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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이후, 검찰 개혁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달 검찰개혁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검찰개혁 연쇄 인터뷰를 통해 검찰개혁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다루고자 한다. 그 네 번째로 검사 출신이자, 현재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을 맡고 있는 오선희 변호사를 만났다.[편집자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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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된 질문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어렵게 "검사 시절 비주류였던 것 같다"는 질문을 건넸다. 민망할 틈도 없이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저 비주류 맞아요. 정확한 표현입니다(웃음)."
 
2008년부터 10년간 검사로 일했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 47)는 자신이 "검찰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비주류 그 자체였다"고 떠올렸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학원 강사로 일하다 30세에 사법고시를 준비한 그는 32세 겨울에 시험에 합격해 35세에 검사로 임관했다. 나이도 많은 데다 기혼자였다. 이른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법대 출신도 아니었다.
 
오 변호사는 검찰에서도 "100%" 형사부, 공판부에서만 일했다. 그 스스로도 "어쩌면 비주류여서 (검사 때도) 검찰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검찰에서 겪었던 불합리한 일을 거침없이 소개했다. 그 중 일부다.
 
"한 번은 어느 특수부장이 '자기 부서에 자리가 하나 났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근데 '앞으로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고 야근도 엄청 해야 하는데 오 검사한테 어린 애기가 있어서 윗분들이 걱정한다'고 그러더라. 그때 '상관없다, 열심히 하겠다'가 모범답안이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어린 애기 있는 남자 검사에게도 이런 질문 하시나요'라고 답해 버렸다."
 
"한 번은 밤 10시에 퇴근한 적이 있었다. 같은 부서의 평검사 중 가장 선배가 수석이고 그 다음이 차석인데, 차석이 전화 했더라. '너 어디냐'고 묻길래 '퇴근길입니다'라고 했더니, '선배가 사무실에 남아 있는데 말도 안 하고 퇴근했냐'고 뭐라 하는 거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차를 돌려 다시 의정부로 돌아가서 야단맞고 퇴근했다."
 
"제가 성폭력 사건을 오래 전담했다. 고민도 많이 했고, 보람도 많이 느꼈다. 그런데 대검찰청 간부가 내게 '너는 언제까지 성폭력 같은 국영수만 하고 있을래?'(국어·영어·수학 같은 기본만 할 거냐는 의미)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하면 특수부 추천해줄 수 있다'고 그러는데, 되게 불쾌했다."

 
오 변호사가 진단한 검찰은 이렇다. 검찰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형사부, 공판부 검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공안부(현 공공수사부) 중심의 조직 운영이 '귀족 검사'와 '마당쇠 검사'를 구분하고 출세를 위한 상명하복 문화를 공고하게 만든다. 인사 시스템이라도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합리하거나 깜깜이다.
 
오 변호사는 이를 종합해 "검찰은 검사들의 충성을 짜내는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총장부터 평검사에 이르는 피라미드 구조, 부당한 위계질서, 불투명한 인사제도 등이 맞물려" 그런 문화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히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그 커다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라며 "충성하는 조직문화가 계속 남아 있으면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검찰개혁의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혜명 사무실에서 오 변호사와 나눈 대화 전문.
 
갈아 넣거나, 엉망으로 하거나

 - 검찰개혁이란 화두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검찰의 기존 잘못이 쌓이고, 쌓이고, 쌓였었다. 검찰개혁 논의 역시 아주 예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잠깐 불이 붙었다가, 꺼졌다가를 반복하면서 문제의식이 전체적으로 공유되진 못했다. 아무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포함해 여러 개혁안들이 쌓였던 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트리거(trigger, 총알을 발사하게 하는 장치)가 된 것 같다."
 
-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제안이 왔을 때 수락한 이유는?
"검사 경험이 개혁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런 생각도 있었다. 외부인의 고민과 내부인의 고민은 좀 결이 다르잖나. 외부에서 보는 개혁안들이 내부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실무를 좀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참여했다."
 
