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GS칼텍스전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2라운드 첫 경기를 잡았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9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5-21,27-25)으로 승리했다. 공수의 핵심인 테일러 쿡과 문정원이 부상으로 결장한 도로공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긴 현대건설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10점)를 제치고 다시 단독 2위로 올라섰다(승점 12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0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양효진이 12득점, 고예림과 황민경이 각각 8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일 GS칼텍스전부터 루키 이다현을 중용해 재미를 보고 있다. 이미 동 포지션에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도희 감독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신예 2명의 주전 경쟁을 통한 전력 상승을 노리고 있다.
독특한 매력의 중앙 공격수 정지윤
▲ 정지윤은 지난 시즌 강한 파워와 과감한 공격으로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 한국배구연맹
작년 9월에 열린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경남여고의 전천후 공격수 정지윤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지윤의 신장은 180cm로 '양강'으로 꼽히던 원곡고의 이주아(흥국생명,185cm)나 선명여고의 박은진(KGC인삼공사,187cm)에 비해 특출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지윤이 선명여고의 '살림꾼' 박혜민(GS칼텍스 KIXX)처럼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도 아니었다.
실제로 정지윤은 지난 시즌 초반 현대건설이 마야를 영입한 후 1년 선배 김주향(IBK기업은행 알토스)과 함께 윙스파이커로 투입됐다. 하지만 고교시절 주로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정지윤이 프로 선배들의 까다로운 서브를 받는 것은 그리 쉬운 미션이 아니었고 정지윤은 윙스파이커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전반기를 1승14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쳤고 정지윤 역시 돋보이는 신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도희 감독은 후반기부터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가진 고유민을 왼쪽에 배치했고 정지윤은 센터 자리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정지윤 역시 전통적인 센터의 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공격은 의외로 상대에게 많은 혼란을 줬다. 결국 정지윤은 신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200득점을 돌파하는 활약으로 현대건설의 후반기 선전(8승7패)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건설은 초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규리그 5위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정지윤은 지난 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우승 프리미엄'을 얻은 이주아를 한 표 차이로 꺾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신인왕에 선정된 정지윤은 시즌이 끝난 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19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신장이 크지 않고 아직 센터로서 경험이 부족한 정지윤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블로킹이다. 지난 시즌 세트당 0.33개로 루키3인방 중에서 블로킹이 가장 떨어졌던 정지윤은 이번 시즌에도 세트당 0.35개로 블로킹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지윤은 센터 포지션임에도 속공은 물론 시간차, 이동공격 등 다양한 유형의 공격이 가능하다. 정지윤은 코트에서 이다영 세터를 신나게 하고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주며 팀 공격을 한층 다채롭게 만드는 선수다.
양효진의 좋은 파트너
▲ 블로킹에서 조금만 더 강점을 보인다면 이다현이 주전을 차지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 한국배구연맹
FA 고예림의 영입으로 윙스파이커를 보강한 현대건설의 최대 약점은 바로 백업 세터였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염혜선 세터(인삼공사) 이적 후 이다영 세터가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사실상 백업세터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평소 이다영 세터가 2단 공격이나 블로킹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점프토스를 즐겨 사용하는 역동적인(?) 세터임을 고려하면 백업세터의 부재는 현대건설의 큰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이다영이 대표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지난 9월 컵대회에서 백업세터 김다인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 김다인의 성장으로 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백업세터 보강이 1순위였던 현대건설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다. 일찌감치 최대어로 꼽히던 정호영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된 후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현대건설은 날개 공격수와 세터 자원들을 뒤로 하고 서울 중앙여고의 센터 이다현을 지명했다.
185cm의 좋은 신장을 자랑하는 이다현은 고교 시절부터 큰 신장과 좋은 속공, 블로킹 감각을 겸비한 정통센터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을 통해 이미 양효진과 정지윤이라는 센터 콤비를 구축한 상황이고 아직 양효진이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를 걱정할 시기도 아니었다. 따라서 일부 배구팬들은 현대건설의 이다현 지명이 '지명권 낭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다현은 시즌 초반 정지윤의 백업과 원포인트 블로커로 코트에 나섰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일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일 이다현은 GS칼텍스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단 두 세트만 뛰고도 7득점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그리고 9일 도로공사전에서는 2세트에 교체 투입돼 8득점으로 자신의 최다 득점 기록을 한 경기 만에 경신(?)했다.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1개가 포함된 알토란 같은 활약이었다.
고교 시절 중앙과 날개를 오가던 정지윤에 비해 이다현은 중앙여중 시절부터 센터 포지션만 전문적으로 소화했던 선수다. 이도희 감독 역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두 선수를 경쟁시켜 최대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프로에서의 경험치는 아직 이다현이 정지윤을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신인왕을 노리겠다고 선언한 이다현의 각오와 상승세는 현대건설에게는 매우 반가운 신무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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