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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환영사 도중 이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있다.
▲ 이자스민 손 잡은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환영사 도중 이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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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모든 일이, 제 말과 행동이 마치 (대중의) 현미경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가 이주민·이주아동 등의 보편·기본적 권리를 말할 때마다, 다른 의원들이면 별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그걸 말하는 사람이 저라서 왜곡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과거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이 전 의원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정의당 입당식을 가졌다. 최초의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 그것도 새누리당에서 활동했던 이의 정의당 입당은 그 자체로 관심을 폭발시켰다. 입당식에도 5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려 본청 사무실이 꽉 찰 정도였다. 

그는 이날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를 "이 험한 곳, 매섭고 무서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입당식에 오기 전에 굉장히 많이 걱정했다. 이 험한 곳에 다시 들어와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 그간 제 간이 콩알처럼 작아진 것 같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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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젯밤 이런 상황을 지인에게 말했더니 '(두려운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나이 들어 겁이 많아진 거야' 하더라. 그래서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나는 두려운 게 아니라 나이가 들은 것'이라고 반복했다"라며 웃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새 출발을, 정의당과 함께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심상정 당대표 등 정의당 관계자들은 손뼉을 치며 그를 응원했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그간 "잠수를 탔다". 2016년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뒤 앞서 해왔던 블로그·트위터 등 SNS 활동도 모두 멈췄다. "제 아이들에게도, 제게도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던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을 맡으면서다. 

"현장에서는 '이주민 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이자스민이 국회에 있었을 때는 뉴스거리라도 나오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도 없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혐오 발언들이 더 많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 사이에 심상정 대표를 만나게 됐는데, 만날 때마다 '함께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심 대표가 하셨다. 매섭고 무서운 여의도에 다시 갈 거라면, 이왕이면 따뜻한 손을 잡고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를 반영하듯 심 대표는 "외국에 사는 750만 명 우리 동포들이 거기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듯, 250만 명 이주민들도 차별 받지 않고 살아야 한다.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정책의 정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며 이 전 의원에게 정의당 '이주민인권 특별위원장' 직을 맡겼다.

이자스민 손잡은 심상정 "늦었지만 기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이 전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 이자스민 껴안은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이 전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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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이날 이 전 의원을 보며 "차별 받는 소수자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늘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국회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날 때마다 제가 '번지수 잘못 찾았다'라고 농담반, 진담반 섞어 말했다"라며 "한편으론 진보정당이 강했다면 처음부터 같이할 수 있었을 거라는 부채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오늘 정의당에서 같은 곳을 보며 두 손 꼭 잡고 함께 나갈 수 있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이 전 의원 손을 꼭 붙잡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입당의 변에서 노회찬 전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도 언급했다. 그는 "노 의원이 말했던, 6411번 버스가 지나가는 구로·대림·영등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들이 사는 곳"이라며 "대한민국에 사는 250만 이주민들, 6411번 버스를 이용하는 이주민들의 보편·기본적 권리를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식 당시 6411번 버스를 거론하며 "청소미화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실제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로 한 달에 85만원 받는 투명인간"이라고 했던 부분을 이 전 의원은 이주민들에 빗대 이야기한 것이다. 그는 이를 언급하다 울컥한 듯 잠시 목소리를 다듬고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어 "저를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분들이 많지만, 되도록 크게 응원해 달라. 그래야 기울어진 균형이 바로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심상정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와 함께 정의당 심볼마크 'V'자를 손으로 그려보이고 있다.
▲ 정의당 입당한 이자스민 전 의원 이자스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심상정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와 함께 정의당 심볼마크 "V"자를 손으로 그려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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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는 이 전 의원의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거주지인) 서대문 갑(연희동) 지역 출마 의향, 비례 출마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이 전 의원은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정의당의 후보 공천은 당원들의 결정(투표)이라고 들었다"라며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그 과정에서 당내 신뢰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2014년) '이주아동의 권리보장 기본법'을 내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수많은 의견을 들었고, 모든 공부를 다 해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문화·이주민 인권에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서로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그 연결끈을 제가 만들고 싶다. 소수자와 약자들이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 

태그:#이자스민 , #정의당 , #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 , #인재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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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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