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최대 위기라는 '마의 7년'을 넘긴 9년 차 인기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수는 6명이고 지난 8월 < BUNGEE >를 통해 지상파 첫 1위를 차지한 오마이걸의 멤버 수는 7명이다. 하지만 2011년과 2015년 에이핑크와 오마이걸이 데뷔할 때만 해도 이들의 멤버 수는 지금보다 1명 많은 7명과 8명이었다. 에이핑크와 오마이걸은 2013년과 2017년 원년 멤버 홍유경과 진이가 각각 학업과 건강을 이유로 팀을 떠나면서 지금의 멤버 수로 정착했다. 

반대로 멤버를 보강, 또는 변경해 전성기를 맞은 팀도 있다. 2007년 정규 1집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카라는 이듬 해 새 멤버 구하라와 강지영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EXID 역시 원년 멤버 3명이 탈퇴하고 솔지와 혜린이 가세한 후 대중들에게 익숙한 5인조 EXID로 재탄생했다. 12명의 멤버로 데뷔했던 한중합작 걸그룹 우주소녀는 2016년 6월 I.O.I 출신의 유연정이 합류하면서 13인조 걸그룹이 됐다.

작년 8월에 데뷔한 걸그룹 네이처도 지난 10월 중국인 멤버 가가의 탈퇴와 함께 새 멤버의 합류 소식을 전했다. 대중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얼굴인 네이처의 새 멤버는 학업으로 이번 활동에 함께 하지 못하는 중국인 멤버 오로라의 빈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긴 연습생 생활과 잦은 데뷔로 '프로 데뷔러'라는 슬픈(?) 애칭을 가진 '퀵소희' 김소희가 그 주인공이다.

좀처럼 정식 데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전문(?) 연습생'
 
 김소희는 <프로듀스101>출연 당시 자신이 빠른 년생임을 강조해 주목 받았다.

김소희는 <프로듀스101>출연 당시 자신이 빠른 년생임을 강조해 주목 받았다. ⓒ M.net 화면 캡처

 
어린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던 김소희는 고1 시절이던 2010년 <슈퍼스타K2>를 시작으로 시즌4를 제외하고 6년 동안 5번이나 <슈퍼스타K>에 출전했던 근성(?)의 소유자다. 이후 DSP와 JYP의 공개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졌고 2015년 7월부터 백지영, 유성은, 길구봉구 등이 속한 뮤직웍스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김소희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계기는 역시 2016년 <프로듀스 101>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뮤직웍스의 유일한 연습생으로 출연한 김소희는 1회 안예슬과의 대화에서 "같은 95년생이니 친구를 하자"는 안예슬의 제안에 자신은 빠른 년생이라 밝히며 '퀵소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영 초기에는 비슷한 또래끼리 깐깐하게 나이를 따진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였지만 방송이 거듭되고 김소희가 인기를 끌면서 '빠르게 데뷔길로 가자'는 긍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됐다.

김소희는 10회 방송분에서 6위까지 순위가 급상승하면서 데뷔의 꿈이 이뤄지는 듯했지만 최종회에서 15위에 머물며 아쉽게 I.O.I 데뷔조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소희는 <프로듀스 101>을 끝낸 후 윤채경과 함께 <음악의 신2>에 합류해 이수민, 윤채경과 함께 C.I.V.A라는 팀을 결성했다. C.I.V.A는 DIVA의 히트곡 <왜 불러>를 리메이크해 음원까지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C.I.V.A는 <음악의 신2>를 위한 한시적인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김소희는 C.I.V.A 활동 종료 후 <프로듀스 101>에서 I.O.I가 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한 한혜리, 이해인, 이수현, 윤채경이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 I.B.I로 활동했다. I.B.I는 자체 리얼리티 예능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I.B.I 역시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다. 김소희는 함께 C.I.V.A 멤버로 활동했던 윤채경이 에이프릴의 새 멤버로 합류하는 모습을 쓸쓸히 지켜 보며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2017년에도 김소희는 '연습생'이라는 신분을 유지한 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레드벨벳 슬기, 마마무 문별, 러블리즈 수정, 오마이걸 유아, 소나무 디애나, 전소미와 함께 출연한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은 제법 큰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틀에 한 편씩 공개된 '아드공'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종영됐고 김소희는 데뷔를 준비중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 '프로 연습생' 생활을 이어갔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걸그룹 중간 합류, 김소희의 적응력은?
 
 김소희가 합류한 네이처는 지난 7월 <내가 좀 예뻐> 이후 4개월 만에 미니 2집으로 컴백한다.

김소희가 합류한 네이처는 지난 7월 <내가 좀 예뻐> 이후 4개월 만에 미니 2집으로 컴백한다. ⓒ n.CH 엔터테인먼트

 
세 번의 프로젝트 그룹 활동을 포함해 긴 연습생 생활을 견딘 김소희는 2017년11월 드디어 첫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솔로로 데뷔했다. <프로듀스101> 시절부터 김소희를 지지했던 팬들은 물론이고 I.O.I의 팬덤도 긴 연습생 생활을 거친 김소희의 솔로 데뷔에 큰 축하를 보냈다. 김소희가 MBC Music 채널의 < Show Champion >을 통해 데뷔 무대를 선보였을 때는 김소희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올랐을 정도.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늦가을 가요계는 힘들게 데뷔한 김소희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소희는 두 번의 공중파 무대를 포함해 약 한 달 동안 몽환적이고 애틋한 느낌의 타이틀곡 <소복소복>으로 활동했지만 대중들의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그렇다고 김소희의 소속사 뮤직웍스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젊은 여성 아티스트를 키우는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도 아니었다.

결국 김소희는 작년과 올해 케이블TV와 웹예능,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며 아까운 시간을 보냈고 지난 7월 뮤직웍스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소속사를 떠났다.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4살 연하의 가수 송유빈과의 열애설이 뒤늦게 터지면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열애설이 터질 당시 이를 수습해줄 소속사가 없었던 김소희는 직접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발표해 송유빈과 만남을 가졌다가 현재는 결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 김소희가 지난 10월 n.CH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걸그룹 네이처의 새 멤버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김소희는 오는 12일 발표될 네이처의 두 번째 미니 앨범 'Nature World : Code A'부터 함께 활동할 예정이다. 한 번의 솔로 데뷔에서 썩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던 김소희에게 네이처 합류는 아이돌 가수로서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물론 데뷔 500일을 앞둔 네이처 역시 가요계에 안착하기 위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희와 함께 C.I.V.A로 활동했던 윤채경 역시 지난 2016년11월 에이프릴의 새 멤버이자 맏언니로 합류한 바 있다. 하지만 윤채경은 이미 DSP에서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하며 에이프릴 멤버들과 친분이 있었지만 김소희는 소속사 n.CH 엔터테인먼트에 들어 온지 갓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의 별병(퀵)처럼 새 소속사를 구하자마자 곧바로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김소희가 자신에게 찾아온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희 네이처 프로 데뷔러 I.B.I C.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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