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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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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용주 무소속 의원(전남 여수갑)이 리얼돌을 국정감사 무대에 등장시켰다. 이 의원은 사람 크기의 리얼돌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혀놓고선 "만져보면 사람 피부와 흡사한 느낌이 든다"며 인간과 리얼돌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또한 이 의원은 "규제적 측면과 함께 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얼돌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등장시키고 미디어에 노출시킨 이 의원의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 의원은 다음 날(19일) 입장문을 통해 '관련 산업을 지원하거나 보호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며 '리얼돌 문제에 관해 현행법상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입법에 완료되기 전이라도 관련 부처가 규제조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 현장에서도 "질의의 본래 의도는 현행법상 (리얼돌을) 규제할 법률 부처가 없다는 것이고 규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고 재차 해명하면서 "이를 감안해도 국감장에서 리얼돌을 직접 내보인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리얼돌 논란의 현주소
 
'리얼돌'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 마르코스에 있는 회사 '어비스 크리에이션즈'에서 최초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한 성인용 전신인형이다. 말하자면 '리얼돌'은 이 회사의 제품명으로, 외국에서는 '섹스돌' 혹은 AI 기능이 첨가된 최신형 제품의 경우 '섹스 로봇'이라고 부른다. '리얼돌'은 최근 논의 과정에서 대명사화 되어 한국에서 섹스돌을 지칭하는 데 통용되고 있다.
 
리얼돌에 대한 다각적인 가치판단이 요구되기 시작한 건 지난 6월이다. 대법원은 리얼돌을 '성기구'로 판단, 수출입을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근거로 삼았다. 리얼돌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기 때문에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세관의 앞선 판단을 뒤집었다.
 
국내에서는 이전부터 리얼돌을 암암리에 자체 제작·판매해왔고 작은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었지만, 대법 판결을 계기로 리얼돌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닷페이스> 인터뷰에 나선 리얼돌 제작업체 측은 "판결 이후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힌 반면, 여성단체들은 리얼돌을 '강간 인형'이라 명명한 뒤 합법화 반대 시위를 조직해 저항하고 있다.
 
정부가 육성해야 할 산업이 리얼돌?
 
이용주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전 세계 리얼돌 시장이 2015년 24조 원, 2020년엔 33조 원이 된다고 한다"며 그것의 산업적 가능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규모로써, 미국은 기술로써 이 산업에서 앞서있음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이 산업을 진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섹스토이 시장이 매년 성장하는 글로벌한 산업이라는 진술엔 틀린 점이 없다. 스태티스틱 브레인에 따르면, 섹스토이 시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150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 규모로 형성되어 있고, 4년 내 520억 달러, 우리 돈 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섹스토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남녀가 모두 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고, 기구를 이용한 자위행위가 더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이 강조한 것은 '섹스토이' 시장의 확대가 아닌 '리얼돌' 시장의 확대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리얼돌의 유통을 이미 합법화한 국가들(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조차 지속적으로 인간과 성윤리에 관련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얼돌을 둘러싼 법안들은 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규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아동·청소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은 '아동 착취'로 규정해 법적으로 추방하고,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이 이른바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활용될 시 발생하는 간접적인 성적 폭력에 대처하는 규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에로티시즘이 폭력과 만날 때
 
리얼돌을 국회에 직접 가지고 나와 대중 앞에 보여내는 무리수를 둔 이용주 의원은 혹시 본인 스스로를 이 시대의 에로티시즘을 지지하는 진정한 낭만주의자라고 착각했던 것일까. 리얼돌은 단순히 자위기구의 종류 중 하나가 아니다. 때문에 리얼돌 논쟁을 두고 '남성이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기뻐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리얼돌이라는 존재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과 만나게 될 때 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여성용 섹스토이와 남성용 섹스토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만 봐도, 리얼돌을 '성욕 해소를 위한 인간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의 결과'로 평가하기 힘들다. 최대한 은밀하고, 작고, 조용한 바이브레이터를 찾는 여성들과는 달리, 남성들은 여성의 음부를 실제 크기와 모양으로 재현하는 방향으로 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남성적인 것'이 없어도 성욕을 해소하는 법을 배워가는 여성들과, '극단적으로 여성적인 것'이 있어야만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 믿는 남성들의 차이는 이렇게 드러난다.
 
리얼돌, 섹스로봇은 '남성에게 이상적인 여자'를 만들어보겠다는 인류 오래된 발상의 연장이자 최종점이다. 역사적으로 사회는 남성의 입맛에 맞게 여성을 개조하고자 했고, 그것이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성형수술과 꾸밈노동에 대한 사회적 강요로 발현되었다. 리얼돌은 그 탄생에서부터 남성의 취향과 권력이 반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완벽하게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한 '소유물'이 탄생한다. 이것은 에로티시즘이 아닌 폭력이다.
 
불쑥 다가온 공론장
 
미국에서 반 섹스로봇 운동을 벌이고 있는 로봇 연구자 캐슬린 리처드슨 박사는 섹스로봇이 포르노그래피의 산물임을 주장했다. 리얼돌 산업이 여성혐오적인 포르노 속 행위들을 실전에 옮기도록 조장하고 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여성 학대, 여성 강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리얼돌 유통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다면, 그것의 순기능이 낳을 가능성보다 역기능이 발생시킬 해로움이 더 크다.
 
국회에 등장한 리얼돌의 모습은 거짓말 같았지만 2019년 현재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불쑥 다가온' 공론장을 마주한 우리는 음지가 아닌 건강한 공간에서, 더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일단, 필자부터 의견을 보탠다. 리얼돌은 그것에 필연적으로 가해질 수 밖에 없는 규제성 법규들로 인해 산업적 발전 가능성이 없으며, 여성혐오적이다. 때문에 나는 이러한 점에서 리얼돌의 도입을 최종적으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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