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생인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시합 중에 감정의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또래인 20대 초반의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정적인 활약을 하면 경기장이 떠나가라 포효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들과 달리 좀체 표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선수다. 하지만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이정후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안타를 때려냈을 때 주먹을 불끈 쥐며 덕아웃에 있는 팀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준PO 4차전에서 3번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

준PO 4차전에서 3번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 ⓒ 히어로즈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된 몸짓이었을까? 아니면 가을야구 특유의 에너지가 나이답지 않게 진중한 이정후마저 달아오르게 한 것일까? 아마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상을 당해 중도하차한 아픈 기억도 이정후를 소리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해 프로 2년 차였던 이정후는 팀을 4위로 이끌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장 기회를 잡았다. 과거 아버지 이종범이 활약했던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는 이정후에게 악몽이 되고 말았다.

1-2차전 합계 9타수 무안타로 방망이가 침묵했다. 설상가상으로 2차전 9회말 수비 때, 외야 플라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어깨 부상을 입고 말았다.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이정후의 가을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끝나고 말았다.

특유의 안타 생산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아쉬운 시리즈였다. 전열에서 이탈한 이정후는 팀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을 결국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이정후는 금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보다 더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경기 18타석에 나와 14타수 4안타 0.286의 타율을 기록했다. 

기본적인 성적 이외에도 팀 사기를 북돋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차전 경기에서도 8회초 공격 당시 상대 LG 야수진의 실책을 틈타 10번째 득점에 성공한 이정후는 홈에 안착하자마자 큰 소리로 포효했다. 승리를 예감한 미소와 함께 환호하는 모습은 마치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의 악몽을 날려버린 듯한 했다.
 
 좀처럼 보기 드물게 환호하는 이정후

좀처럼 보기 드물게 환호하는 이정후 ⓒ 히어로즈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을 악몽을 날려버린 이정후는 이제 더 높은 곳에서 SK를 조준한다. 지난해 히어로즈는 SK와 가을에서 최종 5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팽팽하게 맞섰으나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부상으로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정후는 지난해 아쉬움을 풀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SK는 산체스, 김광현, 소사, 박종훈, 문승원 등 탄탄한 선발진과 마무리 하재훈 등으로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키움이 SK를 넘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상위타선에 배치될 이정후의 활약이 절실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타격 조율을 마친 이정후가 플레이오프를 지배할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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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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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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