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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촛불이 가열차게 타오르던 2016년 겨울, 나는 광화문 촛불에 나가지 못했다. 발목 골절 수술 후 2017년 1월까지 병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촛불 하나를 보탤 수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연 인원 17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마침내 박근혜는 탄핵됐고 촛불 정권이 탄생했다.

탄핵 판결이 있던 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 '촛불의 역사'를 새롭게 쓴 날이었다. 그 쾌거로 대한민국 촛불 시민은 독일 애버트 재단으로부터 ´2017 에버트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기회는 불평등했으며 과정도 공정하지 못했고 결과 역시 정의롭지 못했다는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중요한 사실은 진보와 개혁을 말하던 그가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계층과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보통 사람과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박탈감을 가져온 이유다.
  
손석춘 칼럼집
▲ 흔들리는 촛불 손석춘 칼럼집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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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칼럼집 <흔들리는 촛불>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쓴 칼럼을 모아 엮은 칼럼집이다. 저널리즘 관련 강의를 하는 저자는 '저널리스트를 키우는 저널리즘 교수로서 특정 정파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언론 활동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일인 미디어 역할이 가능한 시대다. 저자는 가슴의 확장인 미디어 촛불이 저널리즘 글쓰기의 생명인 진실과 공정, 권력 감시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대를 밝히는 등불은 여전히 언론과 대학이며 새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일 것이다. 만일 미래를 열어갈 젊은이들이 언론과 대학에 의해 분노와 좌절, 사회적 박탈감을 맛보며 살아야 한다면 대한민국 미래에 희망은 없을 것이다.

스펙도 못쌓고 SKY 졸업생도 아니면, 아무리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취직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기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재수 삼수를 하고 있는 내아들과 같은 보통의 젊은이들에게 그런 절망과 좌절을 안긴 건 바로 기성세대다. 이제라도 기성세대는 언론과 대학과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도록 담금질을 해야한다.
 
언론과 대학이 살아 있다면 권력과 자본이 대한민국처럼 망가지진 않는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되레 권력을 추구할 때, 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연구하고 제시해야 할 대학이 자본의 논리를 좇을 때, 그 나라의 내일은 무장 어두울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젊은 세대가 문제의식도 비판정신도 없다고 개탄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언론을 죽인 것은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언론 귀족이듯이, 대학 정신이 죽어가는 이유도 대학생에게 있지 않다. 권력과 자본에 줄 선 교수들에게 있다. -93쪽

여전히 진영논리로 시청자를 호도하는 방송이 화면을 장식한다. 개혁은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님에도 교묘하게 이념과 진영논리로 포장한 방송을 하는 것이다. 진영논리로 시청자를 호도하는 방송이 존재하는 한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세대와 사회의 대립의 골만 깊어진다. 방송이 제 기능을 다하며 바로서야 하는 이유다.
 
보수·진보의 잘못된 틀로 보도하는 공영방송 문제는 무장 심각하다. 방송 개혁을 열망하는 현장 언론인과 시청자들 앞에서 공영방송을 망가트린 자들이 성찰할 섟에 진영 논리로 언죽번죽 맞서고 있다. 명토박아 둔다. 2017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사법 개혁과 방송 개혁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본 또는 상식의 문제다. -114쪽
 
2019년 현재 이곳저곳에서 다시 촛불이 켜지고 있다. 누군가는 촛불을 들기가 망설여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석춘씨는 흔들리더라도 촛불을 다시 들라고 권한다.

이 겨울, 촛불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흔들려도 흔들려도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까 보다. 내 아들이 살아갈 시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 수많은 김용균들을 위해서.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질 그날을 위해서.
 
2010년대의 끝자락에서 촛불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는 마음은 착잡합니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더욱 가슴에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절망하지 않으려면 촛불의 어둠에도 촛불을 밝혀야 합니다.

무릇 촛불이 흔들리는 까닭은 꺼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촛불들이 힘을 모으면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터입니다. 2010년대를 맞으며 그 촛불의 촛불, 촛불의 바다를 꿈꿉니다. -166쪽

흔들리는 촛불 - 손석춘 칼럼집

손석춘 (지은이), 철수와영희(2019)


태그:#흔들리는 촛불, #미디어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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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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