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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유우파 대통합'이란 명분으로 보수 대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변혁 모임)와 우리공화당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각각의 입장 차가 이들의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

보수 대통합을 표방한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라며 극우정당인 우리공화당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을 역설했다. 하지만, 토요일마다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희망과는 전혀 판이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당수의 한국당 정치인들이 결코 상대해서는 안 될 부류로 취급되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통합 거부하는 이유
 
9일 서울역에서 열린 우리공화당 제153차 태극기 집회.
 9일 서울역에서 열린 우리공화당 제153차 태극기 집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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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제153차 태극기 집회에서는 홍문종 공동대표가 첫 연사로 나섰다. 연단은 제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에게 폭탄을 던졌다가 미수에 그친 독립투사 강우규의 동상 바로 앞에 설치돼 있었다. 이 연단에서 홍문종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여의도 20대 국회의원 중에서 살아남아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민국 여의도에서 다시 국회의원 배지 달 자격 있는 사람은 지금 두 사람밖에 없어요. 298명은 다 집에 보내야 돼! 지금으로서는 여러분이 해야 할 첫째 사명이 뭐냐.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라고 나불거리고 다니던 ○들, 여러분의 이름으로, 태극기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4월 15일이에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우리공화당을 뺀 나머지 모든 정당들에 대해 거부감을 피력한 뒤 그는 특히 한국당을 겨냥해서 이렇게 말했다.
 
홍문종 공동대표.
 홍문종 공동대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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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죄 없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중략) 그런데 탄핵한 ○들이 목 뻣뻣이 들고. (중략) 탄핵한 ○은 정확히 말해서 63명이예요. 62명이 아닙니다. 그 김용태인가 뭔가 하는 친구는 먼저 탈당해서 탄핵 찬성했기 때문에 그○이 사탄파의 최초의 탈당파예요. 어찌 되었든 63명은 지들이 보수우파라고 이야기하고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들은 보수 우파가 아니다! 이 ○들하고 무슨 통합을 한다, 이 ○들하고 무슨 테이블에 앉는다, 되지도 않는 얘기, 말도 안 되는 소리, ○소리냐 ○소리냐 ○소리냐 그러고 있습니다. 제 얘기가 맞죠?"

역대 어느 선거에서든 통합력을 발휘하는 쪽이 승리하거나 선전했다. 당 내부뿐 아니라 당 외연으로도 통합력을 보이는 쪽이 조직 선거를 하는 데나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나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기울어진 축구장 위쪽을 차지하고 있다가 쫓겨난 범보수(보수+극우)로서는 어떻게든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 총선 이후를 기약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단 2석 밖에 없는 우리공화당이 저토록 당당하게 통합을 거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제153차 태극기 집회 풍경.
 제153차 태극기 집회 풍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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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광화문광장의 전광훈 목사 쪽으로 청중이 많이 모여들지만, 153차례(11월 9일 기준)나 대규모 집회를 이어왔을 정도로 우리공화당은 탄탄한 청중 동원력을 갖고 있다. 

또 1월 23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대한애국당이 정당후원금 1등 맞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후원금 모금 능력도 갖고 있다. 2017년에 우리공화당(당시 명칭은 대한애국당)은 5억 4649만 원을 거둬, 1등인 정의당(6억 5410만 원)에 뒤지고 3등인 더불어민주당(5억 1059만 원)에 앞서는 성과를 냈다. 또 2018년 상반기에는 민중당(11억 5559만 원)과 정의당(7억 7058만 원)에 이어 2억 7587만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당은 중앙당후원회가 없어서 집계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돼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당 말처럼 진보 정당만 득을 보는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표가 분산돼 있는 이념 추구형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우리공화당 같은 극우 성향의 이념형 정당도 당연히 득을 볼 수 있다. 아직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전광훈 목사 집회에 모이는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기독교계 극우 정당이 생긴다면, 그런 정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물론 우리공화당은 패스트트랙 안건의 통과를 반대하지만, 선거제가 개혁되면 이들은 군중 동원력과 후원금 모금 능력에 더해 유리한 선거제도의 이점까지 누리게 된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통합했을 경우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불확실한 데 반해, 지금대로 그냥 갈 경우에는 적어도 한동안은 극우정당의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다. 황교안 대표가 웬만한 '선물'을 제시하지 않고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 힘든 이유다.

