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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나선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시정연설 나선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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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정부의 예산안 등 국정을 주제로 의회에서 하는 연설을 가리킨다.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정부 쪽의 설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치·경제·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친 대통령의 생각이나 구상이 담겨 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그가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네 번째로 진행한 시정연설이다. 이날 시정연설에는 513조 원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방향과 목표뿐만 아니라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에 관한 대통령의 구상이 녹아 있다.

시정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공정을 위한 개혁'과 '검찰개혁'을 중단 없이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복원'과 '노동존중' 부분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정'을 위한 개혁의 가속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관통하는 중심 단어는 '혁신-포용-공정-평화'였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의미있게 발화한 단어는 '공정'이었다. 이는 한국사회에 '공정의 문제'를 촉발한 '조국 사태'의 여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국민 목소리에서 '공정'과 '개혁'을 절감했다고 했다. 특히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과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을 국민의 핵심적인 요구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라는 문 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공정을 위한 개혁의 가속화'였다. 이를 통해 경제와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을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들의 통과, 강도 높은 채용비리 조사와 엄정한 조치, 피해자 구제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탈세, 병역비리, 직장 내 차별 등의 불공정도 '개혁 대상'에 추가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교육분야의 불공정'이었다.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의 엄정한 추진,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 강구,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 마련을 제시했다.

중단 없는 '검찰개혁'의 완성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은 '비입법적 방안'과 '입법적 방안'으로 나뉜다. '비입법적 방안'에는 공평한 인사, 검사동일체 조직문화의 개혁, 인권침해 수사관행의 개선, 법무부와 검찰에 의한 실효성 있는 감찰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최근 문 대통령의 지시, 법무부과 검찰의 발표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라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러한 비입법적 방안만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입법적 방안'이 반드시 필요한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라가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 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이렇게 '공수처 설치 반대론'을 반박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큽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온전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특히 513조 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안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와 여당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선언했다.

효과 없는 '정치복원' 제안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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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 국회의원과 당 대표(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를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국정운영에서 국회 입법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반 동안에 보여준 그의 '정치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들이 작지 않다.

이날 사전환담장에서 여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신의 '한결같은 바람'이라면서 문 대통령에게 "정치의 중심에 서달라"라고 요청한 것도 그러한 지적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주영 부의장도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좀 많이 귀담아 들어주면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갈 것 같다"라고 뼈 있는 충고를 던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제안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과 '대통령-여야 정당 대표 회동 활성화'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제안들을 '정치복원을 위한 시도'라고 하겠지만, 이는 지난 2년 반 동안 실행됐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들이다. 513조 원대의 슈퍼 예산과 검찰개혁 관련 법안 등의 처리가 절실한 상황인데도 이렇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제안들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라고 호소한 것치고 '정치복원을 위한 상상력'은 약해 보인다.    

다시 언급한 '탄력근로제'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정당과 노동계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를 다시 언급했다. 현재 국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라며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경제4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50~299인 기업 주52시간제 확대 적용' 관련한 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나흘 뒤인 8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내년에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시행되는 것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라며 "기업들이 대비를 위해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라고 주문했다.

더 나아가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맞교대 근무 등) 300인 이상 기업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어 계도 기간을 둬 처벌을 유예하는 부분을 포함한 보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탄력근로제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데 이어 법을 어겨도 기업주의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탄력근로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인 것이다.

하지만 "민간의 활력"(투자황성화, 문 대통령의 표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것은 기업의 민원에 손을 들어준 '친기업 법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진보정당(정의당 등)과 노동계(민주노총·한국노총)는 탄력근로제를 두고 "노동조건의 하향 평준화" "장시간 노동체계의 온존"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노동존중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정의당이 "현 정권의 '노동존중'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업편의적인 행보"를 질타한 이유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방문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건설투자 확대'까지 약속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청와대는 정책기조의 후퇴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날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의 실용적 조화'라는 문 대통령의 '묘한 발언'이 아무런 맥락 없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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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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