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19일 집단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집행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들의 집단 사임은 최근 신임 집행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다. 전주영화제는 지난 6월 이충직 집행위원장이 역할을 충분히 했다며 물러난 후 영화제 내부 논의를 통해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를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했다.

영화계에서도 김영진 프로그래머의 집행위원장 선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영화제의 연속성이나 그간 성과를 볼 때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제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과반수 이사들은 김 수석 프로그래머의 위원장직 수행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사회 의견을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지난 8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사회가 재고 없이 신임 위원장 선출 절차를 밟자 하나의 팀으로 일해 온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이사회의 반대 명분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7년에 대한 평가 없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했다. 다만 이들은 "소모적 논쟁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사회의 입장을 존중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시 격랑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전주영화제 한 관계자는 "이사회는 김영진 프로그래머가 잘 했지만 집행위원장 맡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식이었다"라며 "이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질질 끄는 상황이 되니 프로그래머들이 사임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진 프로그래머

김영진 프로그래머 ⓒ 전주영화제


 
다음은 프로그래머 3인의 입장문 전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와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11월을 끝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직에서 사임합니다. 

지난 6월 이충직 전 집행위원장이 물러난 후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영화제 집행부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를 차기 위원장으로 지목하여 전주시에 추천하였습니다. 

영화제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과반수 이사들은 김 수석 프로그래머의 위원장직 수행에 반대했습니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사회 의견을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8월에 사임 의사를 밝혔고, 하나의 팀으로 일해 온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도 사임하기로 하였습니다. 

최근 이사회는 회의를 통해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7년 간 전주국제영화제가 내외의 신뢰 속에서 성장해 온 것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김 수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명분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사회의 결정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일구어 온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한 온당한 평가 없이 영화제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하여 사임하기로 했고, 조속히 위원장을 선임하여 새로 출발하는 것이 영화제의 미래에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더하여 특정인의 퇴장이 불러온 쓸모없는 소음이 영화제의 명예를 추락시킨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 사안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없기를 바랍니다. 5개월 동안 공전해 온 위원장 선임 문제는 이 입장표명으로 일단락 짓기를 희망하며 저희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떠납니다.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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