- 10년 동안 검사로 살았다. 주로 형사부, 공판부에서 근무했나.
"100%."
 
- 검사하면 '특수부, 공안부 등 인지수사를 하는 남자 검사'라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떠오른다. 죄송한 말이지만 검사 시절 비주류였던 것 같다.
"비주류 맞다. 정확한 표현이다(웃음)."
 
- 여성으로서 형사부, 공판부에서만 일하며 느낀 게 많았을 것 같다.
"검찰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저는 비주류 그 자체였다.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안 나왔고, 법대 출신 아니고, 여성이고, 나이도 많고, 심지어 (검사 임관 당시) 기혼이고. 그렇다고 열심히 안 한 건 아니다. 어쩌면 비주류여서 (검사 때도) 검찰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특수부, 공안부 등 인지수사를 하는 검사의 경우 숫자로 치면 소수다. 하지만 그들이 검찰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형사부, 공판부 검사는 그 반대다.
"형사부 검사가 검찰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한 달의 마지막 일주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10건 정도 사건을 받는다. 그러면 한 달에 200건 정도 된다. 하루에 10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거다. 기록도 봐야 하고, 조사도 해야 하고, 보고도 해야 하고, 결정문도 써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한다. 갑자기 '통계 내라', '자료 찾아라' 하고 내려오는 지시도 많다. 수사관도 인지수사 부서에 비해 부족하다. 검사 때 연차 휴가 21일 중 매해 18일씩 남았다. 새벽 4시에 퇴근하는데 새벽 4시에 출근하는 후배를 만난 적도 많다.
 
하루에 15시간을 일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정상적 사건 처리가 불가능하다. 체력이 안 좋거나, 새벽까지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계속 사건이 밀리는 거다. 형사부는 대부분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을 다룬다. 검찰에선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인지수사 부서의 경우 수사 하나하나가 실적이 되고, 거기 있는 것 자체로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형사부는 매일 야근한다고 해서 실적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감점 사유만 쌓여간다. 한 달 200건 중 70건 정도를 기소하는데, 당연히 몇 달에 한 건 기소하는 특수부보다 무죄를 더 많이 받지 않겠나. 형사부 있을 때 다른 검사에게 '우리는 진짜 육두품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검사가 '육두품도 귀족이야, 우리는 그냥 마당쇠지'라고 답하더라.
 
공판부 검사의 경우 보통 검사 한 명당 두 개 재판부에 배정된다. 그럼 일주일에 4일 동안 재판만 해야 하니(보통 한 개 재판부가 이틀 재판), 재판 준비 시간은 나머지 하루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당연히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하는 것이다. 형사부, 공판부 검사는 자신을 갈아 넣든지, 아니면 수사나 재판을 엉망으로 하든지, 둘 중 하나다."
 
 '거악 척결'만큼 중요한 것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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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부는 어떤가.
"특수부도 진짜 고생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적폐수사하면서 아침 7, 8시에 퇴근하고, 1년 동안 자기 자식을 세 번밖에 못 만나고 그랬단다. 사실 특수부의 고생을 폄하할 순 없다. 그러므로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특수부는 그 라인을 타고 고생하는 만큼 보상받는 구조다. 특수부 수석 되고, 부장 되고, 특수통 명칭 달고, 그러면 차장, 검사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형사부, 공판부는 그런 게 없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내가 형사부에서 이렇게 고생해 봤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위에 잘 보여서 특수부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동화책이 있다. 거기 보면 애벌레들이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위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는데 어쨌든 올라간다. 검사 하면서 그 생각이 많이 들었다."
 
- 개혁위와 법무부에선 특수부 축소 및 형사부, 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업무량은 엄청난데 비주류 취급받으며 승진도 잘 안 되는 게 정상은 아니잖나.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못난이로 만드는 구조가 검찰의 가장 큰 문제다. 인사 때마다 징계 받은 검사들이 가는 비인기청이 있다. 그 청과 지역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인기청은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이런 곳인데, 인지수사 부서가 많은 순서이기도 하다.

