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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내 인생의 하프타임'을 연재하면서부터 나는 틈날 때마다 또래들을 관찰하거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나 혼자의 경험과 생각으로만 글을 쓸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고민했다.

또래들을 만나면서 우리 세대의 다양한 고민과 사회 현상을 엿볼 수 있었지만 나의 해석으로만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여러 문헌을 찾아 읽으며 나의 부족한 시각을 보충했다. 독자의 선택을 많이 받았든 그렇지 않든 출판된 책에는 편집자들의 눈을 통과한, 검증된 성찰이 있기 마련이었다.

나는 어렴풋이 떠오르던 생각이나 입에서 맴돌기만 하던 이야기를 그런 책들을 읽으며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인생의 단계를 여러 분야 전문가의 연구를 통해서 그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를 알게 해준 책들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비치된 책 '90년생이 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비치된 책 "90년생이 온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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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가 그 시작이었다. 최재천 교수는 인생을 '번식기'와 '번식후기'로 나눴다. 예전에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번식기가 끝나는 50살 즈음부터 눈에 띄게 늙었고 수명도 길지 않았기 때문에 60살 은퇴에 맞춘 사회 제도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 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번식기만큼이나 긴 번식후기를 살기 때문에 교육이나 경제 체제가 그것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재천 교수는 특히 번식후기를 위해서 40살 이후에 새로 공부해야 한다고, 그래서 빛나는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책을 읽고 다른 시각의 책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 중 <100세 인생>이라는 책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삶의 단계를 분석했다.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인 린다 그래튼(Lynda Graton)과 앤드루 스콧(Andrew Scott)이 쓴 책이다.

이들 저자는 20세기에는 삶을 3단계로 바라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교육을 받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직업 활동을 하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은퇴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21세기 들어 기대 여명이 늘어났는데도 퇴직 연령이 그대로인 것을 지적한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삶의 단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100세 인생> 저자들은 기존 3단계의 삶을 대신하여 미래에는 '다단계의 삶'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도 예측한다. 저자들은 3단계 삶에서는 과도기가 두 차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갈 때, 고용에서 퇴직으로 넘어갈 때. 그런데 단계가 더 많아진다면 그러한 과도기도 더 많아질 거라는 거다. 그래서 그 과도기를 잘 넘어가라고 조언한다. 경영대학원 교수들답게 경제활동에 대한 조언이 책에 쭉 나온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미국 중년들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를 책으로 낸 것이라 흥미로웠다. 저자인 윌리엄 새들러는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10년 넘게 중년에 관한 연구를 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홀리네임스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있다. 저자는 책에서 '생애 주기별 분석'을 도입하여 중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태어나서 학창 시절까지의 '청년기 1차 성장 단계'인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1 연령기)', 일과 가정을 위한 정착 단계인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2 연령기)', 학습을 통한 청년기 1차 성장 단계와는 다른 깊이 있는 2차 성장을 통해 삶을 재편성하는 시기인 '서드 에이지(third age, 3 연령기)',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포스 에이지(fourth age, 4 연령기)' 등 우리 인생을 연령대별로 나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 생애 중간쯤의 시기인 마흔 이후 30년, 즉 '서드 에이지'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중년 이후의 삶을 평가절하해온 것도 지적한다. 저자는 이 시기가 착륙이 아닌 새로운 이륙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마흔 이후 인생의 2차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여기서부터는 자기계발서에서 들어봄직한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그 원칙들은 한마디로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목소리도 들어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년에는 스타 플레이어, 혹은 독불장군이 되면 힘들단 이야기다.

세대와 관련된 주제로 찾아보니 세대 간 차이나 갈등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특히 <90년생이 온다>를 필두로 '에코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책들이 서점에 많이 보였다. 우리 또래를 다룬 책들은 주로 '386 세대'를 주제로 부정적인 분석을 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아저씨'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는 아저씨들이 많아졌다는 일본의 이야기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현재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에 의하면 일본은 남자들, 그중에서도 젊은이가 아닌 아저씨가 중심이 된 사회였고, 주기적으로 훌륭한 리더들이 활약한 덕분에 발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금 일본은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쇠퇴하는 아저씨들이 늘고 있고 문제는 그들이 사회 지도층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라면 아저씨를 '꼰대'로 치환해서 읽었을 것 같은 내용이 많이 나온다. 연장자라는 이유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들이 젊은 세대의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저자는 책에서 그런 남자들이 이끌어 가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과 그 '처방전'을 내놓았다(고 주장한다.)

50대를 이해하려면
 
 50대를 다룬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세대를 다룬 책들은 거의 청년이나 노년을 다룬 책들이다.
 50대를 다룬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세대를 다룬 책들은 거의 청년이나 노년을 다룬 책들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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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을 읽으며 난 새로운 걸 알아간다. 그 문헌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단계를 분석하고 그 단계를 잘 넘어가기 위한 지혜를 내놓았다. 혹은 세대 간의 차이나 갈등을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묘책도 늘어놓았다.

그들 저자가 선택한 단어나 문장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털어놓는 성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삶이 길어진 만큼 그에 맞는 생애 단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고 그 준비를 위한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새로 정비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은 개인의 성찰과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서점에는 젊은 세대를 깊이 분석했다거나 그들을 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외치는 책들이 많이 보인다. 출판사에서 의도한 타깃 독자는 아마도 윗세대들일 것이다. 세대 간 공감의 간격이 책으로 배워야 할 만큼 벌어졌다는 걸 반영한다.

그런데 50대를 다룬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세대를 다룬 책들은 거의 청년이나 노년을 다룬 책들이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도 '청장년'이라거나 '중장년'으로 뭉뚱그려서 애매하게 묶어 놓는다. 우리나라에서 50대는 중년도 아니고 시니어도 아닌 대접을 받는 애매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018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약 5162만 명이다. 그중 50세에서 54세 인구는 약 420만 명이고 55세에서 59세 인구는 약 430만 명이다. 50대 전체를 놓고 보면 총인구 대비 약 16%를 차지한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이 연령층이, 그때는 지금보다 나이가 더 먹었겠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경제적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50대를 더 깊이 구체적으로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있고 나같은 사람이 연구할 수 있는 방향이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50대를 시작하며 난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꿨고, 50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심층 연구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내가 보낸 과도기, 하프타임은 내가 뛸 후반전에 큰 힘이 되는 에너지를 주었다.

(*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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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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