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누구랑 함께할까'를 빠르게 선택해야 해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때 공조했던 야3당인가, 자유한국당인가. 선거법 개정과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이 동시에 처리해야 마지막 남은 적폐인 국회와 검찰을 개혁할 수 있어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만난 그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사법개혁 법안(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골자인 선거법 개혁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샅바싸움 양상을 우려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합리적인 방법은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공조했던 야3당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선택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협상에 응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끄는 한국당의 모습을 지금껏 봐오지 않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사법개혁안 처리를 저지하고 내년 총선에서 '어게인 2012'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2년 총선 결과,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50.6%)을 차지했다.

"민주당, 패트 공조 살려 법안 조율부터 해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인터뷰의 시작과 함께 하승수 위원장은 민주당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주당이 시간 낭비를 하고 있어요. 지금 '사법개혁 법안, 선거제 개혁 법안 중 뭘 먼저 처리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누구랑 함께할까'를 빠르게 선택해야 해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상정을 함께했던 야당들과 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당이랑 할 것인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 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택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사실상 민주당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로 대두된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한국당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25일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한국당과의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민주당이 만약 한국당과 협상하려 한다면 한국당은 협상에 응하는 척하면서 시간 끌기를 할 거예요. 오히려 더 꼬이는 거죠. 중요한 국면에 한국당이 늘 보여줬던 모습이잖아요. 게다가 설령 한국당이 공수처 자체를 인정한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은 공수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패스트트랙으로 공조했던 야당과 협력체제를 복원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리고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들을 수정·보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수처법도 백혜련 민주당 의원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 이렇게 두 개가 있잖아요. 선거법도 마찬가지예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조정부터 시작해 의원정수까지 논의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은 하루아침에 뚝딱 되지 않아요. 사실 시간이 매우 촉박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11월 말 12월 초 사이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고, 정부 예산안은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1개월가량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1개월이 "30년 만에 찾아온 개혁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1987년 이후 바뀐 적이 없는 검찰·국회... 실패하면 '한국당 어게인 2012'"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016년 말에 촛불이 일어났고 대통령이 바뀌었습니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이 일부 교체되는 등 법원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어요. 이제 남은 게 국회와 검찰이에요. 사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정권은 몇 차례 바뀐 적이 있었지만 검찰·국회는 본질적으로 바뀐 적이 없어요. 마지막 남은 적폐입니다.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었다가 1987년 이후 자기 권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움직여왔어요. 국회의 경우, 다수당이 바뀌는 일이 있었지만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나 정당의 후진적인 정치행태 등은 바뀐 적이 없어요.

그런데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혁을 이룰 기회가 눈앞에 왔어요. 이번에 이걸 성공하면 촛불이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실패하면 촛불이 남긴 제도개혁의 성과는 없게 되는 셈이죠. 근본적인 개혁은 국회에서 법률을 통해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는 겁니다. 그래야 검찰개혁도 이뤄지는 것이죠. 재벌 문제도 있지만, 검찰이 바로 서야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혁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때 혜성처럼 등장한 이슈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이 검찰개혁·선거제 개혁을 시도했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그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기도 했으며 선거제 개혁에도 강한 목소리를 냈었다.
 
"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라면, 원내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책임을 지고 일을 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민주당이 좌고우면하다가 이번에 선거제 개혁과 검찰개혁에 실패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과오를 남기는 것이죠."
 

하승수 위원장은 '역사적 과오'의 구체적인 모습을 '한국당의 어게인 2012'로 예측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유지를 잇는다는 명분도, 현재 정부를 운영하는 동력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국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요. 한국당은 이번에 선거제 개혁과 검찰개혁에 반대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어게인 2012'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그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과반(50.6%, 152석)을 차지했잖아요.

물론 선거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 어게인 2012가 실현되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거예요."
 

조국 사태를 통해 불거진 '불공정' 문제... 선거법 개정이 대안인 이유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의 이야기는 '선거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선거제 개혁법안이 통과돼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바라는 사법개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선거제 개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은 아니다"라는 그지만, 선거법을 개정해 국회의원 구성의 비례성이 강화된다면 한국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최근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 <배를 돌려라 : 대한민국 대전환>(출판기념회가 10월 31일 오후 7시 30분 홍대입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열린다)을 펴내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퇴진 과정에서 조국이라는 인물에 대한 찬반을 넘어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 계층간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부모가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 어느 정도 부를 가졌느냐에 따라 자녀 스펙이 달라지고 누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저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지대(地代)추구사회'라고 봤습니다." 

여기서 지대는 부동산 임대료 같은 지대의 개념이 아니다. 특정한 계층과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높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배경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을 말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불거졌던 고액 수임료 논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통해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이제 끊어져 버린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한 마룻바닥"이다. 그는 이 대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타 있는 '선거제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제가 주장하는 '공정한 마룻바닥'은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농지·농사·먹거리입니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해요. 이런 것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는 바로 선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책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비례성이 강화되는 선거제도로 바뀌면 정당들이 정책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가 공정해지려면, 구성원이 공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선거제 개혁이 중요해요."


하승수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 "어떤 형태로든 출마할 생각"이다.

"선거법이 개정돼도 '정당 지지율 3%'라는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원내 진입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선거제보다는 청년·여성·소수자를 대변하는 더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겁니다. 지금까지 그 가능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11월이 되면 국회 앞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것 같습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혁의 기회예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봅니다. 국회에서 뭔가 돼야지... 안 되면 한국 정치에 큰 좌절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