침묵당하는 이들을 또 다시 배제하는 사회가 조커를 만들어 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눈을 돌려보자. CNN에 따르면, 미 육군과 LA 경찰은 <조커> 상영을 앞두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 그레이 미 육군 범죄수사사령부(CID)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진 못했다"고 말했지만, 미 당국은 지속적으로 범죄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볼구하고 <조커>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하는 이유는, 차별과 배제, 그리고 그에 따른 분노의 표출을 만들어내는 데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눈을 돌리게 만든다.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가 지난 5일 자신에 SNS에 쓴 글을 인용하며 끝맺고자 한다. 

"그것(영화 <조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제기된 문제들은 너무나 심오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외면하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울상을 놓치게 될 것이다. 거울 속에는 불행한 광대가 있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의 바로 옆에 서 있다."
#조커 #호아킨피닉스 #토드필립스 #모방범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