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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메리츠화재가 최씨에게 보낸 손해사정확인서. '아래 결정 내용은 피보험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귀사에 적극 요청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난 23일 메리츠화재가 최씨에게 보낸 손해사정확인서. "아래 결정 내용은 피보험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귀사에 적극 요청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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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가 200만 원 넘게 나오니 이전과 다르게 보험심사가 강화되고, 보험금 지급이 늦어졌습니다. 몇 차례 문의전화에서 보험회사는 저에게 '이상 없다,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느닷없이 이런 서류를 보내면서 사인하라 하더군요."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아무개(32세, 가명)씨가 한 말이다. 메리츠화재 쪽이 집으로 찾아와 여러 사진을 찍고, 진료기록 조회에 동의하라 했을 때만 해도 최씨는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보험사 쪽이 보낸 서류인 손해사정확인서에서 '아래 결정 내용은 피보험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귀사에 적극 요청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본 최씨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향후 이와 관련된 어떠한 이의제기나 민·형사상의 소송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도 수상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원래 보험약관대로 120~140만 원이 아니라 40만 원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여기에 서명하고 돈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다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면책기간 끝났는데 이후 치료비 못 준다?

최씨는 지난 4월 3일 메리츠화재의 '무배당 펫퍼민트 Cat보험'에 가입했다. 이는 최씨의 반려묘 '난이' 치료에 쓴 비용을 일부 돌려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후 6월 28일 최씨는 고양이가 소변을 잘 보지 못하자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관련 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하진 않았다. 해당 상품은 가입 이후 90일 이내에 발생한 비뇨기계질환 등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기간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가 다시 병원을 찾은 시기는 7월 5일이었다. 고양이의 증상이 악화해 방광세척 등 처치와 입원치료가 이뤄졌다.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면책기간이 7월 1일 종료되면서 보험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치료 이후 최씨는 담당의사로부터 고양이가 완치됐다는 설명을 듣고, 세균이 배양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류도 받았다. 하지만 8월 말 고양이의 방광염이 재발했고, 방광 내 결석제거 수술과 입원치료로 200만 원가량의 치료비가 나왔다. 보험사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이때부터였다.  

최씨는 "보험사는 7월 치료분이 면책기간에 걸리는 것이어서 이를 이번 보험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했다"며 "또 최초발병이 6월로 면책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8월의 입원·약물투여 등 관련 보험금도 지급할 수 없고, 수술비만 지급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보험사 쪽 설명은 최씨가 서명을 요구 받은 손해사정확인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이에 서명했다면 약관에서 보장하는 것보다 보험금을 적게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7월 최씨가 반려묘 '난이'의 치료가 끝난 뒤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은 임상병리결과지. '세균 배양되지 않음'이라는 설명이 담겨있다.
 지난 7월 최씨가 반려묘 "난이"의 치료가 끝난 뒤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은 임상병리결과지. "세균 배양되지 않음"이라는 설명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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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빈약한 근거

보험사는 7·8월 치료가 면책기간 중인 6월 치료의 연장이어서 보험금을 전액지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면책기간인) 90일 이전의 비뇨기과 치료가 90일 이후까지 연장되면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며 약관 제4조 4항을 그 근거로 들었다. '보험개시일로부터 그날을 포함해 90일 이내에 발생한 비뇨기계질환 등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면책기간 중인) 6월에 처음 발병했다면 이를 보험사에 통지해야 하는데 (계약자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7월 청구 건은 면책기간에 해당하고, 8월 치료도 그 연장선상이어서 수술비용만 지급한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면책기간이라는 것은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이라는 의미이지, 그 기간 중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에 통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발해도 100% 지급해야"

그는 "(보험사 쪽 주장이 맞는다면) 고양이의 방광염 발병사항을 반드시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가입 당시 이를 소비자에게 자세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 국장은 "면책기간 중 발병이 있었다 하더라도 면책기간 이후에 재발했다면 보험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며 "면책기간 이후 일부만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다면 보험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약관이 모호하더라도) 작성자(보험사) 불이익 원칙에 따라 약관을 소비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고, 이에 따른 손해는 보험사가 감수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오마이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7월 치료에 대한 보험금 공제를 취소하고, 8월 치료와 관련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결국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해 소비자가 손해 보는 것은 없다"고 했다.

태그:#메리츠화재, #펫보험, #고양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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