사실 어느 지역이든, 어느 부서든 가서 열심히 일하면 그걸 평가해줘야 한다. 누군가 자전거를 잃어버렸는데, 지금은 검사가 이것에 관심 갖기 어려운 구조다. 자잘한 형사사건이어도 개개인에겐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 그걸 잘 들여다보고 잘 판단하는 게 검사 본연의 업무다. 하지만 현재는 그 일에 검사가 회의를 느끼는 구조다. 검찰 업무의 중심은 형사부인데, 우리가 그걸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 특수부든, 형사부든 열심히 하는 만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요지인가.
"그 구조로 가야 한다. 한편 특수부를 줄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검찰의 수사량이 너무 많다. 또 특수부가 너무 중심에 있다. (형사부에서) 파견보내는 형식으로 특수부 인원을 너무 늘리다보니 형사부 일이 정말 폭발 직전이다. 거악 척결도 중요하지만, 이것만 중요한 업무처럼 인식되는 걸 깨야 한다."
 
- 거악 척결은 특수부 축소 반대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실현될 순 없겠지만 장기적으론 미국의 FBI처럼 국가 차원의 별도 수사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검사들이 실적에 매몰되지 않은 채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할 수 있다. 근데 우리는 검사가 수사, 기소, 공판을 다 하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 무리할 수 있는 구조다. 형사부의 경우 경찰에서 수사해 송치한 사건이니 좀 덜하겠지만, 특수부는 검사가 처음부터 본인이 나서는 것이므로 무리할 개연성이 높다. 그러다 보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거악 척결, 당연히 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다. 첫 번째는 경찰을 좀 믿어줘야 한다. 또 하나는 형사부를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선례가 없었던 게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세월호 참사 당시 해운조합 사건을 형사부에서 맡았었다. 경제, 환경, 지적재산권 등 형사부 검사들을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특수부 검사 아니면 못한다'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그동안 그것 외에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고, 그것 외의 방법을 시도하지 않았던 거다."
 
-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과 경찰의 싸움처럼 돼 있다. 검찰은 경찰의 능력 부족을, 경찰은 검찰의 권력 독점을 이야기한다.
"잘하는 경찰도 있을 거고, 못하는 경찰도 있을 거다. 또 검사라도 다 잘하는 것도 아닐 거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편차를 시스템으로 만회해야 한다. 좋은 대통령 있으면 잘 굴러가고, 나쁜 대통령 있으면 잘 안 굴러가는 국가는 좋은 국가가 아니다. 나쁜 대통령이 와도 최소한 평균치는 유지해야 좋은 국가다. 수사기관은 더욱 그렇다.

그럼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가진 가치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구조를 짜야 한다. 아까 국가 차원의 수사청을 말했는데, 이는 자원과 법률이 너무 많이 바뀌어야 하니 당장 실현하긴 어려운 제도다. 그렇다고 하면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남겨둔 채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방향을 잡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하되 수사권의 오·남용을 검찰에서 거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경찰도 검찰도 싫어할 것 같다(웃음)."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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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도, 결과도 알 수 없는 인사평가
 
- 검찰 내에서 특수부, 공안부 같은 인지수사 부서가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직 논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
"당연히 그렇다. 그게 출세 코스고, 검찰 본연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성폭력 사건을 오래 전담했다. 고민도 많이 했고, 보람도 많이 느꼈다. 그런데 대검찰청 간부가 제게 '너는 언제까지 성폭력 같은 국영수만 하고 있을래?'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하면 특수부 추천해줄 수 있다'고 그러는데, 되게 불쾌했다."
 
- 윗사람 입김이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치나.
"검찰은 대개 발탁 인사다. 만약 특수부에 한 자리가 나면 형사부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그럼 형사부장의 추천이 매우 중요하다. 혹은 특수부장과의 과거 인연이 중요하다. 그러니 인맥과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을 중시한다."
 