우리공화당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한국 현대사에 기원을 둔 무기다. 2월 21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태극기와 한국당의 만남... 극우 등장의 숨은 공식'에서 설명한 것처럼, 1894년 동학혁명과 1945년 일제 패망 때 한국에서는 민중 권력에 의해 정치체제가 바뀔 뻔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극우세력이 1894년에는 일본군, 1945년에는 미군의 힘을 빌려 극력 저지한 끝에 민중의 권력 장악이 저지됐다.

이처럼 극우세력이 두 차례나 대승리를 거뒀는데도, 한국 현대사에서는 극우정당이 단 한번도 선거에 승리한 적이 없다. 우리공화당에 국회의원 2명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의원이 된 상태에서 그리로 당적을 옮겼을 뿐이다.

선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우세력의 정치화가 미약했던 것은, 극우적 성향의 독재정권들로 인해 별도의 극우정당이 억제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헌법상으로는 민주공화국 체제와 국민주권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마치 전제군주정처럼 국민을 억압하고 통치했다. 이들은 실상은 극우세력이면서도 겉으로는 중도보수인 듯이 행동했다. 이런 속에서 별도의 극우정당이 '눈치 없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나치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했던 방식을 모방했다. 반공 수호라는 명분 하에 이른바 '빨갱이'들을 지목하고,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의 불만과 증오를 이들에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외형상의 국론 통일을 달성하고자 했다.

이처럼 극우인 듯 아닌 듯한 집단이 오래 집권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극우적 통치방식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개중에는 향수를 느끼는 이들까지 있다. 이런 정서를 가진 유권자의 숫자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점은 우리공화당한테는 희망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정서를 활용하고자, 태극기 집회의 식순에는 이승만·박정희·박근혜 3위에 대한 경례가 있다. 또 반공이념을 찬미하고 주사파 척결을 외치는 목소리가 집회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 성공을 거둔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에 매몰된 우리공화당을 상대로 황교안 대표는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을 하자며, 상대방이 귀담아 듣지 않을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극우' 내세우는 건 시대를 역행
 
‘주사파 척결’ 구호가 적힌 태극기 집회 자원봉사자들의 유니폼.
 ‘주사파 척결’ 구호가 적힌 태극기 집회 자원봉사자들의 유니폼.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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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공화당이 극우 대표성을 유지해나가는 길이 마냥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공화당 지도부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선전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의 극우 정권들은 반공 수호라는 명분 하에 '빨갱이'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 방식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우리공화당은 약간의 변형을 가하고 있다.

'반공 수호'가 철 지난 이념이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반공 이념만 갖고는 대중과 가까워질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반공 수호를 강조하면서도 자유주의를 그에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집회에서는 '자유주의 수호를 위해 주사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바로 신자유주의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으로 우리 사회를 조직하자는 논리다. 그런데 재벌과 대기업은 극우 지지자들을 일반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재벌과 대기업에 유리한 자유주의를 위해 주사파를 척결하자는 논리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반공 이념만을 내세울 수 없는 우리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논리가 극우 지지자들에게는 통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적 성향의 일반 대중한테는 설득력을 갖기 힘들 수밖에 없다. 재벌개혁 요구가 점증하는 시대적 흐름이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개혁 요구가 확산되면, 자유주의 경제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의문이 점점 쌓여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극우세력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점증하는 친일청산 요구의 확산도 과거사 청산을 방해하는 극우정당에 지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역 광장의 태극기 집회 연사들이 바로 앞의 독립투사 강우규 동상을 쳐다보면서 발언할 수밖에 없듯이, 우리공화당은 역사청산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점점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우리공화당이 한국당의 통합 제의를 거절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당의 정치적 구호가 시대 분위기에 역행할 뿐 아니라 대중의 정치적 요구와 정면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극우정당의 대표성을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난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우규 동상 앞에서 연설하는 홍문종 대표.
 강우규 동상 앞에서 연설하는 홍문종 대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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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극기 집회, #우리공화당, #극우정당, #보수 대통합,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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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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