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3회초 키움 선발 투수 요키시와 포수 이지영이 대화하고 각자의 위치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3회초 키움 선발 투수 요키시와 포수 이지영이 대화하고 각자의 위치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내부FA 포수 이지영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 자격을 얻은 포수 이지영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연봉 3억+옵션 6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지영은 올 시즌 106경기에서 타율 .282 1홈런 39타점 40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3년 계약을 체결한 이지영은 오는 2022년까지 고척 스카이돔의 안방을 지킬 예정이다.

한편 FA시장을 통해 안방보강을 노리던 롯데 자이언츠는 이지영이 키움에 잔류하면서 선택지가 줄어 들었다. 올 시즌 타율 .124에 그친 나종덕이 경험 부족을 드러낸 가운데 롯데의 선택지는 외국인 포수와 FA시장에 남은 유일한 포수 김태군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KBO리그에서 외국인 포수의 성공 사례가 없고 김태군 역시 전역 후 18경기에서 타율 .182에 그친 바 있어 공수를 겸비한 알짜배기 포수 이지영을 놓친 롯데의 아쉬움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육성선수에서 삼성 왕조 주전까지 올라간 대기만성의 교본

인천 출신으로 제물포고 졸업 후 부산의 경성대에 진학한 이지영은 대학 시절 좌완 장원삼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대학야구 최고의 포수 자원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지영은 2005년 야구월드컵에서는 국가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이지영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육성 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2000년대 후반 삼성에는 진갑용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었다. 부상이 잦은 진갑용이 자리를 비울 때는 현재윤이라는 똘똘한 백업포수가 뒤를 받쳤다. 이지영은 정식 선수로 올라선 2009년 1군에서 23경기에 출전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김재환(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주전 포수로 활약한 이지영은 2010년 타율 .332, 2011년 타율 .309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정상급 포수로 떠올랐다.

마침 삼성 구단에서도 진갑용의 후계자를 찾을 시기가 왔고 이지영은 전역 후 자연스럽게 진갑용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2012년 54경기에 출전한 이지영은 2013년 113경기, 2014년 99경기에 출전하며 삼성 통합 4연패 왕조시대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12kg을 감량하고 타격폼을 바꾼 2015년에는 124경기에서 타율 .305 1홈런55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이지영은 2016년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97 7홈런50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지영의 활약과는 별개로 삼성은 순위가 9위로 추락했다. 이지영은 백업 포수인 이흥련(두산)까지 이적해 주전 자리가 더욱 굳건해진 2017년 타율 .238 무홈런26타점으로 상무 전역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이지영이 흔들리자 삼성 구단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7년 11월 4년8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롯데의 주전포수 강민호를 영입했다. 이지영이 아무리 준수한 기량을 갖춘 포수라 해도 통산 5번의 골든글러브 수상과 20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한 거포 포수 강민호의 자리를 넘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1986년 2월생 이지영은 힘들게 주전 자리를 차지한 지 5년 만에 1985년생 동갑내기 포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불안정한 이적 대신 고용보장(?) 선택한 30대 중반 포수

비록 백업으로 밀려났지만 이지영의 기량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무르익었다. 작년 시즌 90경기에 출전한 이지영은 타율 .343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지영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상 최소 2021년까지 10억 원의 연봉을 받는 강민호를 제치고 주전 포수로 출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삼성 입장에서도 강민호의 백업으로 한정된 역할만 맡기기에 이지영은 너무 아까운 카드였다.

결국 삼성은 작년 12월 삼성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가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영을 히어로즈로 보냈다. 당시만 해도 성폭행 스캔들에 연루된 주전 포수 박동원의 차기 시즌 출전이 불투명했고 박동원의 자리를 메웠던 김재현(상무)마저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키움으로서는 포수 보강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이지영은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통해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106경기에서 타율 .282 1홈런39타점40득점을 기록한 이지영은 112경기에서 타율 .297 10홈런55타점을 기록한 박동원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히어로즈의 안방을 지켰다. 특히 박동원이 무릎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이 불가능했던 가을야구에서는 10경기에서 타율 .333(33타수11안타)4타점으로 주전포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 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가을야구에서의 활약 덕분에 가치가 급상승했다. 특히 시즌 내내 심각한 포수난에 시달렸던 롯데에서 이지영을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FA 선수에 밀려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던 신세에서 1년 만에 FA이적 선수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지영은 3년 18억 원에 원소속팀 키움과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도전 대신 안정된 잔류를 선택했다.

올해 FA시장에서 올라간 이지영의 가치를 고려하면 보장금액 12억 원의 FA계약은 만족하기 힘든 액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지영은 하위권팀으로 이적해 주전포수로 팀 성적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기 보다는 정규리그 3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에서 젊고 유망한 투수진을 이끄는 쪽을 선택했다. 과연 2022년까지 안정된 계약을 보장 받은 이지영은 30대 중〮후반 구간에도 지난 2년 같은 뛰어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이지영 롯데 자이언츠 FA 포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