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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7일째 단식농성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 "단식 7일" 황교안 대표 안부 확인하는 의원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7일째 단식농성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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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쨌든 저희 재산이라…."
"재산이라니, 여기가 누구 사유지야? 여기가 문재인 거야?!"
"누가 보냈어? 너, 어디서 왔어?"


청와대 사랑채 측에서 나온 한 직원에게 주변 지지자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해당 직원은 폴리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당직자들과 사랑채 운영 시간, 화장실 이용 및 사랑채 앞 공간 점거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폴리스라인 밖에 있던 지지자들은 그를 향해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 25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진행 중인 청와대 사랑채 앞의 풍경이었다.

사랑채 앞으로 간 몽골텐트, 철거 요구했지만....
 
26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황교안 대표 단식 7일째 26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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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26일로 7일째를 맞이했다. 단식투쟁이 길어지면서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대신 사랑채 앞 천막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처음 단식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낮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밤에는 국회의사당 본관 앞 텐트로 와서 수면을 취했다. 이후 취침 장소를 국회에서 사랑채 앞 천막으로 변경했다. 애초 한국당은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법적인 문제 때문에 청와대 앞에서 천막을 치지 못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련 법률에 따르면 청와대 100미터 이내에는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

날씨가 추워지고 황 대표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서 사랑채 앞으로 단식 장소가 고정됐다. 한국당은 25일, 본래 황 대표가 휴식을 취하던 천막 대신 아예 대형 몽골텐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청와대에서 천막 철거를 요구하며 논란이 커졌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25일 황교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에게 "분수대 광장은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그곳에서 오랜시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도읍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해당 문자를 보면, 김광진 비서관은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의 고충이 크니 자진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황 대표가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는 곳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청와대 사랑채 앞이다. 이곳은 국유지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며 관리, 운영은 관광공사에서 맡고 있다.
 
25일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앞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농성천막 주변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 "만세" 외치는 황교안 대표 지지자들 25일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앞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농성천막 주변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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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국관광공사도 한국당에 해당 천막의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관광공사 측에서 황 대표에게 천막 철거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관광공사 측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황 대표 측에 설명하고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 철거 협박 운운... 관광공사 동원해서 비닐 뜯겠다는 거냐"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광장 부근 청와대사랑채앞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7일째 천막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청와대앞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개최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광장 부근 청와대사랑채앞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7일째 천막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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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26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청와대와 관광공사의 자진철거 요청에 크게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가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메시지 한 통으로 천막 자진 철거 협박이나 운운한다"라며 "아예 관계자 몇몇이 나타나서 강제 철거를 운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친정권세력의 수많은 천막은 눈감아주면서 겨우 추위나 막아주는 이 천막마저 빼앗아가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여권 인사는 황 대표의 건강이상설이 너무 빠르다며 목숨 건 투쟁을 조롱했다"라며 "이 정권의 도덕적 감수성이 정말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정권, 이런 여당은 처음 본다"라며 "이해찬 당대표는 면피용 방문이나 할 생각 말고 진짜 단식을 중단시킬 해법을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황교안 대표의 목숨 건 단식이 이어지면서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 국민들의 걱정이 커져 가고 있다"라며 "이 단식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으면서, 정말 한 번 나와서 손 한 번 잡고 '같이 정국 풀어가자' '국민 안심시켜보자' 이런 얘기는 못할망정, 문체부‧관광공사 등을 뒤에서 조종해서 비닐 뜯어내겠다고 협박이나 한다"라며 "이런 정치, 그만하기를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텐트를 철거한다고 해도, 민심의 저항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즉시 철거‧폐기하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위선적이고 옹졸한 태도를 버리고, 황교안 대표를 만나서 통 큰 결단 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특혜, 부적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지소미아 연장, 공수처법 철회,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황교안 단식농성 7일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앞 천막에서 지소미아 연장, 공수처법 철회,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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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근에는 한국당 뿐만 아니라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다양한 시민 사회 단체도가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농성 천막은 보안 및 규정 상의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거리가 떨어진 자리에 설치돼 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 천막과 '형평성' 논란이 이는 이유이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보안 문제 때문에 청와대에서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서 천막을 쳤고, 투명 천막이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경호 상의 이유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는 의자도 못 가지고 들어간다"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황 대표가 사랑채 앞에 천막을 친 것은 일종의 특혜이다.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제1야당 대표로서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의 단식에 국무총리‧정무수석 등이 방문하는 걸 보고 서글펐다"면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오랫동안 단식투쟁을 해왔고, 지금도 장기간 투쟁 중인데 제대로 된 면담 한 번 성사된 적이 없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이 정부가 누구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이날 현재 191일째 청와대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한편,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는 황 대표 천막의 불법성 여부와 형평성 시비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자유한국당, #황교안, #단식투쟁, #불법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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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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