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슈가 쏟아지는 한국 사회. 그러나 '조국 사태' 같은 블랙홀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슈에 가려진 이슈'를 짚어본다. - 참여사회[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9.25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9.25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합니다"라는 말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마쳤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문장이 무색하게도, 정부는 공격적인 군비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2020년 국방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 예산은 연평균 7.5%씩 증가했고, 2017년과 비교하면 약 10조 원이 늘었다. 주로 무기 체계 획득을 위한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로 전체 국방 예산의 33.3%, 16조 6,915억 원이 책정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 연평균 증가율은 약 11%로, 지난 9년의 연평균 증가율 5.3%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 걸까. 대표적인 것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사업으로, 현재 '핵·WMD 위협 대응'으로 이름만 변경된 채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에는 38개 사업에 총 6조 2,149억 원이 책정되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3축 체계 예산 역시 2배 가까이 증액된 셈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공격적인 군사전략으로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지만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첨단무기 도입 계획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현재 F-35A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선제 타격을 위한 핵심 전력인 F-35A는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스텔스 전투기로, 대표적인 공격형 무기다. 한국은 도입에만 7조 7천억 원을 투입했으며, 향후 운영과 유지에는 얼마가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다. 한국군은 정비나 장비 업그레이드 권한도 없어 전투기 정비가 필요하면 호주나 일본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F-35A 20대 추가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모델인 F-35B 탑재를 위한 한국형 경항공모함다목적 대형 수송함 건조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2020년 예산에는 함정 개념 설계 및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271억 원이 편성되었다. 항공모함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작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방부는 대형 수송함을 확보하면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와 더 넓은 반경을 작전 범위로 하는 군사 능력을 갖추고, 원거리로 군사력을 전개하겠다는 공격적인 군비 확장 계획이다. 건조와 운영, 그리고 탑재 항공기 도입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핵잠수함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역대급 군비 증강 계획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무감하다. 50조 원의 국방비는 국회 예산 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자’는 말이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자’는 말이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
ⓒ 셔터스톡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러한 군비 증강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 합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중단시킬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올해 남북 군사회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으며,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을 다루기로 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역시 아직도 구성되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의 첨단무기 도입,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지속적으로 반발하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반복했다. 
 
서로를 겨냥한 군비 경쟁과 그로 인한 안보 딜레마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남북 군사 합의의 정신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맹목적인 군비 증강 계획을 중단하고,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자'는 말이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황수영 님은 평화군축센터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댓글2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