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태연, '숨겨진 세상' 녹음

태연, '숨겨진 세상' 녹음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보이지 않아서 두려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이 노래만큼 힘을 주는 곡은 없을 것 같다. Idina Menzel, Aurora가 부른 <겨울왕국2>의 주제곡 'Into the Unknown'이다. 시작엔 잔잔하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대부분의 노래들과 달리 이 곡은 처음부터 시원하게 터뜨려버린다.

한국어 버전도 있다. 태연이 부른 '숨겨진 세상'이다. 태연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가사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원곡 버전과 한국어 버전 모두 영화의 개봉과 함께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바로 이 부분이 빵 터뜨리는 도입부다. 태연의 '숨겨진 세상'은 <겨울왕국2>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발표됐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과장되게 느껴졌다. 너무 세다고 할까. 너무 파워풀해서 피로하다고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들었을 때는 전혀 피로하거나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를 알고 들으니 역시 그 배경이 되는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벅차오름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듣기 싫어 저리 가/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지금 이 행복을 잃고 싶지 않은데/ 자꾸 왜 맴돌며 나를 데려가려 해

귀를 막겠어/ 스쳐갈 바람일 뿐이야/ 뭐라 말해도 (그만해)/ 못 들은 척 할래/ 소중한 내 사람들을 떠날 수 없어/ 저 불안한 세상에 날 떠밀지 말아 줘"


'숨겨진 세상'의 가사는 영화의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반영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엘사는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엘사 자신뿐 아니라 누가 들어도 그 목소리는 불길하고 불안했다. 행복한 현재를 사는 엘사를 괴롭히며 못살게 구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엘사는 자신을 끊임없이 부르는 그 목소리를 끝까지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두려움 아닌 용기로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저 두렵고 낯선 위험한 모험들/ 비바람 몰아치듯 저 멀리서 날 불러

뭘 원해 넌 왜 자꾸 나를 부르니/ 내가 위험해지는 거 그걸 바라는 거니/ 어쩌면 알고 있니 마법 같은 내 비밀/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엘사의 태도가 바뀌는 지점이다. 내가 위험해지는 걸 바라느냐며 끝까지 저항하지만 "어쩌면"이란 세 글자와 함께 그의 마음은 그 위험 속으로 뛰쳐 들어간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이란 가사가 어쩌면 이 곡의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른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굳게 믿던 엘사가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180도 생각을 바꾸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사는 어떤 계기로 마음을 돌리게 된 걸까. 힌트는 다음 가사에 있다.
 
"견디기에 버거워져 힘이 강해질수록/ 잠들었던 내 마음이 깨어나/ 어디 있니? 내가 보이니?/ 느낀다면 보여줘 널"

자신이 가진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엘사.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리 안전한 이곳이 아닌, 불안한 저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을 가지고 위험한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 악의 목소리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것을 선의 목소리라고 믿기까지 그 급격한 심적 변화는 엘사의 내적 성장과 다름없다. 전편에서 그랬듯 엘사는 깨닫는다. 두려움을 깨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둡고 험한 먼 길이라도/ 그곳에 가겠어/ Into the unknown!"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엘사의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단순하고 짧은 노랫말이지만 한 곡 안에 엘사의 마음의 극과 극이 들어 있다. 그 변화의 폭이 크기에 이 곡을 듣고서 도저히 용기가 샘솟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외면했던 '그곳'이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하고.

무엇이든 자기 자리를 찾고, 잘못된 것을 되돌리기 위해선 고통을 지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드니까 그 과정이 두려우니까 그곳을 '불안한 곳', '위험한 세상'이라고 부르며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그곳'을 지금이라도 다시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이다.

태연의 가창처럼 힘 있게, 엘사의 용기처럼 단호하게 미지의 세계로, 숨겨진 세상으로 나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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