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1 울산과 전북의 경기 모습.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1 울산과 전북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최고의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라도 해도 이보다 극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2019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순위 경쟁이 결국 최종전에서 운명을 가리게 됐다.

K리그1 우승을 다투고 있는 울산과 전북은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파이널A 37라운드 맞대결에서 1-1로 무승부,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전북은 후반 4분 김진수에게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후반 26분 울산 불투이스가 반격의 헤딩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울산은 승점 79점(23승10무4패)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전북은 76점(21승13무3패)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은 오는 12월 1일 열리는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다.

리그 3연패를 노리는 전북은 최종전에서 6위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전북은 강원을 무조건 이기고 울산이 최종전에서 되도록 큰 점수차로 패해야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그룹A에서 최하위로 밀려나며 사실상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멀어진 강원의 경우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할 특별한 동기 부여가 없다는 것이 변수라면 변수다. 

두 팀이 승점이 같을 경우 따지는 다득점(전북 71골, 울산 70골)과 골득실(전북 +39, 울산 +35)은 모두 전북이 앞선다. 하지만 만일 최종전에서 전북이 1-0으로 승리하더라도 울산이 포항전에서 3~4골 이상을 넣고 패하면 울산의 우승이 확정된다.

울산이 여러모로 유리해진 상황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상대가 하필 5위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다. 울산은 2013년에도 홈에서 열린 최종전을 비기기만 해도 우승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최종전 상대가 바로 우승 경쟁을 벌이던 포항이었다.

0-0으로 팽팽한 승부가 어느덧 후반 추가시간에 접어들며 울산의 모든 팬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던 무렵, 포항의 김원일이 거짓말같은 극장골을 터뜨렸다. 불과 몇 초사이에 우승의 주인공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 우승 드라마로 기억되는 장면이지만 오직 울산 팬들에게만큼은 지금까지도 결코 언급해서는 안될 뼈아픈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울산은 올시즌 포항과의 상대전적에서도 1승 2패로 열세다. 다만 홈경기에서는 올시즌 포항에게 1-0 승리를 비롯하여 최근 9경기 연속(5승4무) 무패를 기록할만큼 안방에서는 강했다.

포항도 서울-대구와 아직 ACL 티켓이 걸린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울산전을 결코 놓칠 수 없다. 포항은 23일 경기에서 알렉산다르 팔로세비치의 멀티골을 앞세워 3위 서울을 원정에서 3-0으로 완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리그 우승과 ACL 경쟁을 한꺼번에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다.

포항전을 승리하고 3위 자리를 확정지으려던 서울은 뜻밖의 완패로 승점 55점에 머물렀다. 같은날 대구가 강원 원정에서 세징야의 2골 1도움 원맨쇼에 힘입어 4-2로 승리하며 서울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포항도 승점 53이 되면서 최종전에서 충분히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포항 입장에서는 울산전을 최대한 다득점으로 이기고 서울과 대구가 득점없이 비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포항은 현재 다득점(45점)과 골득실(-9)에서 서울(53점, +4)과 대구(46점, +9)에 모두 뒤진다.

서울과 대구는 1일 최종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어느 쪽이든 승리하는 팀이 무조건 3위와 ACL 티켓을 확정할 수 있다. 비기면 포항의 경기결과까지 지켜봐야하고, 지면 그대로 모든 것을 잃는다. 여전히 서울이 좀 더 유리한 상황이지만 모처럼 베스트멤버들이 나서고도 홈에서 포항에 완패한 후유증은 꽤 커보인다. 대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최종전 역시 대구의 홈구장인 DGB파크에서 열린다는 게 변수다.

최근 4~5년동안 K리그 상위권의 순위 경쟁은 그룹B와 K리그 2의 치열한 승강 경쟁에 비하여 오히려 싱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전북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최근 5시간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독주체제가 굳어지곤 했다. 2016시즌에 서울이 최종전에서 전북을 누르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는 전북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받은 이후라 엄밀히 말하면 자력 우승은 아니었다.

2019시즌 K리그 최종전은 그야말로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게 됐다. 다섯 팀중 최종전이 끝난고 난 뒤에 웃을 수 있는 팀은 두 팀(1위, 3위)뿐이다. 운명의 신은 과연 어떤 팀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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