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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개혁을 완수해야 할지 여러 의견을 소개합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기획은 모든 시민기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비정규직과 기념촬영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비정규직과 기념촬영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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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외부일정은 인천공항 방문이었다. 인천공항에는 청소와 보안 검색, 화물처리와 경비를 담당하는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공항은 국가기간시설로 전체 공공부문 노동시장에 파급력이 큰 곳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시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발걸음, 시작은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릎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주 앉아 이들의 고충을 경청했다. 이날 정일영 당시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1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문 대통령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당시 함께 자리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문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힘든 우리들을 찾아온 것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대감 때문에 벅참과 설렘들 같은 감정이 뒤엉켰다"라고 울먹였다.

외환 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민주개혁정부나 보수정부 할 것 없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눈감아 줬다. 때로는 정부가 앞장서 효율화와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을 감축하고 공공서비스를 민간위탁해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기도 했다. 공공부문이 한국사회 불안정 노동을 선도했던 역설적 상황 속에서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출발은 한 편의 감동적 드라마였다.

집권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는 등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동안 정책 결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노사정위원회에 청년과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의 대표를 참여시켰다.

노동자들의 대표인 민주노총 위원장을 잡아 가둔 박근혜 정부와 달리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민주노총의 요구도 경청했다. 정부와 기업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이던 민주노총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집권 2년차, 이해할 수 없는 갈지자 행보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 수백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 수백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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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는 돈으로 노동자를 줄 세우는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힘있게 추진했다.

달성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자유한국당 2022년까지 달성), 2017년 대선에서 모든 정당이 동의한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나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과 더 큰 위험에 고통받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밤낮없이 일하며 초과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의 근절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였다.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내며 응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년 차부터 노동정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당초 계획에 비해 정규직 전환 범위가 축소되고 정규직과 차별해소도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감독을 미루고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 기업에 장시간 근로를 계속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최저임금 또한 2년간 대폭 인상됐으나 산입범위 확대로 인상효과가 반감됐다.

2017년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위기론이 제기됐다. 저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청년실업의 문제가 깊어졌다. 경영계와 보수야당 그리고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예상치 못한 정책의 피해계층이 발생하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는 마땅히 정부가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을 보완한다고 제시한 내용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책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산정시 제외돼야 하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해 실질적으로 저소득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스스로 제시한 정책을 부정하는, 자해에 가까운 모순적 정책이다. 노동자들의 배신감은 커져 갔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근로감독관 등 민생과 직결되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며 성과를 내던 일자리 정책 역시 2018년을 거치며 궤도를 이탈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범 사용자로서 직접적 정책수단을 구사해 공공부문의 질 좋은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전환 예외 사유가 너무 많았다. 집권 3년 차인 현재 민간위탁 부분은 전환 계획이 나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자회사를 세운 뒤 여기에 비정규직을 우겨 넣어 노사갈등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자회사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은 원래 기관과의 상이한 임금체계와 보이지 않는 차별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IMF 이후 외주화한 요금수납원들을 파견 근로자로 불법 사용하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한국도로공사의 노사갈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해서 설립한 법인이 1000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현대자동차로부터 위탁받은 승용차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 역시 초임 연봉 3500만 원의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제조업 완성차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조정해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유도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노동권을 일정시기(35만 대 생산달성시까지)까지 제약하는 것이다.

청년과 비정규직 대표를 다시금 들러리로... 사회적 대화?
 