- 너무 주관적인 것 아닌가.
"일 잘 하는 사람 추천 받고, 자신이 경험해 본 사람 발탁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효율적이다. 사람들이 선의로 가득 찼다고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렇지 않으니 줄 세우기가 돼 버린 것이다. 말 잘 듣는 사람, 줄 잘 서는 사람이 요직에 뽑힌다. 윗분들이 원하는 것이 정의가 돼 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공정하게 평가받는 인사 제도가 있어야 검사들이 줄 서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다."
 
- 인사평가 제도는 어떤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6개월에 한 번 공무평가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평가받는지 검사 본인도 모른다."
 
- 결과도 공개 안 되나.
"안 된다."
 
- 그럼 과정도 당연히.
"당연히 안 된다. 부장, 차장, 검사장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없다. 근데 이걸 기준으로 2년마다 인사가 나지 않나. 제주도로 갈지, 경상도·전라도로 갈지 모르는 일인데, 그렇게 불투명한 윗선의 평가가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인사 수요도 너무 많은 것 같다.
"2년에 한 번 검사 근무지를 옮기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한 지역에 오래 있으면 지역과 유착될 수 있다'는 논리가 강했다. 만약 그게 우려되면 감찰을 강화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서 2년마다 전국 단위로 검사들을 돌리는 것은 충성을 받아내기 위한 제도일 뿐이다. 오히려 검사가 한 지역에 적절히 머물고 있으면 스스로 안정될 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색 있는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원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그래도 한 곳에서 4, 5년은 버틸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지방에서 근무하면 그 다음은 수도권으로 배정되는 패턴이 있다. 외교관도 3급지에서 근무하면 다음엔 1급지로 보내준다.

검찰의 경우 그런 게 전혀 없다. 다음 인사 때 어디로 갈지 예상할 수 없다. 인사 때 4지망까지 쓰는데, 흔히 말하는 5지망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자기가 쓰지도 않은 지역으로 배정돼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인사평가를 잘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윗선에 충성해야 하지 않겠나. 특수부로 가려는 욕구는 둘째치고, 5지망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도 막으려면."
 
검찰을 떠난 이유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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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검사로 임관했다. 당시 여성검사 비율을 보니 13.6%더라. 여성 검사로 산 10년 동안 여러 일을 겪었을 것 같다.
"저는 대체로 부장 운이 있었다. 부장 중 한 분은 '내가 여검사와 근무하는 게 처음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더라. 그래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 것 아닌가(웃음).

하지만 검찰 자체가 대체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예를 들어 여검사를 '전투력 0.5'라고 지칭했었다. '여검사를 우리 부서에 배정할 거면, 군법무관 출신 남자 검사 하나 더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어느 특수부장이 '자기 부서에 자리가 하나 났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근데 '앞으로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고 야근도 엄청 해야 하는데 오 검사한테 어린 애기가 있어서 윗분들이 걱정한다'고 그러더라. 그때 '상관없다, 열심히 하겠다'가 모범답안이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어린 애기 있는 남자 검사에게도 이런 질문 하시나요'라고 답해 버렸다.
 
지금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 부서, 대검찰청, 법무부 등 요직의 여검사 비율을 보면 전체 여검사 비율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여검사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했는데 70% 이상이 '여성이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놓고 '여자라서 같이 일 못하겠다', '여자 검사니까 성폭력, 가정폭력 이런 거나 해라' 등의 말을 많이 듣는다.

개인적으론 이런 일이 있었다. 부서 회식에서 1차로 밥을 먹고 2차를 가려고 하는데 한 남자 검사가 갑자기 '오 검사님은 들어가시라'는 거다. 저 술 좋아하고 잘 마신다(웃음). 아무튼 '네?'라고 되물었더니 '집에 애기도 있는데 술자리까지 따라 다니시냐'고 그러더라. 그게 선의였다. 그런데 심한 차별이잖나."
 
