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월드컵 트로피투어 및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7월 29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월드컵 트로피투어 및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에 도전하는 한국 남녀 농구의 대진 일정이 모두 확정됐다. 27일 국제농구연맹(FIBA)이 발표한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조 추첨 결과 남자농구대표팀은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와 함께 지역 예선 A조에 편성됐다. 여자 대표팀은 스페인, 중국, 영국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남녀 농구 모두 올림픽 본선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최종예선행에 오르는 과정만 해도 극적이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주어지는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은 최대 3장. 본선과 최종예선 티켓이 걸려있던 지난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이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농구월드컵 당시만 해도 이미 이란이 올림픽 본선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한 가운데, 중국과 뉴질랜드, 필리핀보다 FIBA 랭킹에서 모두 뒤져 있던 한국은 농구 월드컵에서도 1승 4패, 참가 32개국 중 26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특히 사실상의 '최종예선 결정전'으로 불린 중국과의 맞대결에서 아쉽게 석패하며 올림픽의 꿈이 그대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종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꺾으며 1994 캐나다세계농구선수권대회 이후 '25년 만에 세계 무대 1승'을 차지한 것이 또다른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경쟁팀이던 필리핀이 5전 전패에 그치며, 대회 직후 한국의 FIBA 랭킹이 30위로 2계단 올라 31위로 제 자리를 유지한 필리핀을 극적으로 추월하고 최종예선 막차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물론 한국 남자농구의 올림픽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최종예선은 총 24개국이 출전하며 4개 지역에서 각각 최상위 성적을 낸 팀들만이 도쿄행 티켓을 차지할 수 있다.

참가국들의 면면을 보면 세르비아(6위), 그리스(7위), 브라질(11위), 체코(12위) 크로아티아(14위) 등 충분히 올림픽 본선에 직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강호들이 즐비하다. 한국의 1라운드 상대인 리투아니아(8위)와 베네수엘라(20위)만 해도 한국보다 FIBA 랭킹과 전력에서 모두 월등하다. 냉정히 말하여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급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현실적으로 1승도 쉽지 않다. 남자 농구 최종 예선은 2020년 6월 23일부터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린다.

여자농구는 그래도 남자보다는 좀 더 올림픽 진출의 희망이 열려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최근 열린 도쿄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뉴질랜드와 경쟁 끝에 골 득실 차이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한 바 있다.

여자농구 최종예선은 한국을 포함해 각 대륙에서 예선을 통과한 16개국 중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 지난해 FIBA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미국을 제외하고 상위 10개국이 본선 출전권을 얻는다. 2020년 2월 6일부터 9일까지 벨기에, 중국, 프랑스, 세르비아 총 4개국에서 펼쳐지는데 한국의 경기 일정은 중국에서 진행된다.

최종예선은 풀리그를 통하여 상위 3개국까지 도쿄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이 상대해야 할 스페인(3위), 중국(8위), 영국(18위)은 모두 한국(19위)보다 FIBA 랭킹이 높지만, 강호 스페인을 제외하면 중국과 영국은 그래도 해볼만한 상대다. 중국은 지난 지역 예선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으며 유럽팀 중 최약체로 꼽히는 영국은 FIBA 랭킹에서 한국보다 겨우 한 계단 앞서있을 뿐이다. 결국 중국과 영국 중 최소한 한 팀을 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올림픽 본선행의 운명이 걸려있다.

한국 남자농구는 1996 애틀란타 올림픽, 여자농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더 이상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구의 실망스러운 국제 경쟁력은 자국 프로리그의 인기 하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세계 농구는 물론, 아시아 농구의 수준도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한국 농구가 몇 걸음 뒤쳐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농구는 야구나 축구와는 또 다르게 신체조건과 개인 능력의 차이가 절대적이고, 이변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종목이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본선에 나갈 확률도 적지만, 나가더라도 강팀들 사이에서 '승수 자판기'로 전락하기 쉬운 것이 한국 농구의 현재 국제적 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고 언제까지 나약한 '패배주의'에만 빠져서는 곤란하다.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강팀을 상대로 '1승' 혹은 져도 최소한의 점수 차로 지겠다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최종예선에서 올림픽 메달권 수준의 강호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농구에는 좋은 경험이자 기회다.

남녀농구 모두 최종예선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공들여 얻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서는 안된다. 세계 무대를 향한 한국 농구의 성장과 도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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