 7일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경사노위 본회의 무산에 대한 입장과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2019.03.07
 2019년 3월 7일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경사노위 본회의 무산에 대한 입장과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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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은 것은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양대 노총은 물론 불안정 취약 노동계층을 대표해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를 참여시켜 '경제사회노사정 위원회'(경사노위)를 출범시켰다. 전체 노동자의 10%가 채 되지 않는 노동조합 조직률 속에서 노동조합이 대표하지 못하는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의 취약 노동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안을 경사노위 첫 합의사항으로 띄웠다. 정의당을 빼고 정부·여당과 보수야당이 합의한 사안을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로 포장하려고 했다. 양대 노총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갈등법안을 경사노위가 추인하라고 노동계를 들러리 세운 것이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보류했다. 한국노총은 갈등 끝에 함께 의결하기로 한 실업급여액 현실화 및 한국형 실업부조의 시행 그리고 사회적대화의 지속을 위해 건강권 보장을 조건으로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들은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시행은 다수 취약 노동계층이 포진한 저임금 장시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해 본회의에 불참했다.

경사노위 의결은 노동계 대표 4인 중 과반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관련 안건의 결의가 불가능한 구조다. 비정규, 청년, 여성 대표의 불참으로 의결이 불가능해지자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결정구조 자체를 바꾸겠다고 했다. 박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이른바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이며 "청년·여성·비정규직은 중요하지만 보조축"이라고 계층별 대표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이는 정규직 남성 중심의 조직노동단체가 대표하지 못하는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의 취약 노동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던 경사노위의 대표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다시금 청년과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을 들러리 세운 꼴이 됐다.

인천공항 비정규직과의 만남이 '정치쇼'가 아니라면 
 
 인천 영종도 운서동 넙디마을에 설치된 임시 노동상담소 풍경.
 인천 영종도 운서동 넙디마을에 설치된 임시 노동상담소 풍경.
ⓒ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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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후 반환점을 돈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내 노동존중과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경제 활력을 높인다면서, 기업의 투자 독려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가며 재벌 총수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스킨십을 과시하는 최근 행보를 보면 기대하기 난망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차별시정 등 지난 대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노동존중 사회'를 향한 여러 과제들이 대통령의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걱정된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하고, 미진한 노동정책 추진에 실망한 노동자들의 마음을 다시 보듬지 않으면 개혁 동력은 상실하고 지난 참여정부 때처럼 국정은 다시금 표류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운서동에는 '넙디마을'이란 곳이 있다. 인천공항이 일터인 20대에서 40대의 청년들 5000여 명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노동실태와 생활만족도를 조사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조의 보고서(2019년 3월 28일~6월 5일까지 현장면접 및 온라인 조사, 19~39세 709명 대상)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그 대상자들의 현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읽길 권한다.

조사에 따르면 이곳 거주자 대부분은 인천공항 보안검색, 물류, 시설관리, 호텔, 식음료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은 인천공항 자회사 정규직으로 인천공항공사나 대한항공 등 원청 정규직은 한 명도 없었다. 월 소득은 200만~249만 원 사이였고 타 지역에 비해 초과노동이 많았다. 마을 내에는 제대로된 식당이나 영화관이 없고, 편의점만 10개나 돼 지갑이 얇은 청년 노동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로 20분 거리의 인천공항까지 버스로는 40여 분이, 광화문까지는 60분이 넘게 걸린다. 때문에 이들의 소비활동에서 교통비는 40%를 차지하며 여행(54.4%), 연애(19.1%), 친교(8%)활동을 포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중 3년 이상 계속 근로를 예상한 이는 30%가 채 안 됐다. 경력이 쌓여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답답한 현실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가장 먼저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한 것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면,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넙디마을'로 달려가 이들과 마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반칙과 특권이 판을 치는 불공정 사회에 분노한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혁명으로 탄생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기득권의 부의 세습과 취업비리에 좌절한 청년세대, OCE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 격차에 좌절하는 여성 노동자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계약직·파견이라는 이유로 저임금과 산재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정사회를 바라는 열망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약자들의 열망을 동원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응당 이들의 열망에 보답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멈춰서는 안된다. 경사노위에 다시금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자회사를 통한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고 당사자들을 참여 시켜 승진과 승급이 보장된 적정한 임금체계를 마련해 비정규직 차별없는, '진짜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 부천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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