- 작년 기준 여성 검사 비율이 30%를 넘었다. 이에 따라 바뀐 점도 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저 초임 때만 해도 부장뿐만 아니라 평검사끼리도 선후배 위계가 심했다. 한 번은 밤 10시에 퇴근한 적이 있었다. 같은 부서의 평검사 중 가장 선배가 수석이고 그 다음이 차석인데, 차석이 전화했더라. '너 어디냐'고 묻길래 '퇴근길입니다'라고 했더니, '선배가 사무실에 남아 있는데 말도 안 하고 퇴근했냐'고 뭐라 하는 거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차를 돌려 다시 의정부로 돌아가서 야단맞고 퇴근했다.

또 한 번은 회식 때 남자 검사 한 명이 종교적 이유로 술을 안 먹는다고 했다. 그러자 선배가 종이컵에 있던 삼겹살 기름을 먹으라고 하더라. 회식 때 별 일이 다 있다. 술 먹고 토하고, 또 약 먹고 술 받고 토하고. 초임이니 버텨야 했다. 선배가 쓰러지면 후배가 챙겨야 하니까.
 
어쨌든 이런 식의 회식 문화는 2013년, 2014년 지나며 사라졌다. 여검사들이 늘어나면서 군대문화, 서열중심의 문화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제가 겪은 일인데, 부서 회식 때 부장이 검찰 출신 선배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식사비는 우리가 낼 거고 그 분은 그냥 잠깐 와서 밥만 같이 먹는 거니 부담 갖지 마라'고 그러더라.

그때 막내 여검사가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회식에 참석하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임관한 지 석 달, 넉 달밖에 안 된 검사인데 그 말을 하더라. 부장이 '그래, 네 말이 맞다'며 결국 그 변호사가 회식 때 안 오는 걸로 정리됐는데, 사실 부장이면 본인을 평가하는 사람 아닌가.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다.
 
전관예우 문제도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저만 해도 검사일 때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누구세요?'라고 그랬으니까. 근데 진짜 누군지 몰랐다(웃음).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이런 이야기 많이 한다. '젊은 여검사들이랑은 말이 안 통한다'고."
 
- 임은정, 서지현, 안미현 검사 등 이른바 검찰 내부고발자로 알려진 이들 모두 여성이다. 그 이유가 있을까.
"여검사가 더 정의롭다는 건 아니지만 '출세하려면 참아야 해'라는 생각을 남검사보다 덜 하는 것 같다."
 
- 오늘 인사와 조직 문화 개선 방향을 많이 이야기했다.
"검찰개혁의 굉장히 중요한 축이다. 당연히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그 커다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조직 논리가 아닌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가진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총장부터 평검사에 이르는 피라미드 구조, 부당한 위계질서, 불투명한 인사제도 등이 맞물려 검찰은 검사들의 충성을 짜내는 조직이 되고 말았다. 충성하는 조직문화가 계속 남아 있으면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검사 개개인이 위의 눈치를 안 봐도 법과 양심에 따라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성실하게 일했을 때 제대로 평가받고, 잘못했을 때 제대로 감찰을 받는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사표 쓰면 그냥 내보내주는데 누가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겠나. 검사도 사람인데 줄 서는 게 더 유리할 것 같으면 줄 서는 걸 선택하지 않겠나. 도덕, 양심을 요구받는 직업일수록 개인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판을 짜줘야 한다."
 
- 마지막으로 10년 근무한 검찰을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삶을 이런 식으로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오고 휴가도 못가는 삶이 반복됐다. 부장까지는 달겠지만 이후 검찰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검사 일이 되게 비인간적이다. 일·가정 양립은 당연히 안 되고, 고 김홍영 검사 유서에도 나오던데 맨날 위에서 쪼고 욕먹고 못난이 취급 당하고.

그렇다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특수부 못 가고 형사부에 있으면 패배의식만 강고해진다.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을 조직에서 인정해주고 지원해줬다면, 서울이 아닌 이른바 비인기청에서 5년 동안 있으라고 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성폭력 같은 국영수만 하고 있을래?'라는 말을 들었으니. 사실 저는 검찰이 싫어서 나온 사람은 아니다. 지금도 사랑해서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이 모두 검사들이다(웃음). 그래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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